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 2월 MBC는 미국 워싱턴 특파원으로 발령 난 왕종명 <뉴스데스크> 앵커 후임에 성장경 기자를 발탁했다. 1995년 기자로 MBC에 입사한 성장경 앵커는 <시사매거진 2580> 부장, 사회정책팀장, <뉴스외전> 앵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에디터 겸 MC를 거쳐 2월 28일부터 <뉴스데스크> 앵커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성장경 앵커를 만나 <뉴스데스크> 진행 관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성 앵커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MBC <뉴스데스크> 앵커 맡으신 지 2개월이 지났는데 어느 정도 적응은 하셨나요?

“매일 생방송 하시는 분들이 다 그렇겠지만 매일매일 새로운 뉴스가 발생하니까 적응한다는 건 불가능한 것 같고, 적응해서도 안 되는 거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이제 생활의 루틴이 어느 정도 <뉴스데스크> 진행에 맞춰지고 있다는 정도의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적응은 곧 매너리즘에 빠지는 거라고 생각하시나 봐요

“매일 올라오는 기사에 기자들이 써주는 앵커 멘트 읽으면 편하고, 적응도 쉽게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죠. 기자 생활할 때나 다른 일들을 할 때와 달리 매일매일 똑같은 패턴으로 움직이니까, 거기에 맞춰 움직이고 생각하면 뉴스도 재미없어지고 제 생활도 재미없어지죠. 그래서 그 생활의 루틴은 맞지만 생각하는 건 계속해서 새롭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지난 9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성장경 앵커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이영광 기자)

생각을 어떻게 새롭게 하나요?

“사실 뉴스가 새롭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사는 거긴 한데요, 편집회의 들어가고 메이크업하고 그다음에 뉴스 형식 고민하고 토론하고 앵커 멘트 작성하고 진행하고 나면 하루가 일과가 끝나잖아요. 그 와중에 기사를 검색하고 기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취재하고 기사를 만들었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기자들하고 얘기도 하면서 생각을 새롭게 하는 거죠.”

낮시간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외전> 앵커도 하셨는데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차이 많죠. <뉴스외전>은 대담하고 인터뷰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형식의 뉴스잖아요. <뉴스데스크> 같은 경우에는 20꼭지 안팎의 기사들이 촘촘하게 배열돼 있고, 앵커가 얘기하는 건 앵커 멘트 속에서 다 소화해야 합니다. 앵커가 얘기하는 시간만 보면 <뉴스데스크>가 훨씬 짧은데도 더욱 긴장되는 부분이 있죠.”

<뉴스데스크> 앵커는 어떻게 선발하나요?

“MBC에서 <뉴스데스크>랑 <뉴스투데이> 앵커는 전통적으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는 게 원칙처럼 있어요. 저도 오디션을 봤고요. 근데 제가 선발될 때는 자천타천으로 앵커 오디션 볼 사람들을 먼저 정했어요. 기존에 앵커 했던 사람과 최근 앵커를 했던 사람들은 자동으로 타천이 되는 거죠. 현직 앵커들은 이미 방송이 나가고 있기 때문에 그 화면이 오디션이 되니 따로 오디션을 보지 않았죠.

저는 그때 <스트레이트> MC를 그만두고 스포츠 국장을 하고 있을 때였기 때문에 오디션을 봤어요. 직전에 <뉴스외전> 앵커도 하고 <스트레이트>도 진행했기 때문에 편집부에서 ‘저 사람 앵커 해봤으니까 시켜보자’고 해서 오디션을 보게 됐죠.”

메인뉴스 진행에 뜻이 있으셨나 봐요?

“방송 기자로서 가장 하고 싶은 게 뭐냐고 하면 아마도 특파원, 앵커, 보도국장 아니겠어요? 제가 특파원을 다녀온 것도 아니고 보도국장을 한 것도 아니고요. 방송 기자로 들어와서 또 할 수 있는 게 방송 진행하는 거죠. 메인뉴스 앵커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뉴스데스크> 진행은 운이라고 봐야죠.”

