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110대 국정과제’에 대해 ‘노동의 가치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노총은 인수위원회가 기업 친화적 국정과제를 들고 나왔다고 지적했다. ‘여성 불평등 완화’에 대한 국정과제가 없다는 점 역시 문제로 꼽혔다.

민주노총은 4일 발표한 논평에서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의 배제와 실종”이라며 “모든 정책 방향에 스며들어야 할 노동은 의미가 완연하게 축소되었다.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필수적인 노동권 보장과 노동조건 개선은 국정과제의 한 귀퉁이도 차지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3일 안철수 인수위원장으로부터 '110대 국정과제'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은 “'근로자 위원을 중심으로 노사관계를 재편하겠다'는 것은 당선자와 새 정부가 가진 노조 혐오, 반노조 정서의 투영"이라고 했다. 인수위원회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의 대표성·독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불평등 양극화를 해결하는 국정과제가 아니라 불평등사회를 고착·심화시키는 위험한 국정과제가 발표된 것”이라고 총평했다.

한국노총은 3일 성명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노동의 가치’가 과연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법·제도와 노사관계의 현실을 봤을 때 ‘공정의 원칙’이 과연 ‘공정’한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또한 한국노총은 인수위원회가 ‘근로시간 제도 노사선택권 확대’를 국정과제로 삼은 것에 대해 “노조조직률이 12%에 불과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노동시간에 대한 통제권은 실상 사용자 주도로 결정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국노총은 인수위원회가 ‘산업안전보건법 관계 법령을 정비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의미한다”며 “(국정과제의 주요 내용인) '불확실성 해소, 안전보건 확보 의무 명확화'는 경영계에서 지속해서 요구한 것이다. 경영 책임자와 법인이 수사·재판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경영계의 요구를 수용하여 법의 무력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라며 “노동자의 생명, 안전과 직결된 산업재해 대책과 관련해 우려의 지점이 높다”고 비판했다.

(사진=픽사베이)

"성차별적 상황 재구조화 전무"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국정과제에 헌법 34조에 규정된 ‘여성 복지·권익 향상’이 담겨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네트워크는 4일 논평에서 “헌법이 ‘여성 복지·권익 향상’을 국가의 의무로 명시한 건 여성 일반의 복지·권익이 남성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며 “성별 위계가 존재할 뿐 아니라 변화 역시 매우 더디다. 인수위원회는 이런 현실조차 검토하지 않고 국정과제를 수립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인수위원회가 내놓은 여성 관련 국정과제는 창업지원, 경력단절 여성 훈련 확충, 여성 범죄 대응력 강화, 여성 농어업인 특화 건강검진 제공, 과학 분야 지원체계 구축, 성별근로공시제 단계적 도입 등이다. 여성정치네트워크는 “성차별적 상황을 성형평성에 맞게 재구조화해야 하는 국가의 책무와 직접 관련된 사항은 전무하다시피 하다”며 “여성의 권익과 복지에는 관심이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성정치네트워크는 “윤석열 당선인은 ‘법치주의’가 정치적 소신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소신에 맞게 헌법정신을 준수하라”며 “불평등한 대한민국이 성평등한 대한민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국정과제를 재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성평등의 목표와 효과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구조화 되어 있는 사회를 극복하는 것으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가 있음에도 인수위원회는 저출산 위기를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성평등 고용환경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젠더폭력 근절, 노사관계에서의 여성의 대표성 확대 등 주요하게 제기했던 요구는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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