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대법원의 무죄 확정에도 불구하고 <PD수첩> 광우병 편 제작진을 징계하고 사과 방송을 내보낸 행위가 적절했는지를 법적으로 판단하는 법원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3년 넘게 이어진 법적 공방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음에도 MBC로부터 정직과 감봉 등 중징계를 받은 <PD수첩> 광우병 편 제작진이 MBC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무효소송 및 정정보도 청구 소송의 첫 조정이 2일 오전 10시 서울 남부지방법원 318호 조정실에서 열렸다.

▲ 제작진을 비롯한 MBC 시사교양국 PD들이 2일 오전 9시30분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PD수첩'이 옳았다”며 “부당한 징계를 자행했던 김재철 사장은 물러나라”고 촉구하고 있다. ⓒ미디어스

이번 소송의 원고는 <PD수첩> 제작진이고, 피고는 김재철 사장과 MBC다. 지난 2009년부터 3년 간 이어진 명예훼손 관련 공판에서 MBC와 한 편이 되어 검찰 및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들과 치열한 법정 공방을 진행했던 <PD수첩> 제작진은 이번에는 MBC와 김재철 사장을 상대로 법정 공방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MBC쪽 변호는 법무법인 세종이 맡는다.

이날 열린 조정에서 재판부는 양 쪽에 조정안 수용 여부를 물어보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PD수첩> 제작진은 조정안 수용 여부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회사 명예훼손을 이유로 제작진을 징계한 것은) MBC라는 언론사에서 50년 동안 유례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재판을 통해 판결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결국 오는 6월13일, 한 차례 더 조정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재판 조정 시작에 앞서 <PD수첩> 제작진을 비롯한 MBC 시사교양국 PD들은 이날 오전 9시30분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PD수첩>이 옳았다”며 “부당한 징계를 자행했던 김재철 사장은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먼저, 최근 미국에서 또 다시 광우병 소가 발견된 것에 대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경고했던 <PD수첩>의 정당성이 다시 한 번 입증된 것”이라며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에서 안전하다’는 MB정부의 주장이 괴담이었음을 증명하고 있으며, <PD수첩> 탄압에 앞장선 김재철 사장이야말로 징계 받을 사람임을 역설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능희 당시 <PD수첩> 광우병 편 담당 책임 PD는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겨우 살아서 돌아왔는데 방심한 사이 (MBC가) 등에 칼을 꽂았다”면서도 “언론인으로서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춘근 PD도 “이번 소송이 공정방송 MBC를 사유화 하고 망가뜨린 김재철의 행위를 바로잡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라며 “흔들리지 않고 국민들만 믿고 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4월29일 방영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제작한 <PD수첩> 제작진은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및 당시 협상 관계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기소됐다.

검찰은 제작진 전원에게 징역 2~3년을 구형했지만 1심, 2심 법원에 이어 2011년 9월2일 대법원도 “국가기관의 정책결정, 업무수행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이는 언론 보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때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며 언론의 자유를 강조하며 제작진 전원에게 무죄를 판결했다.

하지만 MBC는 며칠 뒤인 9월5일<뉴스데스크>를 통해 사과방송을 내보낸 데 이어 6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등 주요 일간지에 광고를 내어 사과문을 그대로 게재했다. 또, 9월20일에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회사 명예훼손’을 이유로 조능희·김보슬PD에게 정직 3개월, 송일준·이춘근PD에게 감봉 6개월, 당시 정호식 외주제작국장에게 감봉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에 그 해 12월, <PD수첩> 제작진은 징계무효소송 및 사과방송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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