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의 파업이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김재철 사장이 노조 쪽에 노사 및 시청자대표가 참여하는 공정방송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나서 주목된다.

MBC 관계자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은 지난 7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회사 및 노조 쪽 인사와 더불어 외부 인사로 구성된 공정방송협의체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낙하산 사장’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회사 및 노조 쪽 인사로 구성된 ‘사장선임위원회’에 대한 입장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최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회의에서도 여당 추천 이사 쪽에서 공정방송협의체와 관련한 언급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김재철 MBC 사장 ⓒMBC
김재철 사장의 언급 직후, MBC는 8일 오후 사내 게시판에 노·사·시청자대표가 참여한 ‘공정방송협의체 구성’을 공식 제안했다.

MBC는 먼저, 제안 배경에 대해 “공정방송과 관련한 노사 간의 이견 해소를 위해 외부 전문가들을 시청자 대표로 참여시킨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현 단체협약에 따라 노사 동수로 구성되는 공정방송협의회는 견해가 일치하지 않을 때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이고, 이번 파업도 공정방송에 대한 노사의 견해 차이에서 출발했다고 덧붙였다.

MBC는 공정방송협의체의 구성, 운영 방식 등은 MBC 구성원의 협의로 확정하며, 시청자 대표는 방송 보도·제작 경험이 있거나 유관 분야 전문가를 우선으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MBC 그러면서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 안은 현재 공정방송협의회를 확대해 회사대표 5명, 노조 대표 5명, 시청자 대표 5명 또는 10명으로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고, 두 번째 안은 현 공정방송협의회 와는 별개로 총 15명 또는 총 9명의 위원으로 독립적인 공정방송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김재철 사장이 먼저 떠나는 게 순리”

그러나 이 같은 회사의 제안에 대해 노조 쪽은 “난데없는 제안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내놓은 다급함 몸부림일 뿐”이라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그 동안 불공정 보도와 관련해 단체협약 상에 명시된 공정방송협의회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던 회사 쪽이 갑작스럽게 공정방송과 관련한 논의를 하자고 제안한 취지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MBC노조는 9일 발행한 특보를 통해 “노조는 작년 11월30일 이후 불공정한 한미FTA 보도 등과 관련해 회사 쪽에 공정방송협의회를 열자고 끊임없이 제안했지만 김재철과 회사 쪽은 단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며 “그 동안 편파·왜곡 방송으로 시청자의 신뢰를 저버린 김재철 사장이 먼저 떠나는 게 순리”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공정방송과 관련한 성숙한 논의는 김재철이 사라진 뒤 MBC 구성원과 시청자, 각계 전문가들이 모두 모여 고민할 일이지 낙하산 김재철 사장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며 “앞으로 김재철 사장과 회사 쪽의 ‘아니면 말고’식 거짓 제안에는 일절 대응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야당 추천 이사인 정상모 이사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파업 문제를 호도하기 위한 제안”이라며 “파업에 대한 정당성 문제를 물타기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공정방송협의체를 어떻게 구성할지, 어떤 역할과 임무를 줄 지 등 관련해서 논의해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면서 “물론 원론적으로 공정방송 문제를 다룰 수 있는 협의체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적절치가 않다.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의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재철 사장이) 공정방송 문제를 협의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이미 단체협약 상 공정방송협의회가 있기에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면 되는데 무시하고 외면하다가 제안한 것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정말 공정방송에 대한 협의 기구가 될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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