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영국 공영방송 BBC가 80가구를 대상으로 9일 동안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수신료를 반대하던 가구 중 70%가 마음을 돌렸다.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이들은 콘텐츠의 질이 높고, 광고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

미국의 저널리즘 비평 전문 연구기관 니먼랩(NiemanLab)은 3일 기사 <BBC, BBC 없는 삶이 어떨지 보여주기 위한 연구 의뢰>에서 “BBC가 수신료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BBC가 떠나면 당신은 우리를 그리워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며 “이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니먼랩에 따르면 BBC는 조사기관 MTM에 의뢰해 약 2주간 80가구를 대상으로 BBC 콘텐츠 사용을 중단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참가자들이 이용하는 하지 못하는 TV, 라디오 콘텐츠 이외에 다른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콘텐츠 등도 포함된다. 해당 연구 배경에 대해 니먼랩은 “영국인이 BBC가 미치는 영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BBC(사진=연합뉴스)

실험 대상은 ▲BBC 수신료를 내고 싶지 않은 30가구 ▲BBC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현 수신료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30가구 ▲현 BBC 수신료에 만족하는 20가구 등 총 80가구다. 실험 참가자들은 9일 동안 TV, 자동차 라디오, 전화 등에 ‘NO BBC’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BBC 콘텐츠를 제외한 미디어 생활 경험을 MTN에 보고했다.

실험이 종료되자 MTN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수신료의) 가치가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BBC 수신료에 반감을 갖고 있던 60가구 중 70%가 수신료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바꿨다. 기존 BBC 수신료에 만족하던 20가구 중 19가구(95%)는 기존 입장을 이어갔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BBC는 “이번 연구를 통해 BBC가 사람들의 일생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며 “시민들이 BBC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한 생각과 실제로 BBC를 통해 얻게 되는 것에 대한 간극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또 BBC는 “시청자들의 수신료에 대한 인식은 주로 텔레비전에 대한 만족도에 따라 결정됐으며 수신료를 폐지하기 원하는 가구는 라디오나 온라인 서비스 등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니먼랩은 지난 2015년 MTN은 이와 비슷한 연구를 실행한 바 있으며 결과도 이번 연구와 비슷했다고 전했다. 니먼랩은 “약 일주일간 BBC 콘텐츠를 사용하지 못한 2015년 참가자들은 ‘BBC 소비를 과소평가했다’ ‘수신료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더 잘 이해하게 됐다’ ‘BBC 콘텐츠는 광고도 없고, 콘텐츠도 고품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수신료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한 참가자는 “처음 실험에 참가할 때 BBC의 TV만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실험 기간 동안 정말 싫어하는 ‘SKY NEWS’ 앱을 사용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참가자는 “BBC하면 방송 채널과 라디오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생각보다) 콘텐츠가 훨씬 다양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다른 언론사들은 광고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한 참가자는 “광고가 많지 않은 플랫폼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았다”며 “다른 방송사들이 얼마나 많은 광고를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BBC의 수신료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한 30%는 세금 성격의 수신료에 불만을 나타냈다. 한 참가자는 “여전히 BBC 수신료에 반대한다”며 “BBC 콘텐츠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동일한 수신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BC는 독자적인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어 이번 연구 결과를 한국의 공영방송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BBC는 TV, 라디오 사업 외에 iPLAYER라는 OTT 플렛폼을 운영하고 있다. BBC는 iPLAYER를 통해 드라마, 아동 프로그램, 음악, 영화, 예능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상업 광고 없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iPLAYER는 영국 지역 내에서 수신료를 지불한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17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영국은 자국 포털 서비스가 따로 없기 때문에 BBC가 그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KBS와 네이버를 모두 못 쓰게 하는 실험을 해도 영국과 같은 결과가 안 나올 것”이라며 “그만큼 영국에서 BBC의 역할은 독특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국 정부는 향후 2년간 BBC의 수신료 동결을 결정했다. 지난해 기준 영국 국민은 가구당 159 파운드(약26만원)의 수신료를 지불했다. 2020~2021년 BBC의 전체 수입은 50억6000만 파운드(약 8조960억원)이며 이중 시청료 수입은 74%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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