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MBC가 자사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를 통해 가장 첫 소식으로 권재홍 앵커의 부상 소식을 전했다.

17일 권재홍 보도본부장을 대신해 뉴스 진행을 맡은 정연국 앵커는 “어젯밤(16일) 권재홍 앵커가 뉴스데스크 진행을 마치고 퇴근하는 도중 노조원들의 퇴근 저지를 받는 과정에서 신체 일부에 충격을 입어 당분간 방송 진행을 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배현진 앵커도 “권재홍 보도본부장은 어젯밤 10시20분쯤 본사 현관을 통해 퇴근하려는 순간 파업 중인 노조원 수십명으로부터 저지를 받았다”며 “차량 탑승 도중 노조원들의 저지과정에서 허리 등 신체 일부에 충격을 받았고 그 뒤 20여 분간 노조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어야 했다”고 전했다.

▲ 5월17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화면(위) /16일 밤 권재홍 앵커가 청원경찰의 호위를 받으면서 차량으로 걸어가고 있다.(아래)ⓒMBC노조
MBC는 <뉴스데스크> 시작에 앞서 17일 밤 8시30분경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권재홍 앵커가 퇴근길 차량탑승과정에서 받은 부상으로 17일부터 앵커직을 잠시 놓게 되었다”며 “권재홍 앵커는 16일 밤 10시경 뉴스데스크 방송을 마치고 퇴근하던 중, MBC기자회 소속 기자들 약 40-50명이 차량을 가로막고, 경력기자 채용을 항의하는 과정에서 타박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MBC는 자사 메인뉴스와 보도자료를 통해 권재홍 본부장의 ‘부상’ ‘타박상’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했으나, 구체적으로 당시 상황에서 어떻게 부상 또는 타박상을 입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실제 권 보도본부장이 부상 또는 타박상을 입었는지 여부도 의문이다.

MBC는 이에 앞서 17일 낮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는 16일 밤 상황을 전하면서도 ‘감금’만을 언급했을 뿐 부상 또는 타박상을 언급하지 않았다.

“MBC 기자들이 퇴근하는 권재홍 MBC 보도본부장의 차량을 가로막아 권 본부장이 30여분동안 차량에 감금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대기 중이던 기자들이 권 본부장의 차량을 둘러싸고 ‘권재홍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는 바람에 차량이 움직일 수 없었다” (MBC 보도자료)

더군다나 MBC 기자들이 ‘시용 기자’ 채용 방침에 반발해 권재홍 본부장의 퇴근을 저지하고 있을 당시에는 청원경찰 40여명이 권 본부장 양 쪽에 길게 도열해 길을 텄고, 권 본부장은 청경들과 함께 정문에 대기하던 검은색 에쿠스 차량에 바로 올라갔다는 게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권 본부장은 또, 에쿠스 차량에 올라탄 뒤 20분 동안 차 안에서 머물렀을 뿐 다시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누구에 의해, 언제, 어떻게 부상 또는 타박상을 입었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MBC노조는 “어제(16일) 촬영한 동영상 원본을 면밀히 재검토한 결과, 권재홍 본부장은 청경 40여명의 보호막 뒤에서 기자들과의 신체적 접촉을 전혀 겪지 않고 자신의 차량에 탑승했다”며 “권 본부장은 기자들이 차량을 에워싸고 ‘시용기자’ 채용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20여분간 다리를 꼰 채 휴대폰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 등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그 과정에서 단 한 번도 허리를 만지는 등의 부상당한 흔적을 보이지 않았다”며 “상식적으로 권 본부장이 기자들과의 충돌로 허리를 다쳤다면 승용차의 뒷좌석에 다리를 꼰 채로 그 시간동안 견딘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상황에 대한 MBC 회사 쪽과 노조 쪽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권재홍 본부장의 부상 소식을 담은 보도자료를 작성한 MBC 관계자는 “청원경찰들과 노무 담당자들이 (본부장을) 배웅하기 위해 나섰고, 권 본부장이 차를 타려다가 (저지하는 노조원들에 의해) 밀리니까 차 문틈에 허리와 엉덩이 사이를 쿵 찌어서 다쳤다는 얘기를 들어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그렇다 한다면) 회사에서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지 말고 증거를 공개하라”고 반박했다.

한편, <미디어스>는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권재홍 보도본부장에게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또, MBC노조원들이 권재홍 본부장을 폭행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있냐는 <미디어스> 기자의 질문에 홍보국 관계자는 “그거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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