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이 서울중앙지검의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수사보고를 언론에 흘린 정황이 당시 대검 형사부장 일지에 기록됐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신에게 유리한 언론의 오보를 대응하지 말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내용도 있다.

김관정 수원고검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던 지난 9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대검 형사부장 시절 작성한 '채널A 관련 사건일지'를 게재했다. '채널A 사건일지'는 MBC가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한 2020년 3월 31일부터 같은 해 7월 2일까지 검찰 수사·지휘 과정을 담고 있다.

이중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채널A, 이동재 기자, MBC 압수수색 영장청구와 집행을 서울중앙지검이 대검에 사전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대노', 압수수색 필요사유 등을 보고하라고 지시했으며 대검 전문수사자문단 구성을 강행하려 했다는 내용이 주목된다. 전문수사자문단 강행 시도는 윤 대통령이 제기한 징계 무효 소송 1심에서 '수사 방해'로 인정됐다.

검찰총장 취임 당시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대검에 보고하면 바로 언론에 보도된다"

2020년 4월 26일, 서울중앙지검은 채널A 본사와 이동재 전 기자의 휴대전화, MBC 등을 압수수색하기 위한 영장을 청구했다. 다음날 법원은 채널A와 이 전 기자에 대한 영장은 발부했으나 MBC에 대한 영장은 기각했다.

'채널A 사건일지'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애초부터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된 수사경과를 대검에 보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가 연루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관정 고검장은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사건이 의혹 수준에 머물러 있고, 총장 관련성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중앙지검의 보고를 거듭 요청했다고 한다.

4월 28일 서울중앙지검이 채널A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하자 대검은 언론보도를 보고 뒤늦게 해당 사실을 확인했다. 대검은 MBC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사실도 뒤늦게 인지했다. 이에 윤석열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이 법원에 제출한 압수수색 영장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영장 발부·기각 사유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김관정 형사부장이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영장 사본을 받아 윤석열 총장에게 보고하자, 윤석열 총장은 MBC 부분이 자신이 우려하던 대로 참고인으로 되어 있었다며 '대노'했다고 한다.

이 같은 윤석열 총장의 반응이 약 2시간 후 중앙일보에 그대로 보도됐다고 당시 김관정 형사부장은 일지에 기술했다. 김관정 형사부장은 '서울중앙은 결국 보고하니 바로 보도되는 것 아니냐면서 더욱 대검에 보고를 하지 않게됨'이라고 적었다. 이후 윤석열 총장의 '강력 지시'로 서울중앙지검은 사건 일보 보고를 시작했다.

중앙일보는 4월 28일 기사 <[단독]채널A는 압수수색, MBC는 기각… "윤석열 황당해했다">에서 "채널A와 MBC와 제보자 지 씨 등은 함께 압수수색되는 게 형평성에 맞다는 것이 상식적", "(공정성)시비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다"는 복수의 현직 검사 발언을 전했다.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도 균형있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는데 채널A 한쪽만 영장이 발부돼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사건을 지휘한 이정현 전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는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살아있는 검언유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의결서에 따르면 이정현 검사는 "(2020년)4월 28일부터 29일 사이 진행된 채널A 압수수색 관련해 대검찰청발로 추정되는 흠집내기 보도가 많이 가해졌다. 수사팀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이게 살아있는 검언유착 아닌가' 느낄 정도로 압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2020년 4월 29일 <MBC는 빼고 채널A만 압수수색 … “윤석열 황당해했다”>

앞서 한동훈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2020년 4월 7일 휴가 중이던 윤석열 총장에게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감찰에 착수하겠다는 문자를 보내자, 다음날인 4월 8일 조선일보를 통해 감찰개시 사실이 보도됐다고 말했다. 한동수 부장은 감찰개시가 윤 총장-세계일보 김 모 기자-조선일보 박 모 기자 루트로 전달됐다는 사실을 들었다고 했다. 한동수 부장은 감찰개시 사실은 공무상 비밀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4월 8일 윤 총장은 강제수사권이 있는 감찰부의 감찰을 반려하고, 사건 '조사'를 인권부에 맡겼다.

'수사자문단 소집' 중앙일보 오보 "대응말라" 지시, 왜?

2020년 6월 3일 윤석열 총장은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일체 보고받지 않겠다며 대검 부장들 중심으로 지휘·감독하도록 지시했다. 6월 15일 이동재 전 기자 변호인은 대검에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했다. 전문수사자문단은 기소 여부 등을 심의하기 위해 검찰총장이 소집하는 대검 산하 기구다.