예전에 왕종명 앵커 휴가 때 대타로 진행하신 기억이 있거든요. 아무래도 차이가 있겠죠?

“차이 있죠. 내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확실히 주인의식, 책임감이 커졌지요. 물론 왕종명 앵커가 휴가 가고 일주일 동안 진행할 때도 ‘민폐 끼치면 안 되겠다’라는 부담감이 있긴 했지만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앵커 준비는 어떻게 하셨어요?

“앵커 준비는 따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따로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죠. 대신 저는 살을 좀 뺐어요. 제가 스포츠 국장 하고 있을 때 선발됐거든요. 베이징 올림픽 중계방송 다 끝나고 나서 모니터도 하고 방송 준비도 해야 때문에 밤 늦게 들어갈 때가 많았는데, 한 한 달 정도 저녁을 안 먹었던 것 같아요. 운동은 수영을 매일 하는데 수영하는 걸로는 살이 안 빠지더라고요. 굶는 수밖에 없겠다 싶어서 굶었는데, 지금은 점점 돌아오는 것 같아요(웃음).”

2월 28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첫 방송 기억나실 것 같은데 어땠나요?

“방송 전엔 좀 떨렸는데 큐 들어오고 앵커 멘트 하는 동안 그렇게 많이 떨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물론 시간은 빨리 지나가긴 했는데 그냥 내가 첫 방송한다는 정도였던 것 같아요.”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느낌이었을까요?

“앞서 <뉴스외전>을 안 했으면 훨씬 더 떨렸을 것 같긴 해요. <뉴스외전>도 그 스튜디오에서 했거든요. 고향 온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그게 많이 도움이 됐겠죠. 아무래도 뉴스는 생방송이라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항상 있어요.”

첫 방송에서 “오늘부터 진행을 맡게 된 기자 성장경입니다”란 인사말 후 바로 리포트 앵커 멘트로 넘어갔어요. 보통은 각오 같은 걸 밝히는데?

“말씀하신 대로 ‘오늘부터 진행을 맡게 된 기자 성장경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첫 기사 앵커 멘트를 했죠. 저도 오프닝멘트를 어떻게 할지 고민 많이 했어요. 그래서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 써보고 했는데, 결국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로서 저 자신을 소개하는 말은 ‘기자 성장경이다’라는, ‘기자’라는 단어 하나면 족한 거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기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은 시대이지만 기자이기 때문에 제가 뉴스를 시청자들한테 전달하는 앵커를 하는 것이고, 기자가 아니었으면 스튜디오에 앉아 있을 수도 없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기자로서 할 수 있는 일들, 책임감 있게 할 수 있는 말들을 하겠다는 제 나름대로의 각오와 포부, 어떤 계획이 시청자에게 전하는 한 줄 소개에 다 포함돼 있다고 생각했어요.”

코로나 이전엔 남녀 앵커가 함께 인사하는 등 호흡도 맞춰야 했는데 지금은 따로 진행하잖아요. 어떠세요?

“지난번에 정부에서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 발표할 때 같이 오프닝을 한 적이 있거든요. 남녀 앵커가 같이 진행하는 건 교차 진행인데, 번갈아 멘트를 하니 훨씬 더 신경이 쓰이지만 시청자들이 보실 때 더 생동감 있고 균형 있게 보여 괜찮을 것 같아요. 또 남자 앵커, 여자 앵커의 역할 구분이 있는 것도 아니니 가능하면 같이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나겠죠.”

지난 9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성장경 앵커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이영광 기자)

앵커 멘트 쓸 때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우리가 배달음식 시키잖아요. 음식은 잘 만들었는데, 배달하다가 넘어지거나 시간이 오래 걸려서 음식 상하면 안 되지요. 음식을 맛있는 그 상태로 시청자들에게 딱 갖다줘서 따끈따끈하게, 온전한 상태로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배달해주는 사람이 제가 생각하는 뉴스 앵커의 역할이에요. 포장지도 뜯기 편하게 하고 젓가락 숟가락도 빠지면 안 되지요.

