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기사를 문제 삼으며 편집국장에 대해 ‘대기발령’ 징계를 두 차례 내렸던 부산일보가 이번에도 정수장학회에 대한 기사를 문제 삼으며 사회부장까지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부산일보 대주주인 정수재단을 비판한 기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회사 쪽의 움직임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부산일보는 15일 오전, 지난해 11월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투쟁’ 관련 기사 등을 문제 삼아 이상민 사회부장에게 징계위원회 회부를 통보했다. 징계위원회 회부 이유는 이정호 편집국장에 대한 징계위 회부 이유와 흡사하다. 회사 쪽은 “기사불만으로 인한 구독 중지 부수 급증”과 “기사 실명 바이라인 방침 위배(특별취재팀 운용) 등을 이유로 징계위원회 회부를 통보했다. 부산일보 사회부는 정수재단 관련 특별취재팀 기자들이 소속돼 있는 부서다.

부산일보는 징계 이유에서 ‘정수재단’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부산일보 내부를 비롯한 언론계에서는 정수재단 관련 기사가 실린 것에 대한 징계라는 관측이 많다.

▲ 기자들의 책상을 얻어와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이정호 편집국장의 모습(윗)과 회사 쪽의 책상 철거로 비어있는 편집국장 자리의 모습(아래) ⓒ배재정 민주통합당 당선자
이와 함께, ‘대기발령’ 징계를 내렸던 이정호 편집국장의 출근을 본격적으로 막는 일도 벌어졌다.

앞서 부산일보는 지난해 11월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투쟁’ 관련 기사가 지면에 실린 것과 관련해 ‘상사 명령복종 의무 위반’ ‘회사 명예훼손’을 이유로 이정호 편집국장에게 대기발령 처분을 내렸으며, 지난 4월18일에도 포상징계규정(노조 쪽 위원 배제)을 적용해 대기발령이라는 재징계를 내렸다.

이후 4월30일, 부산일보는 법원에 이정호 편집국장을 상대로 ‘직무수행 및 출입금지가처분’을 신청한 데 이어, 부산 동부경찰서에 편집국장을 ‘주거침입 및 퇴거불응죄, 업무방해죄’ 혐의로 고소했다. 또, 회사 쪽은 이날 밤 편집국장의 책상을 비롯한 집기를 철거했으며, 이후에도 편집국장이 기자들의 책상을 얻어와 업무를 수행하자 13일 편집국장의 책상을 다시 철거했다. 그리고 14일 오전부터 부산일보 사옥 1층 현관에서 용역 경비를 통해 편집국장의 출근 저지를 시도했다.

이정호 편집국장은 15일 오후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현관에 용역 경비들이 있는데 이분들이 물리적으로 출근을 막지는 않았고 말로 ‘회사로부터 출근을 못하게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들은 얘기로 하겠다’고 하고 사무실로 올라왔다”고 출근 상황을 전했다. 아울러, “월요일 오전에 열리는 실·국장 회의에 이제까지 징계를 떠나 참석을 했는데 어제(14일)는 참석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실제 총무국장이 회의 참석을 못 하게 막았다”고 덧붙였다.

이 국장은 더 나아가 “회사 쪽에서 아예 작정한 거 같다. 징계 자체가 부당하니까 이 부분에 대해 법적이든 내용적인 부분이든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부장까지 징계위에 회부된 것에 대해서는 “회사가 재단으로부터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작심하고 탄압 강도를 높이는 것 같다. 징계가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배재정 민주통합당 당선인(민주통합당 언론정상화특별위원회 위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정호 편집국장에 대한 물리적 출근 저지를 즉각 중단하고, 임기가 보장된 편집국장을 교체하려는 일체의 ‘꼼수’를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배재정 당선인은 최필립 정수재단 이사장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이명관 부산일보 사장으로부터 이정호 편집국장의 징계 사유가 된 ‘지면편향성’과 그로 인한 ‘구독률 감소’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보고 받은 바 있냐”면서 “‘미래권력 박근혜’를 위해 시작한 사전 정지작업이었지만 되레 부산일보만 언론계의 웃음거리로 만든 무능력 경영진을 해고할 의향은 없냐”고 되묻기도 했다.

한편, <미디어스>는 부산일보 쪽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회의 중”이라는 이유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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