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기기 전용 소셜TV인 ‘손바닥TV’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던 황희만 MBC C&I 사장이 최근 전격 경질됐다. 황 전 사장은 지난 2010년 보도본부장에 이어 부사장에 임명되는 등 지난 몇 년 간 승승장구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자신을 기용했던 김재철 사장에 의해 경질되는 운명을 맞았다.

황희만 전 사장은 김재철 사장이 MBC 사장으로 임명되기 이전부터 ‘낙하산’으로 지목돼, 거센 퇴진 요구를 받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황 전 사장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보도국에서 함께 근무했던 구성원들은 당시 퇴진 투쟁을 진행하면서도 “보수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사람 자체에 대한 평판은 나쁘지 않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09년 신경민 당시 <뉴스데스크> 앵커를 축출하는 데 기여한 전영배 신임 MBC C&I 사장이 “MBC 불공정· 편파 방송의 주범”이라는 격한 비난을 받고 있는 것과는 다소 상반된 평가다.

▲ 2010년 2월9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입구에서 노조원들이 신임 이사로 선임된 황희만 이사의 출근을 막고 있다. 황이사는 출근하지 못하고 잠시후 돌아갔다. ⓒ연합뉴스

김재철에 의해 기용된 황희만

황희만 전 사장이 MBC 전면에 나선 것은 지난 2010년 초이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지난 2010년 2월8일 이사회에서 황희만 당시 울산 MBC 사장을 보도본부장 및 이사 후보로 결정했다. 당시 엄기영 MBC 사장은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해 황희만 사장이 아닌 다른 인사를 본부장 후보로 추천했으나 방문진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결국 엄 사장은 크게 반발하며 사표를 제출했다. MBC노조는 방문진 추천으로 임명된 황희만 보도본부장을 ‘낙하산’으로 규정, 저지 투쟁에 들어갔다.

당시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황희만 보도본부장 선임에 대해 “황 본부장은 서울 강동구의 한 교회에서 집사를 맡고 있는데, 그 교회의 목사가 청와대 예배를 인도할 정도로 청와대와 막역한 사이”라며 “(청와대에서) 보도본부장을 황희만씨로 하도록 요청이 있었던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손바닥TV와 함께 화려하게 부활했으나…

‘부적격 인물’로 분류되던 황희만 전 사장은 ‘세계 최초의 소셜TV’를 지향하는 손바닥TV와 함께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는 지난해 2월, MBC 자회사인 MBC미디어텍 사장으로 임명된다. 그리고 그 해 8월, MBC프로뎍선과 MBC미디어텍이 합병돼 콘텐츠 제작 및 유통, 방송제작기술과 방송IT사업 등을 담당하는 MBC C&I(씨앤아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된다.

▲ 첫 스마트 기기 전용 채널 '손바닥TV'의 개국 간담회에서 황희만 대표가 모델들과 함께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스마트기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MBC C&I의 대표적인 콘텐츠인 손바닥TV는 스마트기기만을 위한 전용 채널로 지난해 12월2일 개국했다. 손바닥TV는 개국 3주 만에 자체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가 40만건을 돌파했다. 또, 개국 4달 만에 하루 평균 시청 인원이 44만여명에 달할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손바닥TV는 <이상호의 손바닥 뉴스>를 비롯해 <최일구의 소셜데스크> <박명수의 움직이는 TV> 등 시사부터 예능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했다. 특히 손바닥 뉴스의 경우, 여야를 막론한 유명 정치인들이 직접 스튜디오에 출연해 입담을 펼쳤으며, 장자연 관련 특종 등 보도들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황희만 전 사장은 지난 4월19일, 김재철 사장에 의해 전격 경질됐다. MBC는 황 전 사장의 자리에 전영배 전 보도본부장을 임명했고, 전영배 신임 사장은 취임 11일 만에 <이상호의 손바닥 뉴스> 폐지를 전격 통보했다. BBK 김경준 속보와 파이시티 현장르포 보도를 불과 며칠 앞 둔 상황이었다.

이번 황 전 사장의 ‘경질’은 그 동안 김재철 사장이 <손바닥 뉴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던 점을 비춰봤을 때, 문책성 인사 성격이 짙다.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그 동안 손바닥TV에 대해 “좌빨 방송”이라며 노골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은 2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도 MBC C&I 사장 교체 이유에 대해 “손바닥 TV는 새로운 <나꼼수>가 될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3월 MBC는 “손바닥 TV에 최일구 앵커가 출연해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고, 김재철 사장을 비난하는 멘트를 했다”며 황 전 사장에게 해명을 요구했다가 사실 무근으로 밝혀진 일도 있었다.

작심한듯 할 말은 하고 떠나

한 때 거센 퇴진 압박을 받았던 그였지만, 황 전 사장은 MBC C&I를 떠날 때 작심한 듯 MBC 경영진을 향한 뼈 있는 발언도 서슴없이 내뱉었다.

황 전 사장은 지난 4월 19일, 경질 소식이 전해진 직후 사원들에게 당부의 글을 통해 마지막 작별 인사를 전했다. 이 글에는 손바닥TV의 특성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을 비판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황 전 사장은 “감사한 것은 콘텐츠와 인프라가 손을 잡고 손바닥 TV라는 뉴미디어를 개척해 준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소셜TV인 손바닥 TV에 대해 본사 일부에서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interactive(상호 소통)인 손바닥TV는 일방이 다중한테 보내는 broadcasting의 MBC TV와는 성격이 다른데도 일부 인사들은 MBC TV의 관점과 시각으로 손바닥TV를 바라보고 재단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며 “뉴미디어가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갑갑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언론사로서 MBC TV는 진실과 Fact를 중심으로 엄정중립자세에서 바라보고 이를 정리해서 전달해주는 것이 본령이라 생각한다. 손바닥TV 역시 공영의 큰 틀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전달방식의 기본은 국민이 참여해서 서로의 생각을 전달하고 함께 공유하는 광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황희만 전 사장은 <미디어스>의 취재 요청에 대해 “짤린 사람이라서 할 말이 없다. 사원들에게 남긴 글에서 할 말을 다 했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황희만 전 사장은 1954년생으로 익산 남성고,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1981년 11월 MBC 보도국에 입사한 뒤, 1997년 7월 보도국 뉴스편집2부 앵커, 2000년 6월 보도국 LA특파원, 2003년 3월 보도국 정치부장을 거쳐 2009년 3월 울산MBC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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