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의 파업이 3달을 넘어가면서 MBC 사측이 '시용기자' 채용에 돌입하자 MBC 기자들은 '보도국 점거농성'을 택했다. 그러나 MBC 사측은 MBC 기자들의 점거농성이 예정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5층 보도국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모두 폐쇄했다.

▲ 권재홍 MBC보도본부장 ⓒ연합뉴스

이에, MBC기자들은 시용기자 채용을 MBC 사측에게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MBC보도본부의 수장인 권재홍 앵커에게 항의하기 위해 기습 시위를 진행하려 했으나, 권재홍 본부장은 이 사실이 알려지자 평소와 달리 16일 오후 MBC본사 1층의 분장실, 지하 1층 식당에 전혀 내려오지 않는 등 후배기자들과의 마주침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권재홍 본부장은 평소 <뉴스데스크> 진행 준비를 위해 오후께 1층 분장실을 이용했으며, 저녁 식사도 지하 1층 식당 별실에서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국 점거농성' '권재홍 본부장 기습시위'에 실패한 MBC 기자들은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MBC 본사 지하 1층 로비에서 기자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최형문 기자는 "후배들 앞에 당당하게 모습을 잘 드러낼 자신조차 없는 그런 사람들이 보직본부장 하고 있는 것이 아프지만 우리 일터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최 기자는 "(파업이) 끝나고 나면 이런 사람들과는 같이 일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호 기자회장은 모두발언에서 "17년 회사를 다니는 동안 기자가 보도국에 출입할 수 없었던 적은 처음"이라고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박 기자회장은 "오늘 비대위 회의를 하면서 척후병 조를 나눠 배치를 하고, 본부장 동선을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보도국 진입로를 확보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 MBC 1층 로비 엘리베이터 앞에 사측이 "보도국 시위가 예상됨에 따라 엘리베이터 운행이 조정되었다"는 내용의 알림문을 비치해 놓았다. ⓒ이승욱

박 기자회장은 "오늘 모인 이유는 시용기자 채용 저지를 위한 것"이라면서 "기자회에서 성명을 냈고 트위터나 각종 채용 사이트를 통해서 '김재철에게 속지마세요'라는 글을 유통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시용기자 채용은 올림픽 방송을 이유로 대규모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며 보도본부측이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기자회장은 "권재홍 보도본부장과 황헌 보도국장은 (올림픽 방송만이) 당장의 과업"이라면서 "이 사람들의 자리 보전을 위한 과업 해결에만 관심이 있지 MBC 미래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참으로 후안무치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박 기자회장의 모두발언 후 MBC 기자회는 시용기자 채용문제,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대응 방안에 대해 비공개로 논의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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