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파업 중인 언론노동자들을 위한 ‘시국 미사’를 진행하기 위해 7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광장을 찾았다. 정의구현사제단이 지지발언을 위해 언론사 파업현장을 찾은 경우는 있었지만 직접 ‘방송의 민주화’를 촉구하며 시국 미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미 쇠고기 협상, 용산참사, 4대강 사업, 쌍용차 사태 등 사회 현안에 대해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 정의구현사제단이 7일 오후 KBS 새 노조와 MBC 노조가 노숙농성을 위해 텐트를 친 여의도 공원을 찾아 미사를 열었다. ⓒ이승욱

정의구현사제단 김인국 신부는 먼저 파업 중인 언론노동자들에게 지지의 말을 전했다. 김 신부는 “말을 살리고 방송을 살려서 민주주의, 나아가 생명평화를 이루려는 여러분의 숭고한 뜻을 한마음으로 지지하고 응원하기 위해 여러분께 달려왔다”고 밝혔다.

김 신부는 “눈 감고 귀 막고 혀 잘린 채 지낼 것을 강요받는 치욕은 견딜 수 없이 괴로웠을 것”이라며 “ 그래서 취재현장과 방송현장을 떠나 마이크와 카메라를 놓고 이렇게 파업을 벌이고 있는 것”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의 아름다운 투쟁이 자유언론 방송독립의 열매를 거두게 해주시라고 하느님께 기도하겠다”고 전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미사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4대강이 만신창이가 되고 제주 구럼비가 산산이 부서지는 것도 방송과 언론이 제구실을 하지 못한 결과”라면서 “당장 언론부터 살려야 민주주의와 생명평화의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사를 주례한 정의구현사제단 전종훈 신부는 “여러분의 승리가 국민의 승리고 이 나라의 승리가 되리라고 믿는다”면서 “공정방송, 그것이 이 세상을 바꾸는 첫 시작임을 믿는다”고 전했다.

200여 명의 KBS 새 노조, MBC노조 조합원들과 천주교 신자들이 참석한 미사는 한 시간 반 가량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 KBS 새 노조와 MBC 노조가 7일 오후 여의도 공원에 80개의 텐트를 설치하고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이승욱

한편, 이날 오후 2시 반부터 양대 노조는 여의도 공원에 80동의 텐트를 설치하고 ‘여의도 희망 캠프’를 열었다. KBS 새 노조와 MBC 노조원 150여 명은 텐트를 지키며 ‘공정방송 쟁취’라는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무기한 노숙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들은 출정식 투쟁선언문에서 “<여의도 희망캠프>는 언론자유와 공영방송의 독립을 찾아 거리로 내몰린 공영방송 언론인들의 보루, 언론자유를 향한 열망이 꺾이지 않는 양심적 공영방송 언론인들의 보루이며 꺾이지 않는 양심”이라며 “국민 여러분이 함께 해 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12일과 13일 낮 ‘여의도 희망캠프’에서는 시민과 언론지망생들을 상대로 각 분야의 방송 전문가 조합원들이 다양한 강의를 진행하는 <MBC, KBS 방송대학>이 열릴 예정이며, 그 외에도 후원 장터와 팟캐스트 공개방송 등 각종 프로그램이 계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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