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은 23일 오후 3시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특검의 수사결과를 양심과 진실의 이름으로 믿을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고 밝혔다.

▲ 김용철 변호사 변호인단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송선영
'삼성특검과 삼성그룹의 경영쇄신안에 대한 사제단의 입장' 기자회견에서 사제단은 "삼성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할 갖가지 범죄 사실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누리게 되었으며 수많은 불법행위의 근본 이유였던 경영권 세습마저 법적 정당성을 얻는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고 이번 특검 결과를 비판했다.

사제단은 삼성의 경영쇄신안에 대해 "삼성 최고경영진은 자신들의 과오가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막연히 용서를 청하였다"면서 "이것이 과연 얼마나 진지한 참회였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이어 사제단은 "삼성그룹이 진정으로 새로운 출발을 원한다면 특검이 입증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자신의 불법, 편법, 탈법한 실상을 낱낱이 고백하고 용서를 청해야 한다"면서 "비자금 조성과 국가 권력 매수를 위한 조직적 불법 로비는 굉장한 범죄였다"고 재차 강조했다.

사제단은, 삼성이 순환출자 구조에 대한 개선안을 밝히지 않은 데다 불법승계를 포기하지 않는 한 어떤 쇄신안도 삼성의 이름으로 반복해온 병폐를 단절하는 개혁안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23일 오후 3시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송선영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용철 변호사는 "특검이 불법 승계를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으며 수사 대상도 권한도 아닌 사항에 대해 결론을 내렸다"고 특검 수사를 평가했다.

김용철 변호사 "삼성 쇄신안엔 시인과 반성이 없다"

김 변호사는 삼성 쇄신안 가운데 '삼성카드 소유의 에버랜드 지분 매각'과 관련, "이미 법률적으로 주어진 상황에 대해 마치 국민들에게 선심 쓰는 것처럼 발표해 국민들을 기만 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삼성 쇄신안에는 시인과 반성이 없고 삼성은 과거에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킨 적이 별로 없다"며 "과거 삼성은 중앙일보를 계열 분리한다고 3차례나 언급했음에도 이마저도 거짓이었다"고 비판했다.

이건희 회장 퇴진에 대해 김 변호사는 "법원에 의한 법적 구속을 피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언제든 복귀가 가능하다"고 답하며 "이씨 일가의 범죄가 철저하고 완전하게 해결될 때까지 싸워나갈 것"이란 다짐을 함께 밝혔다.

사제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삼성이 약속을 어떻게 이행해 나가는지 보면서 대응을 할 것이고 삼성 특검 결과로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참회하는 뜻으로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단식기도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사제단의 전종훈 대표신부와 김인국 총무신부, 김용식 통일위원장 신부, 배인호 신부를 비롯해 김용철 변호사와 김영희 변호사, 이덕우 변호사가 참석했다.

▲ 기자회견장 밖 제기동 성당 주변에서는 삼성 특검에 반대하는 시민 50여명이 주변과 충돌을 일으켰다. ⓒ송선영
한편 기자회견장 밖 제기동 성당 주변에서는 삼성 특검에 반대하는 시민 50여명이 '김용철 변호사의 변호사 자격 박탈'을 주장하며 소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들은 당시 현장에서 이를 제지하던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고 일부 참가자들은 김용철 변호사의 사진을 붙인 피켓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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