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옥션, 다음, LG텔레콤, 하나로텔레콤 등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연달아 터지고 있다. 지난 2월 청와대 해킹 사실도 뒤늦게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높아가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공화국’이라는 오명이 나올 정도다.

디지털타임스는 오늘자(24일) 23면 사설 <개인정보 유출 근본대책 시급하다>에서 경실련의 63개 주요인터넷사이트의 실태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어 "개인정보를 유용하거나 악용하고도 과태료 수준의 행정처분에 그칠 수밖에 없는 현행 법체계는 좀더 엄하게 강화돼야 할 것"이라며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전자신문 24일자 6면
한편 지난 23일 서울지방경찰청이 하나로텔레콤 측에서 600만명의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한 혐의로 박병무 전 사장과 전ㆍ현직 지사장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가운데 같은 날 조신 하나로텔레콤 사장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조신 사장의 간담회는 하나로텔레콤이 SK 텔레콤에 인수된 이후 처음 가진 자리라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국민일보, 동아일보, 파이낸셜뉴스, 한겨레, 한국일보 등 대다수 일간지들은 24일자 IT관련 지면을 통해 조신 사장의 첫 기자간담회를 보도했다. 조신 사장은 SK그룹과의 시너지 등 향후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개인정보 유출사태에 대해서도 “불미스러운 일이지만 교훈을 삼아 피해 보상 등 적절한 조치를 적극 취하겠다”고 밝혔다.

전자신문도 이날 기자간담회 기사를 24일자 6면 <“정보유출 교훈 삼아 고객서비스 개선할 것”>이라는 제목으로 실었다. ‘고객 가치(CV) 제고’를 최우선 경영 과제로 삼겠다는 조신 사장의 발언을 강조하며 ‘실질적인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소개했다. 정보유출건을 계기로 적극 피해보상과 함께 고객가치(CV)관련 유통망, AS센터, 콜센터 등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전자신문을 포함한 다수의 기자간담회 기사에서는 하나로텔레콤의 정보유출 건이 ‘단순 사고가 아니다’라는 특이점이 부각되지 않았다. 이번 하나로텔레콤의 경우는 옥션 등 최근 사고와는 본질적으로 맥락이 다르다.

서울신문은 24일자 3면 기사 <‘고객 개인정보 장사’ 파문 - ‘하나로텔’ 가입탈퇴자 명의도용돼 현금 샌다>에서 "기업들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고객 동의없이 텔레마케팅 업체 및 계열사 등에 넘기는 ‘고객 개인정보 장사’를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하나로텔레콤은 600여만명의 고객 정보를 멋대로 1000여개 텔레마케팅 업체에 제공하다 경찰에 꼬리를 잡혔다“고 보도했다.

▲ 서울신문 24일자 3면
이번 사고가 회사 차원의 ’고의적인 불법 사용‘으로 발생한 ’고객 개인정보 장사‘라는 것이다. 또 서울신문은 “하나로텔레콤의 정보 불법사용에 대한 피해는 스팸전화 뿐 아니라 명의도용에 의한 소액결제 등 ‘2차 피해’까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시민들은 기업들의 ‘고객 개인 정보 장사’에 분개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3면 기사 <‘고객 개인정보 장사’ 파문‘ - 경찰의 ’불법‘ 지적 무시...정보제공>에서도 "업계 2위 유선통신업체인 하나로텔레콤의 고객 정보 불법이용 사건은 피해자 1081만명의 정보가 유출된 옥션보다는 적은 600만명"이라면서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보 유출이 대부분 실수나 부주의, 대리점의 과욕으로 빚어졌지만 하나로텔레콤의 경우는 고의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에는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불법 행위임을 지적했으나 하나로텔레콤 측에서는 정보제공 수준이었다고 변명하는 내용도 있다.

이 정도면 조신 하나로텔레콤 사장은 '대국민사죄문'을 발표해야 할 만큼 초대형급이다. 그럼에도 23일 기자회견에서 조신 사장이 밝힌 대응책은 시급하지도 실질적이지도 않아 보인다. 하나로텔레콤 입장에서는 '비상사태'에 버금가는 '불법 장사'라는 비판에 대해 충분히 해명해야 한다. 국민의 불안감과 분개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기업들의 정보보호 인식 부재에 대한 날카로운 추궁은 언론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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