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하를 노리는 김봉구의 작전은 실패하고 말았다. 북한군 고위간부를 믿었지만 거기에 김항아가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 크나큰 실수였다. 자살폭탄으로 무장한 이재하 테러단은 김항아와 WCO 멤버들의 눈부신 활약으로 순식간에 제압되었다. 그러면서 본심과 달리 재하에게 쌀쌀맞게 대하던 항아는 재하에게 사과할 기회를 주게 됐다.
이재하 테러시도는 외양은 이재하와 김봉구의 대결구도지만 사실은 이재하와 김항아를 화해시키려는 의도임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소박과 유산이라는 다소 무리수가 엿보이는 전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중요한 터닝포인트였다. 거기에 김봉구는 1+1의 보너스다.
그러나 그 중요한 의미만큼 이 액션신을 잘 살리지는 못한 점은 무척이나 아쉬운 점이다. 항아가 감시하는 두 여군을 단숨에 제압하고 나서는 액션신의 시작은 정말 좋았다. 인민군 특수부대 군관다운 아니 하지원다운 날렵하고도 섹시한 출발이었다. 게다가 치마를 입은 채로 옆차기 동작으로 여군을 압박할 때는 아슬아슬한 면도 있었지만 과연 액션지원다운 포스가 느껴졌다.
그것뿐이 아니다. 권영배가 저격한 테러범의 경우 분명 등을 노렸는데 정작 총을 맞을 때에는 정면에서 맞은 효과가 낫다. 특수효과와 연출이 서로 손발이 맞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장면은 눈여겨보지 않으면 지나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이어지는 김항아의 활약에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장면이 등장했다.
어쩌면 액션신을 후딱 해치우고 정작 시청률에 기여할 재하의 프로포즈에 전념할 생각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항아가 잠복하고 있었던 것으로 했다면 굳이 와이어까지 동원해서 망신을 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도대체 왜 항아를 날게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또한 회전목마 안으로 들어간 항아가 보인 액션도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그렇게 무사히 항아를 다시 데려온 재하는 김봉구를 잡기 위한 작전에 나섰다. 항아가 날랜 액션으로 김봉구의 테러를 저지했다면 재하는 늘 자랑스런 미모로 봉구의 여자 공략에 나섰다. 그리고 재하의 작전은 잘 먹힌 것으로 보인다. 김봉구도 인정하듯이 그에게 없고 재하에게 있는 것이 비주얼이고, 북한특수부대 김항아도 굴복시킨 비주얼이니 김봉구의 여자도 어쩔 도리는 없었을 것이다.
국왕인 자신은 과거 곤룡포를 현대화한 왕실 공식의상을 입고, 항아는 인민군복을 그대로 입게 했다. 이 장면에 대한 설명은 다음에 나오겠지만 따로 설명이 없더라도 항아를 대하는 재하의 변화를 상징하는 명장면이었다.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는 결혼에도, 남북문제에도 기본일 테니 말이다. 이 한 장의 사진에 더킹 투하츠가 의도하는 궁극의 주제가 담긴 것이 아닌가 싶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