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5·18 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지만원 씨에 의해 광주에 잠입했던 북한 특수군, 일명 '광수'로 지목됐던 인물이 평범한 중년 가장 차복환 씨로 밝혀졌다.

차 씨는 자신을 '광수 1호'로 지목하고 북한군 개입설의 근거로 삼았던 지 씨에게 면대면 사과를 요구했다. 차 씨는 지 씨가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 씨는 관련 입장을 묻는 취재진을 위협하는 등의 태도를 보였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나라키움저동빌딩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대국민 보고회에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김군'으로 알려졌던 차복환씨가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는 서울 중구 나라키움저동빌딩에서 '대국민 보고회'를 열고 지 씨 등 극우세력이 주장해 온 '광수1호'는 사실이 아니라고 바로잡았다. 조사위는 5·18 시민군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에서 '김군'으로 명명된 인물이 살아 있었고, 그가 차 씨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김군'이라는 이름은 사진 속 인물이 '김군'이라고 쓰여진 머리띠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붙은 명칭이다.

그동안 지 씨는 중앙일보 사진기자였던 이창성 씨가 찍은 사진 '금남로 페퍼포그 차량의 시민군'에 나오는 인물이 '광수1호'라며 5·18 광주 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왔다. 지 씨는 '광수1호'의 신원을 북한의 농업상이자 최고인민위원회 대의원인 '김창식'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진 속 실제 인물은 차 씨라는 게 조사위의 결론이다. 차 씨는 지난해 5월 사진 속 인물이 자신이라는 제보를 5·18 기념재단에 접수했다. 조사위는 지난해 10월 5·18기념재단으로부터 제보내용을 이관받은 뒤 사진비교, 증언·증거 확보를 위한 조사와 대면조사 등을 통해 차 씨가 사진 속 인물임을 확인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 속 지만원 씨

이날 대국민 보고회 현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차 씨는 자신이 '광수1호'로 지목된 사실을 지난해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차 씨는 자신의 배우자가 지난해 영화 <김군>을 보고난 이후 관련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 씨는 지 씨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차 씨는 "지 씨는 저를 '광수1호'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제 명예가 훼손된 것"이라며 "사과를 꼭 받고 싶고, 법적 부분도 생각해보고 싶다. 계속 (북한군 개입설 주장을)하고 있는 것을 나중에 알았지만,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사위 관계자는 "차 씨는 지 씨 본인이 사실을 인정하고 왜곡을 내려놓으면 용서를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만나서 사과할 것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없을 경우 법적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차 씨는 사진 속 머리띠에 새겨진 문구는 '석방하라 김군'이며 여기서 '김군'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차 씨는 "'김대중'을 쓰려고 했는데, 전라남도 쪽에서는 김대중 씨를 우러러 보지 않나. 그러다보니 이름을 쓰기가 좀 그랬다"며 "'김'까지 써놨는데 옆에 있던 사람들이 '네 이름을 써라' '아니다' 말해 뭐라고 할 수 없어 '김군'이라고 썼다"고 회상했다.

차 씨는 시위진압복장을 입은 경위에 대해 "당시 우리가(시민군) 후퇴를 하고 군인들이 들어왔을 때 경찰복장을 받은 걸로 기억한다"며 "그때 경찰복장 받은 사람을 168명 쯤으로 기억한다. '죽어도 좋다'는 사인(서명)을 했었는데 그게 서류상으로 남아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조사위 관계자는 당시 전남도청 뒤편 전남도경 2층에서 시민군들이 '죽어도 좋다'는 서명을 했고, 해당 서명을 했던 사람들에 한해 복장이 지급되었다는 게 차 씨 진술이라고 설명했다.

5월 11일 JTBC 뉴스룸 <[단독] 손가락 모양이 '김군' 증거…'광수설' 지어낸 지만원 찾아갔더니> 방송화면 갈무리. 지만원 씨가 취재진을 향해 발길질 하고 있다.

그러나 지 씨는 차 씨의 존재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취재진을 향해 발길질을 하는 등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JTBC는 11일 차 씨 오른손에 난 독특한 부상 흔적을 사진 속 인물과 대조한 뒤 지 씨를 찾아가 입장을 물었다. 이에 지 씨는 "112 부를 거야"라며 응답을 거부한 뒤 차 씨 사진을 보여주려는 취재진을 향해 발길질을 하며 위협했다.

지 씨는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를 북한군으로 지목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2020년 1심에서 징역 2년, 지난해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지 씨는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고도 집회 등을 통해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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