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을 둘러싼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법인카드 의혹, 무용가 J씨 특혜 의혹에 이어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 의혹까지 새롭게 터져 나오면서 김재철 사장이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새롭게 제기된 비자금 의혹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김재철 사장이 지역사 사장으로 재직할 때 간부 명의로 차명통장을 만들어 관리했다”는 비자금 의혹을 새롭게 제기하고 나섰다.

▲ 김재철 MBC 사장 ⓒMBC
MBC노조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이 사장으로 있던 지역MBC에는 직원들이 협찬을 유치해 올 경우 인센티브인 ‘판매활동비’ 성격으로 협찬금의 3~5%를 직원에게 지급하는 내부 규정이 있다. 사장의 경우, 다른 임직원들보다 넉넉하게 법인카드를 쓸 수 있기 때문에 따로 판매활동비를 챙겨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김재철 사장은 “자신이 끌어온 기업 협찬금을 자신이 아닌 다른 간부들이 유치한 것처럼 조작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역MBC 간부 1명을 수탁자로 가장한 뒤 기업으로부터 받은 협찬금을 이 간부가 가져온 것처럼 꾸려 차명통장에 비자금으로 적립했다는 것이다. 해당 계좌를 운영하던 간부는 이후 동료 직원들에게 “자신 명의의 통장에 들어있던 돈을 자신이 아니라 김재철이 사용했었고 자신은 관리만 했었다”고 털어놨다고 노조는 전했다.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당시 조성한 비자금 규모를 한 해에 1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김 사장이 지역MBC를 떠난 뒤 해당 계좌는 폐쇄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비자금 조성 의혹은 김재철 사장이 사장으로 재직했던 다른 지역MBC에서도 나왔다. 서류에는 4명의 간부들이 한 대기업으로부터 협찬금 3억 원을 따와 협찬금의 3%에 해당하는 판매활동비 9백만 원을 입금 받은 것으로 명시돼 있지만, 실제로는 간부들이 유치한 게 아니라 김 사장이 따온 협찬금을 4명의 간부들이 따온 것처럼 꾸몄다는 의혹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해당 지역MBC 쪽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재철 사장이 사장을 지냈던 지역MBC 경영관리부 관계자는 18일 MBC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김재철 사장님의 경우, 본인이 직접 영업활동비를 가져가지 않고 회사의 경리·회계 담당자(노조가 ‘차명 통장’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에게 맡겨 회사 업무나 행사 때 선물비 등으로 사용했다. 주로 광고주 및 대행사 관계자들과의 모임 시 선물비용으로도 지출하였고, 축·부의금으로도 사용했다”며 “비자금이 아니라 회사 광고수익 증대를 위해 순수하게 사용했고 어느 누구라도 횡령하였거나 개인용도로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관에 들어가지 않는 한 물러가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김재철 사장은 지난 3월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회에 참석해 “(사장 자리를) 지키는 것이 명예”라며 사장직에서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에 앞서 열린 임원회의에서도 “관에 들어가지 않는 한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김 사장을 둘러싼 의혹이 잇따르자, 최근 방송가를 중심으로 김 사장의 거취에 대한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현재 방송가에서는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에서 조만간 김재철 사장의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청와대 쪽에서는 이미 김 사장에게 ‘자진 사퇴’를 권고했고, 김 사장이 이에 사퇴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언론계 내부에서 돌고 있을 정도이다.

더욱이 언론사 파업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새누리당 조차 ‘언론사 파업 해결’ 의지를 밝히고 나서면서 이미 국회 차원에서는 사실상 ‘김재철 사장 퇴진’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황우여 신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5일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 언론사 파업 문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새로운 국회가 열리면 아마 가장 우선적으로 언론 문제에 대해서 다루어야 한다”면서도 “제가 알기로는 많은 문제점이 정리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언론계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사 파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많은 문제점이 정리됐다’는 이 같은 언질은 조만간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이상 기류를 감지한 걸까. 사장 취임 이후 잦은 해외 출장으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던 김재철 사장은 최근 이례적으로 해외 출장 일정을 취소했다.

MBC노조에 따르면, 김 사장은 오는 21일 미국 샌프란스시코 구글 본사에서 열리는 <한류 콘서트>를 위해 미국 출장을 갈 예정이었지만 결국 최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백종문 편제본부장, 이우철 디지털본부장도 줄줄이 해외 출장 일정을 취소했다. 이는 지난 1월 말, 기자들의 제작거부가 시작되고 노조의 총파업 투표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본 도쿄로 4박5일간 한류 패션쇼 출장을 떠났던 것과 비교한다면 이례적인 일이다.

▲ MBC 노조가 5월14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사옥 1층 로비에서 김재철 사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미디어스
30년 근무한 기자들도 “김재철 나라가” 최후통첩

이런 가운데,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최고참 기자들 25명도 ‘김재철 선배께 드리는 마지막 편지’를 통해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거듭 호소하고 나섰다. 이들은 81년부터 86년 사이에 MBC에 입사했다.

이들은 “이미 2년 전, ‘선배로 생각하지 않겠다’던 편지를 후배들과 함께 쓰기도 했던 우리가 오늘 선배라고 칭하는 까닭은, 그래도 마지막 예우를 갖추기 위함”이라며 “결론부터 미리 말씀드리자면 모든 걸 훌훌 던져버리고, 하루빨리 떠나시기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노사 간의 대립을 넘어, 모두의 ‘죽음’으로 치닫는 현 상황을 종결시킬 사람은 김 선배 뿐”이라면서 “선배 마음대로 떠날 수 없는 ‘외부 환경’을 물론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이제 그만, 비상 제동장치를 당겨 승객들을 구하고 기관차에서 내려와 주시길 호소한다.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호소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