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 중단하겠다"며 주요일간지에 광고까지 한 정부가 지난 25일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젖소가 발견됐음에도 수입중단 조치를 내리지 않은 채 '검역강화' 조치만을 시행했다. 이를 놓고 '말바꾸기'라는 비판이 거세지만, 방송사들은 이를 지적하지 않은 채 정부 입장을 주로 전달하는 모양새다.

▲ 정부가 2008년 5월 8일자 주요일간지에 내보낸 광고

2008년 4월 18일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협상이 타결된 이후 전국적으로 대규모 촛불집회가 벌어지는 등 큰 홍역을 치르자 정부는 당시 "광우병이 발생하면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담화문을 발표한 바 있다. 한승수 당시 국무총리 역시 담화를 통해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걱정하는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해 국민 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 중단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정작 상황이 발생하자 2008년 약속과 달리 수입 중단이 아닌 검역 강화 조치밖에 내리지 못했다. 방송사들은 정부의 말바꾸기에 대해 정면으로 지적하기 보다,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이 젖소에서 발견되어 국내로 수입될 여지가 없다는 정부 입장을 주로 전달했다.

25일 KBS <뉴스9>은 다섯번째 꼭지 <[집중진단] 美 6년 만에 광우병 젖소…정부, 검역 강화>에서 “미국정부가 관련 정보를 공개하며 기민한 대처에 나섰다”면서 앵커 멘트로 “현재 미국산 쇠고기는 30개월 미만의 육우로 뇌와 척수, 머리뼈 등 특정 위험물질, SRM을 제거한 부분만 수입되기 때문에 이번에 발병한 젖소는 수입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25일 KBS <뉴스9> 광우병 소 발생 관련 보도 캡처.

KBS는 "정부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검역강화 조치를 시행한 정부에 대해 "사실상 수입 중단에 해당하는 검역중단에 들어갈 경우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우려한 조처로 보인다. 특히 30개월 이상의 젖소 고기는 주로 가공용 원료로 사용되고 있어 수입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정부 판단"이라며 정부 입장에 무게를 실었다. 2008년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겠다던 정부가 말을 바꿨다는 지적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SBS도 KBS와 큰 차이가 없었다. 25일 SBS <8뉴스>는 네번째 꼭지 <美 6년 만에 광우병 발생…수입 전량 개봉 검사>에서 “육우가 아닌 젖소여서 소비자용으로 도살된 적이 없고, 우유는 광우병을 옮기지 않기 때문에 사람에게 위험을 미칠 가능성이 없다”는 미국 농무부의 입장을 전달하며, “농림수산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지나 검역 중단 같은 조치를 당장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민 불안을 감안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기로 했다”고만 전했다.

25일 MBC <뉴스데스크>는 네번째 꼭지 <정부, 광우병 상세정보 요청‥검역은 계속하기로>에서 보도 말미에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확인될 경우 수입 중단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야권에서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한다”고 간접적으로 지적하는 데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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