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장애인단체가 언론중재위원회에 ’탈시설로 인해 장애인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조정을 신청했다. 조선일보는 한 장애인이 탈시설 이후 욕창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해 패혈증로 사망했다며 전장연이 요구하고 있는 '장애인의 탈시설 권리'를 비판한 바 있다. 더 나아가 조선일보는 장애인 탈시설 지원법안을 ‘장애인 거주시설 강제 폐쇄’ 법안이라고 왜곡했다.

조선일보는 1일 기사 <[단독] 넉달만에 욕창으로...脫시설 사업으로 ‘독립’한 장애인의 쓸쓸한 죽음>에서 “장애인 A 씨가 생의 마지막 넉달을 보낸 곳은 시민단체가 서울시 지원금으로 임차한 방 2개짜리 14평 빌라였다”며 “일반인을 위해 만들어진 보통 집이었지만, 휠체어를 타는 A 씨에겐 힘든 공간이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A 씨가 시설을 벗어나게 된 것은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추진한 ‘장애인 탈시설 정책’ 때문이라며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는 2013년부터 약 10년에 걸쳐 총 938명의 장애인을 시설에서 내보내는 탈시설 시범사업을 벌였다”고 전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A 씨의 시설 관리 법인에도 서울시가 내려보낸 관선 이사가 들어왔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와 좌파 만화가 박재동 씨 등”이라며 “이들이 시설 폐쇄와 ‘탈시설’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했다.

9일 열린 '조선일보 탈시설 왜곡 기사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기자회견' (사진=전국장애인철폐연대)

조선일보는 A 씨가 시설에서 나와 거주한 서울시 은평구의 한 빌라에 대해 “소위 ‘센터’라고 불리는 사회복지법인 산하 단체나 시민단체가 지자체 돈으로 관리하는 집”이라고 소개했다. 조선일보는 “거기서의 삶은 시설 때와 달랐다”며 "시설에서는 간호사가 상주하며 날마다 건강 체크를 했지만 빌라에는 간호사가 주1회만 찾아왔다. 그런 생활 4개월여 만에 A 씨는 욕창으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전장연이 ‘이동권 보장’을 앞세워 탈시설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며 “(전장연의 요구사항은 올해 책정된 정부의 탈시설 예산 24억 원을 74억 원으로, 내년에는 807억 원으로 약 34배 인상해 달라는 것”이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이런 가운데 최혜영 민주당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이 주도하는 장애인 거주시설 강제 폐쇄 관련 법안은 관련 상임위에 올라 본회의 문턱에 다다른 상태”라고 덧붙였다.

해당 보도에 대해 전국장애인철폐연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등 6개 장애인단체는 9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왜곡했을 뿐 아니라 장애인의 탈시설권리를 마치 특정 정파의 문제로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장애인단체는 "'장애인 탈시설 지원에 관한 법률'을 '거주시설 강제폐쇄 법안'이라고 법의 내용을 왜곡했다"며 "또 관련 법이 마치 상임위를 통과한 것처럼 묘사해 긴박감을 주고 있으나, 현재 논의가 미뤄진 상태"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장애인의 탈시설권리 주장이 전장연의 주장이며 이는 민주당의 정책’이라는 조선일보와 최훈민 기자의 주장은 짜깁기 왜곡”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단체는 A 씨가 ‘욕창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했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 “정확한 사망 원인은 ‘패혈증’"이라면서 ”A 씨가 욕창으로 치료받은 사실은 있으나, 욕창을 방치해 사망의 원인이 된 것처럼 표현한 것은 명백한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A 씨가 거주했던 곳이 사회복지법인 산하 단체나 시민단체가 지자체 돈으로 관리하는 집이라는 내용에 대해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인) 지원주택 운영기관에 ’시민단체‘가 참여하도록 명시되어 있지 않다”며 “A 씨가 거주했던 지원 주택은 특정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시민단체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단체는 “조선일보는 서울시나 운영기관의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사실만으로 충분히 확인이 가능함에도 그냥 기사화했다”고 비판했다.

장애인단체는 ’박경석 대표와 박재동 만화가가 관선이사였다'는 내용도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장애인단체는 “’관선이사‘라는 용어는 사회복지법인 사회복지법상의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을 때만 관리기관이 임시이사를 파견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박경석, 박재동 씨는 서울시가 보낸 임시이사였던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장애인단체는 서울시 탈시설 정책은 박원순 전 시장이 아닌 오세훈 시장이 시작한 사업이라고 바로잡았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시절인 2009년 8월 2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국 최초로 장애인의 탈시설을 지원하는 ’장애인 전환서비스 지원센터‘를 신설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장애인단체는 "간단한 팩트체크도 하지 않았다"며 "’시민단체출신=박원순시장=민주당‘을 엮어 (탈시설 정책이)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세력의 정책인 것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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