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의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이 국민소송인단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PD수첩> 제작진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지난 2008년 4월29일 방송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PD수첩> 방송에 대해 김 아무개씨, 배 아무개씨 등 국민소송인단이 “(보도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MBC와 조능희·송일준 PD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상고를 모두 기각, 원고 패소를 판결한 원심을 지난 10일 확정했다.

▲ 2008년 5월 방송된 방송 ⓒMBC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언론의 자유’를 크게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반 시청자가 방송보도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격권, 이익이 위법하게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며 “방송의 자유는 주관적인 자유권으로 특성을 가질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존립·발전을 위한 기초가 되는 언론의 자유의 실질적 보장에 기여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방송보도로 인해 일반 시청자에게 정신적 고통이 발생하는지 여부와 그 고통의 정도는 시청자의 가치관, 세계관 등에 따라 지극히 주관적·임의적일 수밖에 없고, 일반 시청자의 정신적 고통을 이유로 방송보도를 한 이에게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다면 방송의 자유를 훼손하고 자유로운 의견형성이나 여론형성에 필수적인 방송의 기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결국 이 방송으로 인해 원고들의 인격권이나 재산권이 위법하게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고, 설사 방송으로 인해 불안감, 공포감, 불산감 등을 느꼈거나 정신적 고통을 입었더라도 이 사건 방송을 이유로 피고들에게 그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는 국민소송인단 쪽 변호인으로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소속 이헌, 정주교 변호사와 법무법인 바른 강훈, 박제형 변호사가 참여했다.

앞서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은 <PD수첩> 광우병편 방송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국민소송인단 2,400여명을 모집한 뒤, 각각 100만원씩 24억원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2심 판결에서 모두 패소했다.

한편, <PD수첩> 광우병 편에 대한 5건의 민·형사 상 소송 가운데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MBC를 비롯한 제작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심재철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2008년 7월 “<PD수첩>이 광우병 보도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라도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한 부분은 안전하다’는 자신의 말을 ‘광우병 소로 등심 스테이크를 만들어 먹어도 안전하다’고 왜곡했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하고, 이후 <PD수첩>이 정정보도를 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5억원대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소송은 1심, 2심에서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이 나왔으며,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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