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행정제재를 약화시키고 방송사의 자율규제를 확대하는 ‘협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방통심의위 심의와 관련해 ‘중복 규제’, ‘위원 성향에 따른 공정성 시비’, ‘검열’ 등의 지적이 제기돼 왔다.

20일 공주대 인문사회과학대학관에서 열린 한국언론재단 봄철정기학술대회에서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디지털대전환시대, 방송콘텐츠 심의규제 개편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심 교수는 4기 방통심의위 위원을 역임했다.

심 교수는 “현재 방통심의위가 수행하는 심의업무는 안건의 표준에 대한 위법성 판단과 내용물의 유해성 여부를 숙의하는 역할을 모두 수행한다”면서 “방통심의위의 본래 설립 목적인 국가가 위탁한 민간자율기구에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며 효율적인 사후적 내용심의를 수행하고 있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고 밝혔다. 심 교수는 “심의위원들의 주관적 기준에 따라 유해성을 판단하여 임의적인 조처를 내리는 것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주장이 자주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 현판

민간독립기구인 방통심의위는 실질적인 행정기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2년 방통심의위가 국가행정기관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헌재는 그 이유로 ▲심의위원을 대통령이 위촉한다는 점 ▲운영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점 ▲방통심의위가 방송법에 따라 제재를 내린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심 교수는 언론의 의혹 보도에 대해 행정기구가 어디까지 규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심 교수는 지난 2018년 ‘이영학 사건’을 다룬 TV조선 <종합뉴스9, 탐사보도 세븐>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심의 결정을 들었다. TV조선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영학 씨 아내 최 씨에 대한 타살 의혹을 보도하면서 당시 최 씨의 사망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흐림 처리해 방송했다. 당시 방통심의위는 법정제재 2명, 행정지도 3명으로 의견이 나뉘어 다수 의견으로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

심 교수는 “당시 방송소위에서는 경찰이 자살로 발표한 사건에 대해 언론이 타살 의혹을 제기한 사안에 대해 어디까지 심의할 수 있는가가 논란의 핵심이었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언론 보도의 한계와 함께 보도과정에서 발생한 오보 혹은 부주의에 대한 행정제재 기준이 문제점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 교수는 “제도는 보수적이어서 만들어진 규정은 없어지기 힘들지만 규정을 보완하는 세부 항목이 계속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또 심 교수는 새로운 기술의 발전으로 플랫폼이 다양해졌으나 심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방송프로그램만을 다루며 OTT에서 유통되는 영상에 대한 심의 권한은 없다.

심 교수는 방통심의위의 심의제도와 관련해 ▲공정성, 객관성 위반을 이유로 보도를 심의하는 것은 명확성 원칙 위반 ▲방송사 자율심의 제도가 있음에도 방통심의위가 사후 심의하는 것은 중복 규제 ▲방통심의위의 안건 상정에 대한 불명확한 기준 ▲과도한 방송심의로 기자·제작자의 사전검열 우려 등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심영섭 교수 발제문 갈무리

대안으로 심 교수는 방송사의 자율심의 기능을 확대하는 방안인 ‘협치 제도’를 제안했다. 다만 심 교수는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에 대한 사후관리 체계를 이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공영방송에 대해 내적다원주의 모델을 제시했다. 공영방송 이사회 개편을 통해 방송심의를 이사회와 시청자위원회가 진행하고, 명백한 규정 위반이나 자율심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 미디어심의기구가 심의하는 방안이다.

민영방송의 경우 자체 내부 심의와 함께 자율심의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자율심의기구가 심의규정 위반 정도가 심각할 경우 방송사에 ‘시청자에 대한 사과’ 혹은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와 같은 조치를 내린다. 미디어심의기구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자율심의기구 결정을 따른다. 심 교수는 차후 법개정을 통해 OTT 플랫폼 특성에 맞는 자율심의기구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심 교수는 “미디어영역이 확대되면서 사실상 전수조사를 통한 내용심의가 불가능한 환경"이라며 "행정규제와 자율규제를 조율하는 협치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법개정을 통해 현행 방통심의위의 결정 권한을 자율심의기구에 위임하며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2차 심의와 같은 제도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부연 설명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