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연합뉴스의 심층적인 취재가 부족하다는 수용자권익위원회의 비판이 제기됐다.

이희정 위원(전 한국일보 미디어전략실장)은 지난달 21일 열린 수용자권익위 회의에서 “새 정부 출범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인수위원회 역할로 볼 때, 발표 내용이나 주요 인사들의 말을 전하는 기사가 주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하지만 그런 기사들의 비중이 너무나 컸다.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쓰기 저널리즘’의 행태가 연합뉴스만의 문제는 아니나, 속보를 중시하는 통신사라고 해서 비판을 피해 갈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사진=미디어스)

제정임 위원장(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장)은 “진실에 다가서는 심층 보도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며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너무 궁금한데 그것에 대한 답을 주는 기사는 굉장히 부족했다. 그냥 '누가 뭐라고 말했다'고 하는 굉장히 단편적인 릴레이 보도, 중계 보도에 그쳤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전주를 방문해 규제 혁파를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어떤 규제를 풀 건지, 규제 혁파에 뒤따르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지 등을 언급하지 않았다. 같은 날 연합뉴스는 <호남 찾은 尹당선인 "풀 수 있는 규제 다 풀겠다"(종합)> 보도에서 이에 대한 분석·비평 없이 윤석열 대통령 발언을 풀어냈다. 제정임 위원장은 “규제에는 다 이유가 있다”며 “언론이 그대로 중계해도 될까. 사회에 미칠 수 있는 파장이 굉장히 큰데 기자들이 무슨 규제를 어떻게 풀겠다는 이야기인지 한 발 들어가서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는 지난달 20일 <尹정부, 최대 18기 원전 수명 늘린다…계속운전 신청기한 확대> 기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가 친원전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원자력발전소 수명 연장 여부는 전문가 간 대립이 치열한 사안이다. 원전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의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다. 연합뉴스는 이 같은 쟁점에 대해 서술하지 않았다. 제정임 위원장은 “언론이 그야말로 공론장의 역할을 해서 찬성과 반대 측이 나와서 이야기를 하게 하고, 독자들이 제대로 내용을 알고서 어느 쪽이 옳은지 판단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검증을 선도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연합뉴스가 지난달 10일부터 현재까지 작성한 정호영 후보자 관련 기사는 800여 건에 달한다. 주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비판과 정 후보자 해명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동아일보·한겨레·JTBC 등이 정호영 후보자 의혹에 대한 [단독] 보도를 수차례 한 것과 비교된다.

이희정 위원은 “기자가 직접 취재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다른 언론사들 역시 같은 조건”이라며 “연합뉴스가 지역취재망을 포함해 여건이 훨씬 낫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기사를 ‘he said, she said’ 기사나 정리 뉴스로 채우고 있는 것은 매우 아쉽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희정 위원은 연합뉴스가 익명 관계자 발언을 토대로 ‘윤석열 당선인과 정호영 후보자가 40년 지기라는 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는 속보 기사를 낸 것에 대해 “취재원은 보호해야 할 불가피한 사유가 없는 한 실명으로 보도해야 한다는 건 매우 중요한 보도 원칙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보도는 연합뉴스 윤리 헌장과 배치된다. 연합뉴스는 윤리헌장에서 “사건·사고 보도는 실명보도를 원칙으로 한다. 공인 및 그에 준하는 인사는 가급적 실명을 사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합뉴스 정치부장은 “인수위에서 매일 브리핑을 통해 각종 발표를 쏟아내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지적하신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정치부장은 “총 19명의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이 한꺼번에 시작되다 보니 현실적 어려움이 없지 않았지만 앞으로 더욱 적극적인 검증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모든 취재원을 공개할 수 없는 현실적 어려움이 많지만 실명보도 원칙에도 더욱 충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지숙 위원(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은 연합뉴스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전국장애인철폐연대 시위 비난 발언에 대해 비평·분석하지 않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연합뉴스는 3월 29일 시론에서 이준석 대표의 발언에 우려를 표했으나, 보도에서 직접적인 비판을 하진 않았다. 우 위원은 “거대한 당의 대표가 이런 발언을 하는 게 이례적이고, 또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공포스러울 수도 있는 발언”이라며 “이준석 대표를 비판하는 정치인들의 발언에 대한 보도, 전장연 발언을 그대로 보도한 것 외에는 이런 현상에 대한 분석이나 집중 보도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우지숙 위원은 “선진국의 경우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서 주요 정치인이 저급한 공격을 이어가는 경우가 있었는지, 그런 행동을 했던 정치인에게 외국의 국민들이나 정치권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찾아봐서 보도를 하면 좋을 것 같다”며 “핑퐁식으로 보도하기보다는 조금 더 전문적으로, 정치공학이나 민주주의의 차원에서 이 현상을 보도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연합뉴스의 팩트체크 기사 <장애인 콜택시 타려고 2시간 기다리는 경우 많다?>(3월 31일자)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연합뉴스는 “장애인은 택시 한 번 타기도 힘들다. 장애인 콜택시라고 있긴 하지만 그것을 위해선 출근길은 아예 포기해야 되고 2시간 이상 기다려야 될 때도 많다”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발언을 검증했다. 연합뉴스는 “서울시 평균 장애인콜택시 대기시간은 32분이다. 2시간 넘게 기다린 비율은 1.1%”라고 설명했다.

이후 경향신문·매일노동뉴스 등은 보도를 통해 연합뉴스가 통계에 의존해 장애인들이 겪는 이동 불편 문제에 집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골형성부전증으로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김원영 변호사는 지난달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데이터만 보면 이런 일이 발생한다”며 “어떤 날은 5분 만에, 어떤 날은 2시간 만에 연결되므로 신뢰하기 무척 어려운 교통수단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희정 위원은 “(연합뉴스 보도는) 콜택시 타기를 포기하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이동하기를 포기하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현실을 숨겨버렸다”며 “큰 그림을 이루는 조각들 가운데 작은 조각 하나만을 이야기하는 기사는 전체 그림을 자칫 왜곡시킬 수 있다. 체크할 팩트를 잘못 선정하면 사안 전체의 본질을 왜곡하거나 어떤 문제를 은폐 또는 과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장은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향후 아이템 선정과 팩트체크 방법에 더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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