앵커 멘트 쓴다거나 앵커를 하면서도 그 부분을 생각합니다. 시청자들이 아무 부담 없이 봐야죠. 짜장면 시켰는데 위에 꽃장식 하면 안 되잖아요. 편하게 열어서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편안한 이미지였으면 좋겠어요. 제가 생각하는 앵커는 그렇습니다.”

앉아서 진행할 때도 있고 서서 하실 때도 있던데요.

“그 부분은 제가 선택하는 게 아니고 뉴스 아이템에 따라서 편집부가 정해요. 예를 들어 뒤에 굉장히 큰 백이 있으면 서서 해야죠. 사람 얼굴만 나온 뒤에 CG 화면이 있고 정적인 사진이라면 앉아서 하는 게 훨씬 더 보시기에 편안하죠.”

공부는 어떻게 하세요?

“앵커에게 공부는 기사 보는 거죠. 어떤 인물이 나왔으면 이 인물에 대해서 조금 더 들여다보고, 평상시에는 이렇게 책도 보고 신문도 봐요. 그런데 이제 공부의 대부분은 기사를 보는 것 같고요, 대신 여러 매체의 기사를 봐요.”

스포츠 중계할 때 이해하기 쉽도록 돕는 해설자가 있고 옳고 그름까지 판단하는 해설자도 있잖아요. 앵커의 위치는 뭘까요?

“적어도 심판은 아닌 것 같고, 카메라 감독이요. 스포츠 경기에서 카메라 감독이 어떤 부분에서 줌인이 들어가기도 하잖아요. 그리고 공을 몰고 가는 사람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죠. 누가 골을 넣을 것 같으면 따라가기도 하고, 나중에 되감기도 해보고 이런 역할 아닐까 생각해요. 왜냐하면 뉴스에선 시청자들이 심판이에요. 다만 ‘이게 이렇습니다’라고 줌인해서 보여줘서 심판들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앵커의 역할이고 어쩌면 그게 기자의 역할이기도 하죠.”

성장경 앵커 (사진제공=MBC)

일각에서 MBC 뉴스에 편향성을 제기하는데?

“그런 문제 제기는 어쩔 수 없다고 보는데요. MBC 뉴스가 편향됐다고 보는 분들도 어느 정도 정치적인 지향점이나 가치관으로 판단하는 분들이고,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죠. 어떤 사람들은 MBC가 공정하다고 생각하고, 한편에는 조선일보나 SBS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이들 매체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잖아요. 그렇지 않으려면 기계적으로 자료를 전달하는, AI가 뉴스를 쓰는 거 말고는 없을 텐데 그렇다면 언론의 존재 가치는 사라지겠죠.”

앵커 맡고 얼마 안 돼서 코로나 확진으로 자리를 비우셨잖아요. 그때 어떠셨어요?

“정확하게 <뉴스데스크> 앵커 시작한 게 2월 28일이고 대선이 3월 9일이었는데, 그다음 주에 제가 비웠거든요. 당시엔 시청자들께 죄송하기도 하고 우리 보도국에도 미안하고 그랬는데, 지나고 보니 이젠 마음 편하게 불확실성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돼서 잘됐다고 생각해요.”

시청자들에게 어떤 앵커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앞서 얘기한 것과 비슷한 맥락인데요. ‘MBC에 성장경 앵커가 있었지’란 게 중요한가요?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죽어서 묘비명에 <뉴스데스크> 출신 이런 거 쓰면 뭐 합니까. 아무 소용 없는 것 같고요. 앵커 하는 동안에 ‘아주 임팩트 있는 기사가 있었는데 어떤 앵커가 소개를 해줘서 내가 그 기사가 기억이 난다’로, 그 기사가 잘 기억나게 하는 앵커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뉴스 앵커의 임기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니잖아요? 방송사 안팎의 상황, 저 자신이나 뉴스에 영향을 끼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제가 뉴스 진행하는 동안 시청자분들이 ‘저 사람은 색깔이 뭐다’ 혹은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다’라고 판단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오로지 시청자들이 뉴스에 집중할 수 있게, 친절하고 편안하게 뉴스를 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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