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스 가문의 아들로 영국 리버풀에서 북아메리카의 해안으로 이민 온 바나바스(조니 뎁 분)는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데 앙심을 품은 안젤리카(에바 그린 분)의 저주로 인해 뱀파이어가 되어 땅에 파묻힙니다. 그로부터 200여년이 지난 1972년 바나바스는 우연히 자유를 얻어 후손들이 사는 자신의 저택에 돌아가 옛 사랑 조세트와 꼭 닮은 가정교사 빅토리아(벨라 히스코트 분)에 첫눈에 반합니다.

1960년대 미국 드라마를 팀 버튼이 리메이크한 ‘다크 섀도우’는 시간을 넘어 사랑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뱀파이어와 그의 가문을 중심으로 한 코미디입니다. 뱀파이어가 주인공인 만큼 호러나 고어의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팀 버튼의 영화가 그랬듯이 잔혹도는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지만 어린이 관객이 관람해도 큰 문제가 없는 가족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버지가 부재중인 가문에 선조인 바나바스가 출현해 부성의 부재를 메우며 대가족을 형성한다는 점 역시 가족 영화의 서사에 가깝습니다. 매우 서양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시간을 넘나들며 환생하는 사랑이라는 주제 의식은 인연과 윤회를 떠올리게 해 불교적입니다.

기괴함과 실없음이 공존하는 코미디를 통해 주류의 정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팀 버튼의 영화이기에 ‘다크 섀도우’는 다수의 일반 관객을 위한 대중적인 흥행 영화라기보다는 소수인 그의 팬들을 위한 영화에 가깝습니다. 어머니의 유령을 본다는 이유로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소년 데이비드(걸리버 맥그레이스 분)는 팀 버튼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투영한 등장인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등장인물의 숫자가 많아 다소 산만하면서도 정작 서사는 단순해 심심한 것은 약점입니다. 진정한 여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빅토리아와 주인공 바나바스의 로맨스의 비중이 적으며 강렬한 개성으로 무장한 안젤리카의 비중이 더욱 크기에 빅토리아에 목매는 바나바스의 심리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중반 이후 빅토리아 심리 묘사가 적은 것도 아쉽습니다. 배역을 맡은 배우의 이름값에서부터 차이가 나지만 빅토리아와 안젤리카의 비중에 어느 정도 균형을 맞췄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몇몇 약점에도 불구하고 ‘다크 섀도우’는 눈과 귀가 즐거운 매우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팀 버튼의 페르소나인 조니 뎁은 차치해도 미셸 파이퍼, 에바 그린, 헬레나 본햄 카터, 클로에 모레츠 등 여배우들의 캐스팅만으로도 화려합니다. 미셸 파이퍼는 ‘스타더스트’와 같은 우아하면서도 강인한 마녀의 이미지이지만 끝내 마녀로 변신하지는 않은 것도 나름의 반전입니다. 에바 그린은 영화 전반을 장악하며 카리스마를 뽐냅니다. 클로에 모레츠는 비중이 적은듯하지만 종반에 ‘렛 미 인’을 연상시키는 장면을 부여받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팀 버튼이 자신의 아내 헬레나 본햄 카터에게 할애합니다. 이밖에 ‘드라큘라’하면 떠오르는 크리스토퍼 리가 카메오로 출연해 극중에서 뱀파이어인 바나바스와 독대하는 장면은 의도적인 오마쥬로 보입니다.

화려한 분장과 의상은 화려한 캐스팅의 배우들을 뒷받침합니다. 그들의 배경이 되는 우아한 세트와 그로 인해 완성되는 영상 역시 매우 화려해 하나하나의 장면이 모두 그림과 같이 아름답습니다. 2세기를 넘어온 뱀파이어가 현대 문명에 익숙하지 않아 빚어내는 좌충우돌이 소소한 웃음을 유발하듯 ‘다크 섀도우’에는 미국적인 것과 영국적인 것, 근대와 현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합니다.

팀 버튼의 파트너인 대니 엘프만이 음악을 맡았지만 그의 오리지널 스코어보다는 1970년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다양한 올드 팝과 앨리스 쿠퍼가 직접 등장해 노래를 부르는 등 락의 선곡이 인상적입니다.

영화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영화관의 불꺼지는 순간과 책장을 처음 넘기는 순간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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