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민언련 모니터] 이번엔 ‘치마’가 화제입니다. 지난달 주요 언론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배우자 김건희 씨의 후드티와 슬리퍼 차림을 두고 ‘검소하다’, ‘완판녀 등극’ 등 표현으로 미화한 데 이어 이번엔 김건희 씨가 입은 치마를 두고 ‘소박하다’며 부각하는 보도를 냈습니다.
김건희 씨가 5월 3일 충북 단양 구인사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처음엔 행보를 단순 전달하는 보도가 나오더니 당일 저녁 중앙일보가 <사찰 방문한 김건희 치마, 5만4000원짜리 쇼핑몰 옷이었다>(5월 3일 이보람 김기정 기자)라며 제목과 내용에서 치마와 그 가격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내놓자 다른 언론도 이를 그대로 옮겨 싣고 있습니다.
5만 원대 치마로 소박함 강조…주가조작은?
5월 3일 김건희 씨 치마를 다룬 중앙일보 기사 이후 국민일보, 서울경제,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국경제 등에서도 비슷한 기사를 내며 치마 가격과 그의 소박한 모습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조선비즈‧여성조선‧주간조선 등이 1건씩 보도해 조선미디어그룹의 관심이 높았습니다.
중앙일보 <사찰 방문한 김건희 치마, 5만4000원짜리 쇼핑몰 옷이었다>는 “(김건희 씨 치마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5만원대에 판매 중인 제품과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로 시작해 “두 개의 큰 주름이 A라인 형태로 퍼지는 디자인”, “면과 나일론이 섞인 소재”라며 자세히 소개한 뒤 “김 여사는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소박한 패션으로 화제를 모았다”고 썼습니다.
조선일보 <사찰 찾은 김건희 치마 또 눈길…5만원대 쇼핑몰 옷이었다>(5월 3일 김가연 기자)는 관련 기사 중 처음으로 김건희 씨 팬카페 반응을 소개했습니다. “지금 주문 대폭주 중”, “모델보다 더 우아하다” 등 팬카페 반응과 함께 “일부는 김정숙 여사의 옷값 논란에 빗대 ‘5만원대 치마라는데 누구랑은 차원이 다르다’ 등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들 기사는 김건희 씨 검소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내용으로 김 씨를 미화하고 찬양하는 수준의 보도입니다. 김건희 씨와 관련된 각종 ‘의혹’은 외면하면서 그에게 소박한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데 언론이 열중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중앙일보는 지난해 12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분석한 지난 1년 9개월 간 김건희 씨 주요 의혹 보도량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또 등장한 ‘독자제공’ 사진출처, 보도계기 제대로 밝혀야
김건희 씨 치마 관련 첫 보도인 중앙일보 <사찰 방문한 김건희 치마, 5만4000원짜리 쇼핑몰 옷이었다>(5월 3일 이보람 김기정 기자)에서 쓰인 김건희 씨 사진엔 그 출처가 ‘독자제공’으로 쓰여 있는데요. 최근 김건희 씨 관련 사진기사의 경우 그 출처가 ‘독자제공’인 경우가 많습니다.
경찰견 사진의 경우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윤 당선인 취임 전 공개활동 개시 검토>(4월 4일 한지훈 기자)로 처음 알려졌는데 이후 미디어오늘 <미오 사설/‘후드티 김건희’ 사진 보도 이상한 이유>(4월 4일)를 통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이 제공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이후 김건희 씨 노란 스카프 사진을 처음 보도한 조선일보 <윤, 부활절 예배 참석…한강 공원서 반려견과 산책도>(4월 18일 김민서 기자) 또한 ‘독자제공’ 사진을 실었는데요. 이 또한 대통령 당선자는 물론 배우자와 직계존비속까지 국가원수급 경호와 의전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과 관련 없는 ‘독자’가 제공할 수 없었을 거란 의심을 낳았습니다.
중앙일보의 ‘소박한 치마’ 사진기사도 마찬가지인데요. ‘독자제공’이란 출처뿐만 아니라 육안으로는 구별 불가능한 치마의 판매처까지 명확하게 적고 있다는 점에서 의심을 더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 윤석열 당선자 또는 김건희 씨 관계자로부터 사진을 받아 썼다면 출처를 밝히면 됩니다. 그렇지 않은 채 오히려 취재원과 보도계기를 숨기는 식의 투명하지 못한 보도라면 언론 신뢰도를 낮출 뿐입니다.
포털 메인에 가십‧미화 기사 올린 언론사, 자리 아깝다
김건희 씨 치마 기사를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언론사 편집판에 배치한 언론도 있습니다. 네이버의 언론사 편집판은 네이버가 모바일 메인에서 뉴스 기사를 없애고 언론사별 구독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만든 것으로 각 언론사가 직접 기사를 선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언론사가 포털 네이버를 통해 가장 먼저 독자와 만날 수 있는 일종의 ‘창’인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 언론사에서 이런 가십‧미화 기사를 자사 편집판에 올려두고 있었습니다. 언론사 편집판에 참여하는 79개 매체 중 오전 8시 기준 국민일보‧서울경제‧조선일보‧중앙일보‧파이낸셜뉴스‧헤럴드경제가, 오후 3시 기준 국민일보‧서울경제‧아이뉴스24‧주간조선‧파이낸셜뉴스가 메인에 김건희 씨 치마 기사를 올려두고 있었습니다.
포털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 서비스에 대한 개선은 필요하지만,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사 스스로가 바뀌지 않으면 포털의 뉴스 편집권 박탈만으로는 저질 기사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점도 이번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언론은 김건희 씨 치마 보도 외에도 온라인 커뮤니티나 자극적 외신을 받아쓴 기사, 정치인 발언 따옴표 기사 등을 자사 편집판에 배치하는 등 선정적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 줄곧 이어졌습니다. 이를 개선할 분명한 대안을 언론 스스로 만들어내야 할 때입니다.
* 모니터 대상 :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김건희’, ‘치마’를 검색해 나온 온라인 기사 (5/4 오후 3시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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