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최근 10년 동안 조선일보에 공채로 입사한 기자 10명 중 4명 가량은 이직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발행된 조선노보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공채로 입사한 기자(52~62기) 106명 중 40명(37.7%)이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공채로 10명가량 입사한다고 가정할 경우 4명은 떠나는 셈이다.

이 같은 이유로 조선일보 경력이 이직에 유리한 점과 높은 업무 강도, 수직적인 조직 분위기 등이 거론된다. 노조는 기자의 이직 자체는 일반적이지만 과거의 경우 최소 10년 이상 경력을 쌓고 나가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최근에 저연차 기자들의 이직이 잦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사진=미디어스)

한 조합원은 ”조선일보 기자 위상이 과거엔 판·검사 못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로스쿨·스타트업 등을 향한 ‘징검다리 스펙’ ‘이직 사관학교’가 된 것 같아 씁쓸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조합원은 “로스쿨에서 지원자들의 ‘사회 활동 경력’을 중점적으로 보는데 ‘조선일보 기자’라는 스펙은 합격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적은 연봉도 한몫하는 모양새다. 대기업으로 이직한 전직 조선일보 기자는 “급여도 압도적으로 높을뿐더러 정시 퇴근 후엔 개인 사생활이 철저히 보장받을 수 있어 인생의 퀄리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높은 이직률에 대해 노조는 ”개인이 제2의 인생을 여는 것은 축복할 일이지만, 그 배경과 방식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남은 조직 구성원들의 사기는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실제 저연차 기자들 사이에서는 사양 산업 종사자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과거와의 비교, 기회의 박탈, 하향 평준화에 대한 총체적 회의감이 상당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 문화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조선일보 기자는 “어차피 기자가 돈 벌려는 직업은 아니니 감수한다 쳐도, 아직도 고성과 욕설이 낯설지 않은 조직 문화를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연휴·휴일은 물론이고 휴가조차도 눈치를 봐가며 써야 하는 시대와 동떨어진 현실이 우리 주소 아니냐”고 했다.

노조는 회사가 기자들의 이직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회사는 조기 퇴사 규모를 염두에 두고 수습을 선발하고, 연차가 쌓이면서 타 업계로의 이직은 과거에도 늘상 있었던 일”이라면서 “하지만 이를 어느 조직에나 있는 필수 불가결한 인력 손실 정도로 여전히 봐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한 조합원은 “아직도 회사에서는 중도 퇴사나 이직은 늘 있어 온 일이고 어느 정도 필요악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런 분위기에서는 어느 순간 ‘냄비 속 개구리’ 신세처럼 눈앞 위기가 닥쳐와도 전혀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벌어져도 쉬쉬하는 사내 분위기가 저연차 기자들에게 ‘답 없는 조직’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주장도 있었다. 다른 조합원은 "복지나 급여가 못 미치는 경쟁사의 저연차 이직률이 현저하게 낮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며 “그쪽 기자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그 조직은 적어도 최소한의 상식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 우리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퇴사율이 단순히 연봉 인상 등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사건이 생기고 그때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넘어가는 일들이 쌓이면 쌓일수록 저연차 구성원들은 점점 우리 회사를 ‘답 없는 조직’으로 확신하고 체념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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