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영방송 체제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언론특위는 이달 29일 종료되며 대안 없이 체제 개편을 연계하는 것은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언론특위는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자문위원회의 중간 보고를 청취했다. 국회 언론특위 자문위원회는 국민의힘이 위원 추천에 응하지 않아 지난달 28일 구성됐다. 그동안 자문위원회는 3차례 회의를 열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언론중재법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언론ㆍ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연합뉴스)

이날 회의에서 자문위원회 미디어거버넌스개선 분과 위원인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위원별로 다른 의견이 많기 때문에 2~3차례 대면 회의를 실시한 후 공통의견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디어거버넌스개선 분과 위원 다수는 ‘운영위원’ 수를 25명으로 제안한 민주당 당론 발의 법안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나 설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다수 위원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공영방송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심영섭 교수는 “공영방송 운영위원회 구성에서 여성·노인·청년 등의 대표성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 등이 다양하게 개진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법안을 논의하기에 앞서 공영방송의 정의와 법적 지위, 역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러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법안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김 의원은 “국민들은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거버넌스를 바꾼다고 달라질 수 있는가”라면서 “공영방송 수익·운영구조에 대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윤두현 국민의힘 간사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논의하고 있는데, 공영에 대한 개념이 불분명하다”며 “언론특위는 근본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 방송은 공정성을 갖춰야 하고, 콘텐츠의 국제경쟁력을 가져야 하는데 사장 뽑는 제도를 바꾼다고 이를 달성할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최철호 KBS PD(미디어거버넌스개선 분과 위원)는 “공영방송에 대한 개념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 자문위원회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수십 년 만에 법 개정을 하는데 지배구조만 개선하는 건 범위가 좁다. 사장 선임 제도를 개선하는 것만으론 공영방송을 개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 PD는 “문재인 정부 이후 언론노조 요구로 사장추천위원회 제도가 도입됐는데, 이후 5개 공영방송사 사장이 언론노조 출신으로 바뀌었다”며 “문 정부에서 공영방송의 균형감이 좋아졌다는 이야기가 없는데, 이는 사장선임제도를 바꾼 영향”이라고 했다.

그러나 심영섭 교수는 “공영방송에 대한 정의와 공적 책무 등을 정의하는 게 필요하지만, 합의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면 먼저 합의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공영방송 관련 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그 내용은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심 교수는 “OTT 등장 등 새로운 환경에서 공영방송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는 입법으로 보완하면 될 문제”라면서 “지배구조 개선은 공영방송 독립성·전문성 보장과 관련된 부분이다. 별도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종민 민주당 간사는 “공영방송 제도를 전체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주장은 공감한다”면서 “다만 사장 선임 문제는 빨리 정리해야 한다. 나중에 미디어법 전반을 손 보더라도 거버넌스 문제는 미리 매듭지어야 한다”고 했다. 김 간사는 “민주당은 당론을 고집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단 국민의힘도 대안을 내놔야 한다. 국민의힘이 내놓은 방안은 ‘천천히 논의하자’는 것인데, 얼마나 더 천천히 논의해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6개 언론현업단체(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한국영상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는 '공영방송 정치독립 5월 입법 총력집회'를 진행했다. (사진=미디어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공영방송 체제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주장은) 지배구조 개선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후안무치한 태도다. 박성중 의원이 공영방송 중립성을 강화하겠다고 특별다수제 법안을 낸 적 있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민주당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며 “당론으로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의한 이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현업단체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이달 중 법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요구대로 지배구조 개선과 공영방송 체제 개편을 연계한다면 법안 통과 시점이 불분명해진다. 막대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언론특위는 이달 29일 종료된다.

언론노조, 기자협회, PD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방송기술인연합회, 영상기자협회 등 언론현업 6단체는 11일 발표한 결의문에서 "국민의힘이 어설픈 시간끌기로 일관한다면 그에 상응한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며 “대안 없는 반대만 한다면 30년 동안 법적 근거도 없이 행사해 온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고 또다시 방송장악에 나서겠다는 선언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미디어신뢰도개선 분과 "언론자유라는 헌법적 권리 보장해야"

미디어신뢰도개선 분과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열람차단청구권, 정정보도 크기 의무화 등에 대해 일정 수준의 합의점을 도출했다. 정정주 경북대 교수(미디어신뢰도개선 분과장)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 “입법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언론보도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자율규제를 통한 보도의 신속한 정정, 위자료 현실화 등 해결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미디어리터러시 교육과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정 교수는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에 대해 “입증책임을 피고에게 전환한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정주 교수는 열람차단청구권에 대해 “일방의 주장만으로 기사를 차단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아직 논의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뉴미디어 중심의 언론 생태계에서 실무적으로 정착된 관행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정정보도 크기 의무화 방안에 대해 “일률적인 방식으로 수용하긴 어렵다. 자율규제 강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정주 교수는 온라인 상 허위조작정보 손해배상제 방안에 대해 “이중처벌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포털 뉴스편집권·알고리즘 제한 법안에 대해 정 교수는 "편향·불공정에 대한 판단기준이 불명확해 기본권 제한, 어뷰징, 외압, 남용 우려가 있다"며 "국가 수준의 통제보다는 ‘이용자 권리 강화’와 ‘사업자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 이용자 알고리즘 선택권을 보장하고, 기사 추천 시스템 개선을 위한 자율 검증 제도를 마련하자는 제안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미디어신뢰도개선 분과에서 언론자유 침해를 우려하는 의견이 나왔는데, 왜 헌법이 언론자유를 보장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언론자유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포털에 기사가 올라가면 언론이 힘과 파괴력을 갖게 된다. 시민이 피해를 입으면 구제 수단이 없는데 왜 이러한 점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미디어신뢰개선 분과 위원)는 “‘불법정보가 유통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업자에게 책임을 물으면 정보 매개자는 정보를 검열하게 된다”며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는 문제에서 인격권만 강조하면 알권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손 변호사는 “자문위원회가 활동 종료 한 달을 남기고 구성됐다”며 “법안 쟁점이 너무 많아 1년 동안 논의하기도 어려운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법안도 거대담론을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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