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이 워낙 많이 나왔기 때문에 사람들이 질려가고 있을 무렵에 <케이팝스타>가 등장했다. 그런데 의외로 <케이팝스타>는 성공을 거뒀다. 이제 오디션에서 더 이상 새로운 뭔가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신선한 느낌도 줬다.

바로 현재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대형기획사들이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케이팝스타>는 대형기획사들이 직접 세계적 스타로 키울 사람을 뽑는 오디션이라는 형식을 취했다. 이것이 오디션의 스타판타지를 극대화했다.

그 전까지 오디션들은 막연히 사람들을 뽑아서 가수가 되는 길을 열어준다는 구도였다. 그랬던 것이 이번에 대형기획사들이 직접 나서면서 더욱 구체적인 스타탄생의 판타지가 만들어진 것이다.

SM이나 YG, JYP는 요즘 들어 실패 사례가 거의 없을 정도로 만들어내는 족족 한류 스타로 키워내고 있다. 따라서 다른 오디션들처럼 막연히 가수로 만들어준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구도가 될 수 있었다.

그런 기획사의 대표적인 인물들이 나와 저마다의 견해나 조언을 밝히는 것도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하는 말이 예능 MC들처럼 재밌지 않아도 대중은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주목했다.

<케이팝스타>는 뒤이어 각 기획사들의 트레이닝 과정도 보여줬다. 도전자들이 대형기획사의 트레이닝을 통해 어떻게 연예인처럼 변해가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케이팝스타>를 통해 정작 스타가 된 건 바로 대형기획사들이었다. 물론 원래도 대형기획사들은 관심의 대상이었고 바로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그런 관심을 이용해 기획된 것이었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기획사는 더욱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대형기획사의 브랜드 가치가 더욱 공고해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마침 같은 시기에 중소 기획사에선 성추문이 터졌다. 이로서 9뉴스에 뜨는 ‘음지’ 기획사와 <케이팝스타>에서 화려하게 조명 받는 ‘양지’ 기획사의 차이가 더욱 선명해졌다. 마치 영원히 그 차이를 뛰어넘을 수 없는 재벌과 중소기업처럼 된 것이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스타판타지 강화를 통해 청소년의 연예인 선망도 더욱 심화시켰다. 이제 한국은 모든 청소년이 대형기획사에 들어가길 소망하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면 될 만한 인재들을 대형기획사가 독식하는 현상도 심화될 것이다. 대중문화산업에서 인재를 독식한다는 것은 절대권력을 쥐는 것과 같다. 문화에선 사람이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자원시장에서 석유를 독점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이대로 몇몇 대형기획사가 절대적 브랜드 가치를 누리며 인재를 독식한다면 방송사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그렇게 되면 방송사도 점점 대형기획사들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며, 드라마와 예능 전반에 걸친 대형기획사의 영향력도 확고해질 것이다. 대형기획사의 주목도를 이용해 오디션 프로그램 하나를 성공시킨 대신, 방송사 입장에선 장기적인 의미에서 독배를 마신 걸 수도 있다.

물론 나는 <케이팝스타>를 재밌게 봤다. 이런 프로그램을 다시는 만들지 말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건 그렇지만, 대형기획사 자체가 점점 스타가 되며 방송프로그램에서조차 기획사가 주인공이 되는 구도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절대권력은 언제나 부작용을 초래하는 법이니까.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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