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이 <PD수첩> 부서가 속한 시사교양국을 해체하고, <시사매거진2580>이 속한 부서를 보도본부에서 편성본부로 이관하는 것을 뼈대로 한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그 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시사교양국 해체가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김재철 사장은 20일 임원회의에서 9개본부 31국을 8개본부 32국으로 개편하는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 MBC가 4월20일 확정한 조직개편안
개편안에 따르면, 보도본부 보도제작국 소속이었던 <시사매거진 2580>이 편성본부로 흡수돼, 기존 보도제작국은 해체가 확정됐다. 또, 기존 편성제작본부 아래 <PD수첩>이 속해있던 시사교양국은 보도제작국과 통합돼 편성제작본부 아래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으로 분리됐다. 즉, 시사제작국 1부와 2부는 현재의 보도제작국 1부와 2부로 개편되었으며, <PD수첩>은 시사제작국 3부 산하로 개편됐다.

기존에 있었던 라디오본부도 사실상 해체됐다. 기존 라디오본부는 편성제작본부 아래 라디오제작국으로 개편됐다. MBC는 이 밖에, 인터넷뉴스부와 SNS뉴스부가 속해 있는 뉴미디어뉴스국을 신설했다.

이 같은 개편안에 대해 MBC 구성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김재철 사장은 지난해 2월 구성원들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사교양국을 편성제작본부 산하로 이동한 데 이어 이번에는 아예 시사교양국 자체에 대한 해체를 결정해 “시사 프로그램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최승호 PD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PD수첩>과 같은 시사 프로그램을 더 확실히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오래 전부터 이렇게 (시사교양국 해체) 하고 싶어 하면서도 반발이 거세 하지 못했는데 파업이 길어지니 막가파 심정으로 하는 것 같다. 시사 프로그램을 약화시키려는 저의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폐지가 확정된 보도제작국의 수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MBC는 지난 2009년 보도제작국 소속 기자들이 만드는 구성원들의 격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뉴스후> 프로그램 이름을 <후플러스>로 바꿨다. 그리고 지난 2010년, 결국 <후플러스> 폐지를 공식화 했다. 지난 2011년 11월에는 기자가 아닌 PD 출신 인사를 보도제작국 국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20일, 보도제작국은 해체됐다.

이와 관련해, 한 데스크급 기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기자들이 전체적으로 분노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보도제작국 쪽으로 시사교양국이 흡수되면 ‘노골적인 PD수첩 죽이기’로 비칠 것 같으니 엉뚱하게 보도제작국까지 유탄을 맞아 편성본부로 끌려가는 형태로 조직 개편이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이번 MBC 개편안과 관련해 기자들과 PD들은 오는 23일 긴급 총회를 열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MBC노조 또한, 23일 발행하는 특보를 통해 이번 개편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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