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정동 경향신문 사옥. ⓒ미디어스
경향신문이 오늘(1일)까지 사장을 공모하는 가운데, 이대근 편집국장 등 경향신문 간부들이 사장 공모에 의사가 있었던 한 인사를 찾아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막겠다"며 공모 포기를 종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23일부터 1일까지 사장 공모를 진행하고 있으며, 경영자추천위원회 1차 심사 등을 거쳐 주주총회에서 최종적으로 사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송영승 현 경향신문 사장이 연임 의사를 밝힌 가운데, 경향신문 기자, 노조위원장 등을 지낸 강병국 변호사 역시 사장직에 도전할 의사가 있었으나 이대근 편집국장 등 경향신문 간부들로부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막겠다"는 말을 들은 이후 공모 의사를 접었다. 사장 공모 공고가 나간 지 이틀 후인 4월 25일 벌어진 일이다.

강병국 변호사는 1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송영승 사장과는 경향신문 동기이기도 해서 사장 공모 공고가 뜬 다음날(4월 24일) 송 사장을 만나 공모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이튿날 이대근 국장 등 간부들이 만나자고 요청해서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강 변호사가 사장이 되는 것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막겠다' '조직의 안정성을 해친다'고 말하더라"며 "이후 공모 의사를 접었으나, (간부들이) 공모제로 시행된 선거를 직접 방해한 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송영승 사장의 명시적 지시가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간부들의 과잉 충성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사장 선임에 있어서 1차 심사 권한을 가진 경영자추천위원회는 30일 회의를 열어 "사내 간부가 후보를 찾아간 것은 경영자추천위원회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고조치한다"고 결론내렸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처벌 조항을 신설키로" 했다.

또, 경추위는 강병국 변호사가 연임의 뜻을 밝힌 송영승 현 사장을 찾아가 사장 공모와 관련한 이야기를 한 부분에 대해서도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 내리며, "(강 변호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기로" 했다. 경향신문은 편집국장 등 주요 간부들의 선거개입 행위가 드러났음에도 공모 일정을 예정대로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추위의 결론에 대해 강진구 경향신문 노조위원장은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장 선거의 적법성과 절차적 하자를 치유하는 일차적 판단 권한이 경추위에 있기 때문에 경추위에서 이 문제를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강진구 위원장은 "이대근 국장 등 간부들에 대해 형식적인 경고 조치에 그쳤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간부들에게 공개사과 등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며 "현직 후보(송영승 현 사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형평성을 잃은 처사다. 향후 집행부 회의 등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정현 경영자추천위원장은 '형평성을 잃은 처사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미디어스>의 질문에 "22명의 위원들이 열띤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이라며 "더 이상은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부당 선거개입 논란의 당사자인 이대근 편집국장은 <미디어스>의 취재 요청에 "사내에서 논의가 다 끝난 문제"라며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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