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회삿돈 수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조민제 국민일보 회장을 곧 불구속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한겨레> 보도 이후, <국민일보>가 연일 지면을 통해 한겨레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회장의 횡령 혐의와 관련한 검찰 쪽 움직임을 보도한 한겨레 기자를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지난 4월20일 <배임 이어 횡령까지…국민일보 회장 ‘궁지’> 기사를 통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김영종)는 조 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디지웨이브의 회삿돈 수억원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쓴 사실을 확인했다”며 “검찰은 2008년 11월 신문발전기금에서 지원받은 1억3천여만원을 조 회장이 전용한 혐의도 수사중이다. 검찰은 조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뒤 이달 말이나 늦어도 5월 초에는 그를 횡령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특별취재팀 꾸려 대대적으로 한겨레 공격 나서

▲ 2012년 4월23일치 국민일보 보도 ⓒ국민일보
이 보도가 나간 뒤, 국민일보는 즉각 반발했다. 기사, 사설 등을 통해 해당 기사가 사실이 아님을 밝히면서 아예 특별취재팀을 꾸려 “한겨레가 기독교 공격, 폄훼에 앞장서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나섰다.

국민일보는 먼저, 4월23일치 <한겨레 보도 사실과 달라>는 기사를 통해 “한겨레신문의 지난 20일자 보도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며 한겨레 기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민일보는 그러면서 “한겨레의 이 같은 보도가 국민일보와 최고 경영진의 명예를 훼손할 악의적인 의도가 있다”며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그 동안 한겨레가 해고된 조상운 전 노조위원장 등의 일방적인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해 국민일보를 지속적으로 폄훼했다”며 강력 대응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날 사설을 통해서는 “(한겨레 기사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편견을 갖고 판결을 주문하는 듯한 보도를 하다니, 언론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악의적으로 제보한 사안에 대해 언론이 덩달아서 유죄를 확신하는 듯한 보도를 일삼는다면 형법상 무죄추정원칙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아울러, 같은 날 <한겨레, 한국교회 만만한가?… 툭하면 공격·폄훼에 교계 공분> 기사에서는 더 나아가, 한겨레의 기독교 관련 보도 전반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국내 일간지 중 한겨레만큼 한국교회에 대해 지속적으로 부정적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은 드물다. 한겨레의 기독교 공격은 단순한 교회내의 문제를 보도하는 차원을 넘어선다”며 “한겨레는 기독교에 대한 편파적 시각을 갖고 기독교 때리기의 최선봉에 서 있다는 것이 교계의 일관된 목소리”라고 주장했다.

▲ 2012년 4월23일치 국민일보 기사 ⓒ국민일보
검찰을 향한 불만도 드러냈다.

국민일보는 같은 날 <음해성 진정 확인단계서 언론에 유출… 검 수사 파행>을 통해서는 “검찰이 국민일보 조민제 회장에 대한 수사를 이례적으로 2년째 계속하면서 통상의 수사 절차 및 수사 관행에서 크게 벗어난 파행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며 “특히 수사 진행 사항과 미확정 혐의 내용이 특정 언론에 유출되고 있어 검찰 수사가 특정 세력에 의도된 방향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 뿐 아니다.

국민일보는 4월24일 <한겨레, 기독교 비판기사 타 중앙지의 2~3배> 기사를 통해서는 한국교회언론회가 지난 2010년 한 해 동안 10대 중앙일간지의 각 종교별 보도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전하며 “국내 일간신문 가운데 기독교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언론은 한겨레로 드러났다. 특히 한겨레는 교회비판을 넘어 아예 기독교에 대해 안티 수준의 보도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지면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걸까. 국민일보는 더 나아가 조민제 회장 관련 기사를 쓴 한겨레 기자를 고소했다.

해당 기사를 쓴 김태규 한겨레 기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어제(10일) 서울서부지검에서 연락이 와서 고소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고소 이유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허위사실을 통해 조민제 회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국민일보 쪽의 고소 취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규 기자는 이와 관련해 “일단은 무고죄로 맞고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일 계속되고 있는 국민일보의 한겨레 때리기에 대해, 한겨레 안수찬 기자는 4월25일 칼럼에서 성경 구절을 인용해 현 국민일보의 행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면서 하신 말씀이 누가복음(루가의 복음서) 23장에 있지요.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릅니다.” 조(민제) 회장님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계시나요. 젊은 기자들을 무더기로 고소하고,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난하는 기사가 지면에 실리도록 방치하는 게, 빈자의 헌금으로 천막교회를 짓던 일의 본심이었나요. 그건 아니겠지요?

한편, 국민일보 파업 140일을 맞아 기독교인 1540명은 10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과 교회를 사랑하는 평범한 기독교인들로서, 한국 교회의 헌금으로 세워진 국민일보는 조용기 목사 일가에 의해 사유화될 수 없는 한국교회 공동의 자산임을 천명한다”며 “국민일보 문제는 언론개혁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교회개혁의 문제이며, 국민일보 노조를 넘어 한국 교회 전체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들은 그러면서 국민일보 회사 쪽을 향해 “파업 중에 발생한 고소·고발을 즉시 취하하고, 이로 인해 고통 받았던 이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라. 공정보도를 위한 완전한 편집권을 보장하여, 균형 있는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라”며 조민제 회장을 비롯한 조용기 가문은 국민일보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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