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가 인간의 신경체계가 연결되어 신체의 일부처럼 자리 잡았다. 깜박 잊고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나가는 날이면 하루가 불안하다. 손에 손에는 휴대전화가 쥐여져 있고 때와 곳을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서 통화중이다. 버스나 전철에서는 문자 매시지를 보내느라 엄지가 부지런히 돌아간다. 지난 10년 동안 달라진 세상 모습니다.

이동전화는 이제 사회생활의 필수품이다. 휴대전화 가입자가 4,200만명이나 된다. 유아, 군사병, 최고령층을 뺀다면 거의 모든 국민이 소유한 셈이다. 집에는 또 유선전화가 있다. 인터넷을 포함한 통신비가 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액수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 조선일보 4월15일자 8면.
한국은행의 ‘2007년 가계최종소비지출(실질기준)’에 따르면 전체가계에서 통신비 지출은 28조5,857억원으로 2006년에 비해 7.7% 늘어났다. 지출비중도 2006년의 7.2%에서 7.4%로 높아졌다. 이것은 임차료 및 수도광열비 16.2%,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품 13.1%, 교통비 10.1%, 오락-문화비 8.1% 등에 이어 5위다. 통신비가 가계에서 차지하는 몫이 얼마나 큰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6년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통신비 지출액이 13만5,040원이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162만480원이다. 서울 YMCA가 조사한 바로는 중-고생의 84.9%가 휴대전화를 쓰고 요금은 월3만8,414원 꼴로 용돈보다도 많단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통계다.

부부와 자녀를 합쳐 4인 가족이라고 치면 적어도 월 20만원은 잡아야 할 것같다. 연간으로 따지면 240만원이나 되는 큰돈이다. 가계부를 적자로 만드는 주범으로 꼽힐만하다. 10년 전에만 해도 집 전화요금이 월 2만~3만원으로 가계부담이 미미했으니 하는 말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통신비가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지출해야 하는 고정항목으로 굳어졌다는 점이다. 소득이 없다고 해서 통신비를 줄이기는 어렵다. 정보격차는 소득격차로 이어지고 사회생활에서 격리되기 때문이다. 실직자라면 구직정보를 얻기 위해서도 더 필요하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못 가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의 목적별 소비지출(2005년 명목금액기준)에서 통신비의 비중이 5.4%로 미국의 1.6%, 일본의 3.1%보다 훨씬 높다. 이것은 한국의 이용시간이 길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통신비가 비싸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통신비를 20% 내린다고 요란을 떨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5년내에 공약을 지키겠다는 엉뚱한 소리나 한다.

물가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서민가계에 붉은 줄이 늘어나고 있다. 어느 상품이나 대량생산체제에 들어가면 가격이 내려가기 마련이다. 통신비도 대량보급에 따라 인하폭이 커진다고 보아야 한다. 서민경제를 살린다고 했으니 약속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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