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관련 발언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YTN 방송 출연을 두고 내부에서 “출연 섭외 과정부터 의문 투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10년 3월, 한 강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뛰어내리기 바로 전날 이 계좌가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10만원짜리 수표가 든 거액의 차명계좌가…”라는 발언과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10일 오전 11시 YTN <뉴스 현장> ‘화제의 인물’ 코너에 출연했다.

▲ 5월10일 YTN 뉴스에 출연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 ⓒYTN 방송 화면 캡처
조 전 청장은 YTN 출연 하루 전인 9일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조사 직후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문제의 차명계좌 발언에 대해 당연히 후회한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족에게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이날 방송에서는 차명계좌와 관련한 발언이 집중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상은 달랐다. 조 전 청장은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고문을 맡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자랑스럽게 말했으나, 차명계좌와 관련한 앵커들의 질문에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입장만을 되풀이 했다. 앵커들이 재차 조심스럽게 질문을 이어가자 조 전 청장은 “차명계좌는 이제 그만 하시죠” “차명계좌에 대해 자꾸 물으시면 제가 출연하지 않겠다고 했는데”라는 발언도 서슴없이 내뱉었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차명계좌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물을 게 아니라면 출연시킬 이유가 없는 사람을 출연시켜 자기 변명과 자랑만을 들어줬다는 이유에서다.

YTN노조에 따르면, 조 전 청장이 방송에 출연하게 된 직접적인 배경에는 보도국장이 있었다. 출연 배경을 묻는 노조의 질문에 윤두현 보도국장은 “이틀 전(8일) 조현오 씨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출연 의사 타진이 오간 뒤 출연이 이뤄졌다”며 “딱히 특정 주제가 없더라도 물어보고 싶은 것이나 본인이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출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섭외 과정에서 조 전 청장은 “차명 계좌 문제를 집요하게 물으면 (대답하기 어려워) 방송 사고 날 수도 있다”는 말을 사전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YTN노조는 10일 성명을 통해 “YTN 스스로 무시당하면서까지 이런 인사를 ‘모셔야 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YTN이 검찰 조사를 받은 사람의 혐의에 대한 자기 변명과 자랑을 들어주는 곳인가”라며 “큰 파문을 일으킨 차명 계좌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물을 게 아니라면 출연시킬 이유를 도무지 찾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미디어스>는 조현오 전 청장 방송 출연과 관련한 보도국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회의 중’이라는 이유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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