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MBC가 대구MBC 사장에 차경호 전 MBC 기획조정본부장을 내정한 것에 대해 대구MBC노조가 뉴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하면서까지 총력투쟁을 선언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특히, 국장·부장 등 간부들도 “낙하산 사장 내정은 지역MBC의 자율경영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노조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앞서 김재철 MBC 사장은 지난 18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출석해 ‘관계회사 임원 선임 사전협의 안건’을 제안했으며, 19일 인사를 통해 대구MBC 사장에 차경호 기획조정본부장을 내정했다. 서울MBC는 대구MBC의 지분 51%를 갖고 있는 대주주다.

그러나 이 같은 대구MBC 사장 내정에 대해 대구MBC 구성원들은 “지역사의 자율 경영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현 박영석 사장의 임기가 남아있고, 대구MBC에 대한 경영평가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특별한 사유 없이 사장을 교체하려는 것은 대구MBC의 자율 경영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권창모 전국언론노동조합 대구MBC 지부장은 이에 대해 “청와대 낙하산인 김재철 사장이 또 다른 낙하산을 보내 지역MBC를 장악하려 하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23일 낮부터 TV·라디오뉴스 제작 전면 중단

이에 대구MBC 노조는 23일 낮 12시부터 TV와 라디오 뉴스 제작 전면 중단을 비롯해 대부분의 정규 프로그램 제작을 중단하는 등 ‘낙하산 사장 반대 총력투쟁’을 시작했다. 그 동안 노조 파업으로 대구MBC뉴스가 축소된 적은 있지만 정규 뉴스가 중단된 것은 25년 만에 처음이라고 노조는 설명했다.

‘낙하산 사장 반대 총력투쟁’에 동참하는 간부들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보직을 맡고 있는 국·부장 18명이 보직을 총사퇴하고 노조와 행동을 같이 하기로 한 데 이어 23일까지 국·부장급 사원 23명이 노조에 재가입했다. 이 또한 대구MBC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노조는 전했다.

특히 국·부장 간부들이 속해있는 대구MBC 국부장협의회는 지난 19일 발표한 성명에서 “낙하산 사장 임명은 김재철 사장이 측근을 배려하려는 개인적 욕심에 의해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라며 “지금까지 방송을 천직으로 알고,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 온 협의회 국부장들은 일방적이고 안하무인격인 서울의 낙하산 사장 내정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김재철 사장을 향해 차경호 대구MBC 사장 내정자에 대한 철회를 요구하며 보직을 사퇴하고, 향후 대구MBC 노조와 일체의 행동을 같이한다고 결의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차경호 대구MBC 사장 내정자는 출근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경호 사장 내정자는 최근 대구MBC 노조와 통화에서 “김재철 사장의 사장 선임을 거부할 의사는 없다. 지역사 사정을 잘 안다”며 “반드시 대구에 내려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사장 내정자의 출근이 예상되는 25일부터 출근 저지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차경호 사장 내정자 임명을 위한 대구MBC 주주총회는 당초 23일 서울 여의도 MBC본사 10층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박영석 현 대구MBC 사장의 사직서가 늦게 도착해 24일 오전 9시로 연기됐다. 24일 주주총회 결과는 낮 12시 현재까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