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국회 앞 단식 농성장이 철거 위기에 처하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농성장 유지를 요구했으나 대통령 경호처는 ’관계 법령에 따라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앞 농성장 공간은 대통령 취임식 당일인 5월 10일 0시를 기점으로 대통령 특별업무 공간으로 지정되며 대통령 경호처가 관리에 들어간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평등을 염원하고 차별금지법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농성장 안전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장 공동집행위원장은 “이 농성장이 강제철거 될지, 안 될지 우리는 알 수 없다”며 “모든 답변은 대통령만 할 수 있다. 농성장에 대한 안전을 명확하게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6일 국회 앞에서 '대통령 취임식 전 단식농성장 철거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장 공동집행위원장은 “우리 발로 이 공간을 떠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이 공간을 함께 지키고자 하는 시민들과 함께 5월 9일부터 1박2일 철야농성을 진행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밝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공동집행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평등법이 제정되기를 간절하게 원했다”면서 “대통령 당선자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혐오를 선동하고 있다.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국민의힘 정부가 가져올 사회 변화가 너무나 두렵다”고 말했다.

박한희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는 “‘농성장을 철거하느냐'는 질문에 대통령 경호처는 여전히 ‘관련 법령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모호한 답변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활동가가 거론한 관련 법령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5조 1항과 3항'이다. 해당 조항은 각각 경호 구역의 지정은 경호 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범위로 한정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위해 방지에 필요한 안전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박 활동가는 “관련 법령은 대통령의 신변 안전에 위협이 될 정도가 아니면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하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경호처의 답변은 농성장을 철거하겠다는 말이다. 단식농성을 하며 차별금지법을 제정해달라는 것이 대통령 신변 안전에 무슨 문제가 되냐”고 반문했다.

26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윤 당선자는 평등의 봄을 해산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 취임 선서는 ‘헌법을 준수한다’로 시작한다”며 “대한민국 헌법은 헌법 질서의 기초가 평등임을 오래전부터 선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류 활동가는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했다. 미류 활동가는 "차별에 반대하는 시민을 방치하는 것은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라며 "10만 명의 시민이 들어 올린 평등의 싸움을 1년 동안 심사도 안 하고 뭉갠 것은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인 법제사법위원회"라고 지적했다. 미류 활동가는 "그동안 민주당의 방기로 수많은 시민들이 혐오와 차별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며 "하루빨리 법을 제정해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법사위는 평등법 공청회 실시를 위한 계획서를 채택했다. 국회 입법 절차의 일환으로 차별금지법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노무현 정부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발의한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21대 국회 들어 정의당 장혜영 의원, 민주당 권인숙·박주민·이상민 의원 등이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 국회 국민동의청원 제도를 통해 10만 명의 동의를 얻은 차별금지법 제정 청원이 법사위로 회부됐지만 국회는 한 차례도 법안을 논의하지 않았다.

한편 국민의 과반은 차별금지법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3~4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제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57%로 집계됐다. ‘제정해선 안 된다’는 응답은 29%였다. 한국갤럽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며 “이러한 법 제정 요구에 힘이 실리는 것은 그만큼 일상에서 차별이 만연하다는 방증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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