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때아닌 '동거' 바람에 놀아나고 있다.

버라이어티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이 놀음은, 한지붕 아래 동거하는 남녀에 대한 은밀한 호기심을 자극하며 프로그램 수를 늘여가고 있다. 코미디TV의 <애완남 키우기 나는 펫>, MBC <우리 결혼 했어요>, ETN의 <계약동거> 등이 그것이다. 이들을 버라이어티라고 못을 박는 것은 리얼리티로 위장한 그들의 실체를 명확히 하기 위함이다.

▲ MBC '우리 결혼했어요'
이들 프로그램은 짝지어진 남녀를 투사한다. 과거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선택의 과정은 과감히 생략되어 있다. 성질급한 현대인은 애간장 녹이는 선택의 딜레마보다 짝지어진 남녀의 침삼키는 '액션'에 눈길이 더 가나보다. '결혼'을 전제한 프로그램도 있지만, 그 이름을 내걸었다고 결혼의 진정성을 담아낸다고 보여지지 않기에 그들의 만남은 동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시계를 조금만 뒤로 돌려보면, '동거'는 <PD수첩>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의 단골 소재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고정관념은 하나의 드라마로 혼란에 빠졌다. 2003년 MBC 드라마 <옥탑방고양이>는 우연히 한집에 살게 된 커플의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구태의연한 가치에 경종을 울렸다.

그렇다고 논란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5년간 근신했던 '동거' 예찬론자들은 옥탑방에서 현실로 과감한 외출을 시도했다. 드라마라는 '픽션'은 리얼리티라는 '논픽션'인양 화장하고, 버라이어티라는 '페이크'를 서슴없이 펼쳐보인다. 이들이 말하는 리얼리티는 이들의 캐릭터와 '쌩얼'이 전부다. '동거'는 공론장의 토론을 걷어붙인 채, 현실 속에서 '쇼'를 벌이고 있다. 호기심 가득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TV의 교성에, 시청자의 탄성은 찰떡궁합이 된다.

동거 설정 프로그램의 원조는 코미디TV의 <애완남 키우기 나는 펫>이다. 연상녀와 연하남 커플을 3개월 동안 한집에서 살게 한다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기획이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언론의 비판은 오히려 호객행위가 됐고, 프로그램 제목은 종종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이어갔다. 현재 시즌3이 방송되고 있고, 시즌4를 준비하는 '애완남(출연자)' 모집에 1000여 명이 지원할 정도다.

곧이어 <애완남 키우기 나는 펫>을 차용한 듯한 ETN의 <계약동거>가 생겼다. 케이블TV의 '선전'에 지상파의 무거운 엉덩이도 애를 태웠다. 바로 MBC <일요일일요일밤에-우리 결혼했어요>를 두고 하는 말이다. 당초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편성했으나 기대보다 좋은 반응을 얻어 정규 편성된 이후 연일 화제를 몰고 오고 있다. 앞서 지적했지만 '동거' 대신 '결혼'으로 순화하는 설정으로 '현대인의 연애와 결혼법칙을 유쾌하고 리얼하게 풀어본다'는 기획의도를 내비쳤지만, 본류를 다를 바 없다. 시청자들은 로맨틱 커플, 무심한 남편, '신상' 밝히는 부인 등 다양한 성격의 '가상 부부'가 한집에 살면서 점점 친해지는 과정을 들여다보며 이들의 '소꿉놀이' 같은 일상에 환호한다.

그러나 우려의 시선을 거둘 수 없는 것은 이들이 '페이크 다큐'가 걸어온 길을 따라 가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말 그대로 속임수다. 페이크는 진실성과는 거리가 먼 조작된 현실이었다. 결국 가짜에 카메라를 들이댔으니, 이 프로그램들은 '페이크' 프로그램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프로그램의 소재적인 신선함은 결국 '페이크'인 셈이다. 가짜이니 감동은 이미 날샜고, 일회성 재미는 아토피성 낯간지러움만을 남길 뿐이다.

'리포터'보다는 '포터'가 더 많아 보이는 세상, '날나리'라는 조사가 붙더라도 '리포트'하려고 노력하는 연예기자 강석봉입니다. 조국통일에 이바지 하지는 못하더라도, 거짓말 하는 일부 연예인의 못된 버릇은 끝까지 물고 늘어져 보렵니다. 한가지 변명…댓글 중 '기사를 발로 쓰냐'고 지적하는 분들이 있는 데, 저 기사 손으로 씁니다.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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