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입니다. 기나긴 파업의 여파로 침체를 넘어 몰락의 나락으로 빠지고 있는 MBC 예능 프로그램의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1박 2일의 부진, K팝스타의 종영으로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일요일 밤 예능의 격전지에서 승리를 노려볼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합니다. 엄청난 화제와 논란, 비판과 옹호의 중심에 선 화두를 던지는 프로그램의 부활이었기에 시청자들의 관심도 엄청났습니다. 나는 가수다의 두 번째 시즌. 돌고 돌아 김영희 PD와 함께 새롭게 시작한 이들의 재출발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야말로 소문난 잔치, 수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걱정하고 의심하고 기다렸던 파티, 바로 그것이었어요.

그래서 첫 번째 생방송을 마친 지금은 어땠을까요. 다양한 바람만큼이나 다양한 반응일 것입니다. 생방송 진행은 생동감과 긴장감을 더더욱 불어넣으며 출연자들이 느끼는 압박감과 감동을 생생하게 전해주었지만, 신장개업 집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부산스러움과 정리되지 않음도 함께 묻어 나왔습니다. 이런 복잡하고 정신없는 기분은 새로이 투입된 MC 노홍철 특유의 캐릭터와 초짜 진행자 박은지의 미숙함 때문에 더욱 배가되었죠. 세련됨이 부족하다는 것이 첫 발을 내딛는 프로그램에게 지적할 만큼의 큰 흠은 아니지만 개선이 필요한 부분임은 분명하죠.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왔던 청중 평가단만의 순위 선정은 생방송을 시청하는 이들의 참여를 보장하면서 그들만의 잔치라는 불만과 소외감을 잠재웠습니다. 동시에 청중 평가단과 시청자들의 순위가 달랐다는 김영희 PD의 말처럼, 현장에서 느끼는 감동과 화면을 통해서 전달되는 섬세함의 균형을 맞추며 누구나 충분히 납득할 만한 평가 기준을 세웠죠. 물론 회가 거듭할수록 순수한 무대의 평가가 아닌 특정 가수의 팬덤이 유입된다든지, 1등 가수 역시도 프로그램을 하차하는 방식이라든지 몇몇 논란이 생길 여지는 분명히 있지만 시즌 1의 방식보다는 훨씬 더 진일보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나가수의 순위가 비난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청중평가단과 시청자 사이에서 벌어졌던 괴리, 공감과 설득력의 부족이었으니까요.

당연히 생방송으로 인한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라이브의 생생함은 MC 이은미가 말한 것처럼 출연 가수들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기에는 아쉬운 음향과 준비의 부족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라이브를 준비하고 그 단 한 번의 무대가 순위를 결정한다는 압박감으로 몇몇 가수들의 음정은 불안했고, 음이탈이 있기도 했고, 목의 컨디션은 모두 좋지 않았습니다. 하나같이 쉰 목소리로 무대 위에서의 실수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는 나가수 시즌2의 무대는 시즌 1에서의 완성도와는 분명 거리가 있을 것입니다. 방송 사고를 예측할 수 없고, 어떤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출연하는 가수들의 부담감은 더욱 더 가중될 것입니다. 생방송이란 바로 이런 위험한 도박이에요.

하지만 이런 수많은 작은 지적거리에도 불과하고, 저는 나가수의 재출발을 환영합니다. 이미 순위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습니다. MC들의 자질과 조합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제 이은미의 무대를 볼 수 있습니다. 이수영이 복귀했습니다. 백두산이 건재함을 자랑하고 JK 김동욱이 렙을 합니다. 이영현이 잔잔한 발라드로 감정을 만들면 박미경이 고음을 과시합니다. 이들이 그동안 대중 앞에서 노래할 공간이 없다며 선택한 서바이벌의 잔인한 길입니다.

사실 그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1위 선정에 놀라며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흘리는 이수영의 리액션 하나만으로도 모든 논란을 잠재울 만큼의, 나가수 존재 이유의 모든 것이 다 설명되니까요. 한때 그야말로 자신의 시대를 만들었던 가수가 ‘디따 오랜만에 1위를 해봤다’며 오열하는, 가수가 가수의 무대를 찾지 못했던 이 뒤틀린 세상에서 나가수는 반드시 필요한 프로그램입니다. 우리에겐 여전히 이렇게 강제로 잊혀졌던 수많은 ‘가수’들이 있습니다. 나가수는 우리에게, 그리고 그들에게 소중한 공간으로 있어 주어야만 합니다. 먹을 것이 많은 소문난 잔치, 쭉 이어져야만 하는 소중한 잔치가 시작되었습니다. 매주 일요일 저녁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생겼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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