김관정 형사부장 일지에 따르면 윤석열 총장은 6월 16일 사건을 전문수사자문단에 회부하도록 형사부에 지시했다. 김관정 형사부장은 사건이 대검 부장들에게 위임되어 있는 만큼 부장회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보고했지만, 윤석열 총장은 6월 19~20일 반복해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지시했다. 전문수사자문단 사건 회부를 두고 윤 대통령과 대검 부장, 서울중앙지검 등이 맞서는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중앙일보는 <[단독]"전문자문단 소집" 채널A 기자 요구, 대검도 수용했다>(2020년 6월 20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대검찰청이 강요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채널A 이 모 기자의 사건을 전문자문단에 회부하기로 19일 결정했다"며 "대검은 검사장급 간부 회의와 형사부 내 실무진 회의 등 수차례 논의를 걸친 끝에 사건을 전문자문단에 회부하기로 결론내렸다"고 전했다. 당시 상황과 맞지 않는 오보였다.

'채널A 사건일지'에 따르면 중앙일보 보도 이후 대검 부장회의 멤버 일부는 김관정 형사부장에게 '부장회의에서 결정되지 않았는데 왜 그런 보도가 났느냐'고 항의했다. 이어 서울중앙지검도 보도 내용에 항의했다. 이에 김관정 형사부장은 이정현 중앙1차장 검사와 서울중앙지검 언론대응 수위에 대해 논의, 대검 차장 등에 승인을 받아 '서울중앙은 대검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윤석열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대변인에게 직접 전화해 '그게 아니다'라고 지시했고, 이정현 중앙1차장 검사는 김관정 형사부장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려오면서 항의했다. 윤석열 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에 유리한 중앙일보 오보에 대해 '대응하지 말라'고 막은 정황이다. 앞서 한동수 감찰부장은 "(윤석열 총장이)박모 공보관에게 직접 전화해 '오보대응하지 마라', 굉장히 이례적이고 특별한 행동을 했다"고 국회에서 증언했다.

중앙일보 2020년 6월 20일 <[단독]"전문자문단 소집" 채널A 기자 요구, 대검도 수용했다> 갈무리

이후 김관정 형사부장은 휴대전화를 끄고 연가를 떠났다. 윤석열 총장은 대검 형사1과장에게 직접 전화해 서울중앙지검에 전문수사자문단 회부 사실 통보를 지시했고, 형사1과장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전화로 회부 사실을 통보했다. 대검 차장·기조부장·형사부장 등은 전문수사자문단 회부 시기를 늦추자고 건의했으나 윤석열 총장은 거절했다.

김관정 형사부장은 '이 즈음 조선·중앙일보는 수사상 기밀이었던 내용과 함께 서울중앙의 수사를 비난하는 보도를 하였고, 이에 대검 형사부장이 대변인에게 강력히 항의 대검 부장회의도 이에 대하여 상당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일지에 기록했다.

김관정 형사부장은 윤석열 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 후보군을 받아 자신이 직접 위원을 선정하겠다는 의지도 강력히 표명했다고 일지에 썼다. 6월 29일 대검 부장회의는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연기를 요청했고, 이에 대검 차장·기조부장·형사부장은 총장실을 찾아 추진 연기를 건의했다. 하지만 윤석열 총장은 "더 이상 이 부분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 자꾸 말을 하면 나보고 나가라는 말이다"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은 윤석열 총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윤 총장이 "채널A 사건에 대해 적법하게 개시된 감찰을 중단시키고 대검 인권부로 하여금 조사하게 했다"며 "수사지휘권 위임의 취지에 반해 소집요건을 갖추지 못한 전문수사자문단의 소집을 직접 지시했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및 대검 부장회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해 국가공무원법 제59조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측은 '채널A 관련 수사일지'에 대해 "허위"라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 징계 소송 법률대리인인 손경식 변호사는 지난 12일 김관정 고검장을 향해 "귀하가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제출했던 진술서(수사일지)는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중립적·사무적으로 작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는 사람이 보면 얼마나 많은 허위내용을 담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고 했다.

손경식 변호사는 "만일 진술서를 공개해 소회를 피력하는 게 떳떳하다면, 징계위에 제출한 진술서가 아니라 소송 막바지에 귀하가 작성해 행정법원에 제출한 27쪽짜리 진술서를 공개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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