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CJB청주방송 방송작가 A 씨가 13일 노동위원회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서를 제출했다. A 씨는 사내에 괴롭힘을 신고한 후 업무에서 배제됐으며 가해자가 아닌 자신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한다. A 씨에 대한 2차 가해가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진정서에 따르면 박 모 라디오총괄팀장은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A 씨를 상습적으로 괴롭혔다. A 씨는 원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시, 비하, 모욕하는 발언에 시달렸다. 박 팀장은 지난해 5월 A 씨의 아이템에 대해 “쓰레기라고 본다. 우리 수준(청주방송)을 유치원·초등학교(로 만든다)”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지난해 6월 A 씨에게 “까불지마. 그러다 진짜 죽는다”고 폭언했다.

(사진=픽사베이)

박 팀장은 A 씨에게 독후감 작성, 신문 상식 정리 등 업무과 관련 없는 일을 지시했다. 방송작가인 A 씨는 정해진 근무시간이 없기 때문에 라디오 원고 작성을 마친 후 여가시간에 독후감·신문정리를 작성해야 했다.

박 팀장의 괴롭힘이 계속되자 A 씨는 청주방송 전무에게 고충을 토로했으며 업무공간이 분리됐다. 하지만 지난해 9월 특별방송 준비 때문에 박 팀장과 A 씨는 함께 일해야 했으며 박 팀장은 A 씨가 작성한 원고를 방송에 사용하지 않고 업무에서 배제했다.

이로 인해 A 씨는 정신과 진료를 받았으며 지난해 11월 청주방송 고충처리위원회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다. 고충처리위는 “인격모욕성 발언, 부당 업무지시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고충처리위는 청주방송에 업무분리·박 팀장 징계를 권고했다. 청주방송은 박 팀장에게 감봉 2개월 징계를 결정했다.

청주방송은 고충처리위 조사 기간인 지난해 11월 29일부터 올해 1월 10일까지 A 씨에게 유급휴가를 부여했다. 이후 A 씨는 재택근무 중이다. 박 팀장이 라디오팀장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청주방송은 A 씨에게 ‘집필 능력과 도덕성 등의 논란이 있다’며 방송작가와 관련 없는 업무를 맡기려 했다.

고충처리위 조사 중 청주방송 직원들이 2차 가해를 저질렀다는 주장도 나왔다. A 씨에 따르면 “정규직이 되고 싶어 고충처리를 접수했다”는 소문이 사내에 돌았고, 모 PD는 A 씨에게 “고충처리를 철회하라. 지저분하게 나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CJB 청주방송 CI

A 씨는 진정서에서 청주방송이 가해자 업무변경을 통한 분리 조치를 하지 않았고, 재택근무를 강요해 회사 복귀를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A 씨는 자신이 작성한 원고가 방송에 반영되지 않는 등 업무배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장은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는다.

A 씨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재택근무 결정은 업무배제와 다름없다”며 “왜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대응 없이 그냥 넘어가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상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청주방송지부장은 통화에서 “사건 처리 과정에서 회사는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거나 입장 들어주기보다, 박 팀장 편에 서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며 “고충처리위가 업무 분리 및 징계를 권고했는데, ‘피해자 재택근무’를 통해 A 씨를 고립시켰다”고 지적했다. 이 지부장은 “이재학 PD 사망사건이 벌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재학 PD 대책위원회에서 요구한 비정규직 고용안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합의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