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가 ‘용산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집회와 시위 없이 의회에서 공방하는 성숙한 정치로 나아가는 초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그는 용산공원이 개방될 경우 미국의 백악관처럼 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부정하는 발언으로 그가 예로 든 백악관 인근은 집회의 명소로 불린다.

6일 조선일보에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불통’ 청와대 ‘시위’ 광화문 넘는 새로운 공간의 시대>라는 제목의 칼럼이 게재됐다. 해당 칼럼에서 유 교수는 용산 집무실 이전이 집회시위자들에게 탐탁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교수는 광화문이 집회하기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 ▲높은 빌딩이 시위 소리를 반사해 시위 효과 증폭 ▲사방이 트여있어 최소 군집으로 최대 효과 ▲접근성 우수 ▲역사적 상징성 ▲청와대를 향한 집회 방향 등을 언급했다. 유 교수는 “민주당에게 이곳은(광화문) 촛불 집회, 광우병 시위라는 두 번의 승리를 가져다준 성지이기도 하다”며 "광화문은 학생운동 시절부터 거리 집회와 시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홈그라운드였다"고 덧붙였다.

SBS 1일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 출연한 유현준 교수 (사진=SBS)

용산은 다르다고 평가한 유 교수는 “용산에서 삼각지를 막고 시위할 경우 강북의 중요한 교통 루트가 막힌다”며 “잦은 시위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집무실 바로 앞 공원에서 (집회를) 하면 넓은 공원에 사람과 소리가 퍼져 나가고 나무가 흡음재 역할을 한다”며 “무엇보다 주변에서 오가며 바라봐주는 사람이 적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 교수는 “용산 이전을 통해 광화문 광장 집회가 중심이던 정치 공간이 재구성될 수 있다”며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집회와 시위 없이도 의회에서 치열하게 공방하는 성숙한 정치로 나아가는 초석이 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의회 정치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고 했다.

유 교수는 “용산은 몽골군, 일본군 등 외국 점령군이 차지했던 오욕의 역사가 많은 땅”이라면서 “이곳에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의 공간이 들어선다면 주권을 완전히 회복하는 의미가 있다. 풍광이 넓고 좋아 국민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추켜세웠다. 유 교수는 “추후 용산공원이 개방되면 국민들은 대통령 집무실 앞마당에서 쉬게 된다”며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가로막는 공간이 없어지고 소통이 원활해진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 교수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놓고 “신의 한 수”라고 평가해 논란이 일었다. 유 교수는 지난 3월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국방부에 가봤는데, 태어나서 봤던 뷰 중에 가장 좋았던 것 같다”며 “풍수지리는 모르지만 ‘이런 데 대통령 집무실 같은 거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미국 백악관을 예로 들며 “향후 미군 부대가 이전하고 나면 용산 가족공원으로 다 오픈될 텐데, 앞에 시민들이 올 수 있는 공원이 있고 그 위에 청와대가 있으면 백악관하고 비슷한 형태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유 교수는 다음날(1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에서 “원래 뜻이 곡해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유 교수는 “단순하게 용산은 청와대를 옮길 만한 건축적 환경인가에 대해서 건축적 의견을 답했을 뿐이지, 지금 반드시 옮겨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며 “국방부를 빼고 들어가라는 의도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회와 시위 없이 의회 정치 업그레이드' 표현은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부정하는 발언이다. 헌법 제2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유 교수가 기대하는 용산 집무실은 미국의 백악관과 거리가 멀다. 백악관 인근에서는 활발하게 집회·시위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지난 3월 22일 기사 <백악관식 소통상징 ‘자유로운 집회·시위’…‘국방부 모델’엔 없다>에서 “백악관 북쪽 라파예트 공원은 20세기 초 여성참정권운동 집회, 1960~70년 민권·반전운동 집회 명소였다”며 “지금도 백악관 울타리 앞에서 시위 참여자들이 손팻말과 펼침막을 든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인근에서 ‘트럼프를 제거하라’는 슬로건의 대형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주변 시위를 제한하려 시도했으나 시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한편 경찰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 반경 100m 이내의 집회·시위 금지 방침을 세웠으며 취임식 당일 0시부터 인근 집회 신고에 대해 불허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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