국민의 수준을 일부러 낮춰보려는 의도는 없다. 하지만 이거 한 번 물어보자. 우리나라에서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를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또 사회민주주의는? 우파와 좌파의 개념은?

나는 한국의 대학교수들 중에서도 태반은 잘 모를 거라고 본다. 모른다는 게 기분 나쁘다면 관심조차 없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사회를 삐딱하게 보는 왼손잡이들(좌파)이 새로운 자유(신자유주의)를 왜 반대하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이른바 '진보적 지식인'(그냥 진보지식인이라 해도 될 것을 그들은 꼭 적(的)을 넣어 쓰는 걸 좋아한다)들은 자기들끼리만 아는 말로 잘난 척 한다. 심지어 이론가로 유명한 어떤 지식인은 '0000적(的) 00성(性) 000주의적(主義的) 00운동'이라는 해괴한 말을 만들어 퍼뜨리는 데 거의 귀재다.

나는 그 분이 진보세력 안에서 이론가로 통한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 말을 쉽게 풀어 쓸 줄 모른다는 것은 자기 자신도 자기가 하는 말을 잘 모르거나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자기의 밑천이 뽀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성' '~적' '~주의' 식의 어름하고 애매한 표현을 남발한다.

자기들끼리만 이해하는 진보의 언어

▲ 주대환 민주노동당 전 정책위 의장이 최근 개설한 블로그(http://new-left.tistory.com/).
물론 진보세력 안에서도 이런 문제에 대한 반성은 전부터 있었다. 김승국 인터넷신문 '평화만들기' 대표의 말이다.

"진보 운동가들이 대중을 가르치려고만 할 뿐 자신이 대중임을 생각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중의 생각과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진보의 언어를 보면 서양 사회과학 용어를 번역한 '먹물들의 말'이 너무 많다"며 "그런 말을 쓰면 대중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겨레 2007년 3월 25일자)

그의 말은 첫째 대중과 직접 소통하자는 것이고, 둘째 대중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쓰고 말하자는 것이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러나 진보지식인들이 어떻게 대중과 직접 소통할 수 있을까? 그들은 이미 진보세력 안에서 진보매체를 통해 진보독자들과 대화하고 논쟁하는 데 익숙해 있다. 보수언론에 기고하거나 인터뷰를 하면 변절자로 의심 받는다. 그러다보니 자기들끼리만 알아듣는 어려운 말을 써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따라서 자신의 글쓰기나 이론 전개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자각할 수 없다. 또한 자신의 관심이 곧 대중의 관심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자신의 글이 진짜 대중 앞에서 발가벗겨져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진보지식인이 보수언론에 기고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 나도 공감한다. 특히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중앙일보가 진보지식인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는 익히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블로고스피어스, 그 충격의 세계

▲ 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 블로그(http://100in.tistory.com/).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블로그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최근 블로그 이야기를 내 주변의 몇몇 진보인사들에게 했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정치적으로는 그렇게 진보라는 사람들이 새로운 미디어에 대해서는 전혀 진보가 아니었던 것이다.

솔직히 나도 명색이 신문사 기자로 인터넷팀장까지 지냈지만 블로그의 효용과 위력을 제대로 알게 된 건 불과 3개월 전이다. 그 전까지는 메타블로그라는 단어조차 몰랐다. <미디어스>를 통해 티스토리(http://www.tistory.com)와 다음 블로거뉴스(http://bloggernews.media.daum.net)를 알게 됐고, 그 외에도 수많은 메타블로그들이 블로고스피어스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한 그걸 통해 내 글 한 편을 수 만 명이 읽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블로그를 왜 미디어라고 하는지도 알게 됐다.

이미 유창선, 김종배, 민임동기 등 적지 않은 사람들이 파워블로거로 맹활약 중이었고, 김영호, 신학림, 양문석 등도 본격적인 블로거 세계로 진입 중이다. 이 때부터 나는 진보인사들을 향한 블로그 전도사가 되기로 했다. 내가 있는 경남도민일보도 블로거기자단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주대환, 정부권도 블로거로 끌어들였으며 다른 몇몇도 설득 중이다.

어차피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지식인들이 자기 글을 원고료 주는 오프라인 매체에만 줄 게 아니라 블로그를 통해 온라인에도 유통시킨다고 생각하면 된다. 글의 최종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으니 문제될 것도 없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블로그용 글도 가끔씩 써보기 시작하면 된다. 그러면 대중을 위한 글쓰기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어려운 글들만을 써왔는지도 깨닫게 될 것이다.

1991년 진주에서 일어난 한 시국사건이 전국 언론에 의해 완벽하게 왜곡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한 것을 계기로 지역신문 기자로 살기로 마음먹었다. <진주신문>과 <경남매일>을 거쳐 6200명의 시민주주가 만든 <경남도민일보>에서 자치행정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역현대사와 언론개혁에 관심이 많아 <토호세력의 뿌리>(2005, 도서출판 불휘)와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2007, 커뮤니케이션북스)라는 책을 썼다. 지금의 꿈은 당장 데스크 자리를 벗고 현장기자로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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