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2011년 MBC 아나운서 공개 채용 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신입사원>을 통해 MBC에 입사한 오승훈 아나운서가 현직 아나운서 최초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화제다. 지난 4월 20일 법무부가 발표한 변호사 시험 합격자 명단에 오승훈 아나운서가 이름을 올렸다.

사실 오 아나운서는 대전과학고를 거쳐 카이스트에 진학한 뒤 항공우주학 박사 과정까지 밟아 MBC 입사 당시에도 화제였다. 그리고 이번엔 변호사 시험 합격으로 더 주목받게 됐다. 변호사 시험 도전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4월 27일 오 아나운서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오 아나운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변호사 시험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먼저 부탁드려요.

“우선 축하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최선 다해서 열심히 했지만 준비한 사람 모두가 합격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발표 전날엔 굉장히 긴장되고 떨렸습니다. 그런데 합격이란 결과가 나와서 감사할 따름이고요. 같은 시기에 공부하고 시험을 치렀던 분들 생각도 많이 나서 좋기만 하기보다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신입사원>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 박사 수료 출신으로 현재 MBC 아나운서이고 이제 변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하셨어요. 스펙이 넘사벽 수준인 것 같은데?

“아나운서고 변호사 자격증도 있으니 흔히 말하는 스펙으로 치자면 여러 가지 스펙을 가진 건 맞죠. 또 스펙에 대한 평가가 성실함이나 노력에 대한 평가이고 그것이 칭찬이라면 감사한 일입니다. 그런데 스펙 자체로 뭔가 평가받는다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왜요?

“스펙이라는 건 결과만 놓고 보는 거잖아요. 그 뒤에 숨어 있는 노력이라든지, 아니면 가족들의 도움이나 희생 그리고 동료들의 지원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서 결과가 만들어진 거니까 그런 것이 칭찬일 경우에는 감사하기는 한데 저 혼자 대단한 스펙이라고 평가 받는 건 미안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공계 출신인데 어떻게 아나운서 할 생각을 하셨어요?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오히려 저 같은 경우에는 이공계 출신이라서 아나운서의 꿈을 갖게 됐어요. 제가 석사 논문을 쓸 때 2005년이었거든요. 그때 황우석 사건이 터졌습니다. 황우석 사건이 이공계 이슈였잖아요. 그래서 시사 프로그램이나 뉴스를 관심 갖고 보게 됐고,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매일 들었어요. 그걸 들으면서 ‘나도 이런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고 싶다’란 생각에 손석희 아나운서라는 분에게 관심 갖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죠.

그러나 박사 과정은 입학하기로 교수님과 약속이 돼 있어서 졸업 후에 박사 과정에 들어갔어요. 하지만 박사 과정 내내 아나운서에 계속 관심이 가 있었고 1년 반 정도 고민하다가 ‘이렇게 맨날 연구에 집중 못 하고 아나운서에 관심을 가지고 계속 찾아볼 거라면 아나운서를 하자. 그게 내가 더 행복해지는 길이겠다’란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면 언론에 관심이 있었나요?

“황우석 사건 이전까지 언론에 크게 관심을 갖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그래서 황우석 사건은 제가 언론에 관심 갖게 해준, 제가 진짜 원하는 직업이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고민하게 해준 사건이에요”

만약에 황우석 사건이 없었다면 지금의 아나운서 오승훈은 없겠네요?

“그건 100% 맞는 말씀 같습니다. 아마 대학원 과정을 끝까지 마쳐서 박사 학위를 따고 연구원으로 지내거나 아니면 제가 생각하고 있던 교수 생활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아나운서 오승훈은 없겠죠”

MBC 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인터뷰 보니까 시사프로 진행에 욕심이 있어서 법 공부를 하셨다고 나와요. 공부를 할 순 있지만 시험 응시 생각은 못 할 거 같은데요.

“공부 시작할 때는 자격증 취득까지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1학년 마쳤을 때 선배들이 근무 다시 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2년 동안 휴학하고 근무했는데, 공부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박사 과정 중간에 그만두고 3년 동안 장교로 근무한 후에 아나운서가 된 거거든요. 박사 과정도 마치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공부 시작만 하고 그만두면 아쉬울 것 같아서 휴직을 받아 공부를 다시 시작했어요.

그런데 2년 동안 좀 힘들었어요. 로스쿨 제도라는 것이 전문대학원이라 전문가를 양성하는 제도잖아요. 마무리가 변호사 시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쨌든 로스쿨 3년의 결과물이 변호사 자격증을 얻는 것이라고 인식하는 상황이라면, 그 시간에 대한 증명을 자격증으로 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결혼도 하셨는데 가정을 꾸리며 공부하는 게 쉽진 않았을 것 같아요. 더구나 취준생도 아니니까요.

“맞아요. 제가 결혼한 지 올해로 10년 차거든요. 이게 자비 연수 휴직이라 제 돈으로 공부해야 하는 건데, 경제적인 면에서 가족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공부를 시작할 수 없었겠죠. 그래서 이 결과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영광을, 영광이라고 표현하기 뭐하지만 누군가가 그걸 가져야 한다면 저는 가족들이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고맙고 미안한 게 있습니다. 그런 부분이 약간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오로지 부담인 게 아니라 더 잘해야겠다는, 최선을 다해 꼭 결과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단 하루도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같이 공부하는 학생들과 나이 차 때문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어려운 점까지는 없었던 것 같고요. 1학년 때 한 10살 차이 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2학년으로 복학했을 때 2년 더 시간이 지났으니까 12살 넘게 또 차이가 나버리게 됐잖아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원격수업을 하면서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훨씬 많았어요. 그러니까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시간보다 제 자신의 실력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러면서 이 친구들과 비교에서 오는 박탈감이나 부족함을 느끼는 부분은 훨씬 줄었어요. 시기적으로 저한테 도움이 된 게 아닌가 해요.

또 어린 친구들이랑 같이 공부하면서 오히려 혜택을 본 게 많습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이 친구들이 자료도 막 저한테 주고요. ‘형 이런 거 혹시 모르시죠. 저희 친구들끼리는 이런 자료들을 공유하고 있는데 형 혹시 가지고 있지 않으면 이거 보세요’ 하고 넘겨주는 경우도 굉장히 많았어요”

알아보는 사람도 있지 않았나요?

“제가 유명한 아나운서도 아니었지만, 아나운서라고 하면 이 친구들이 주목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제가 많이 주목받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편이라 숨겼는데 소문이 이미 나 있더라고요. 아나운서냐고 물어보는 친구들도 있었죠”

공부 과정은 어땠나요.

“로스쿨 커리큘럼이 매우 빡빡하게 짜여 있어 그걸 따라가기에 벅차기도 했지만 성실히 따라가야 한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이 있어서 열심히 했어요. 그리고 학교에서 열람실이라고 해서 독서실 같은 자리를 제공해 주거든요. 그러면 양옆에 앉은 친구들하고 같이 밥 먹고 주로 공부에 대한 대화 나누면서 과정을 충실하게 지냈죠”

아내 분도 박사 과정 밟으셨다던데 수입이 없잖아요. 생계는 어떻게 해결했나요?

“아내는 결혼하면서부터 박사 과정 진학해 있는 상태였고요. 저는 2017년 휴직 전까지 벌이가 있었잖아요. 그걸로 아내가 생계를 유지하고 저축 많이 해뒀더라고요. 그 정도 비용으로 학업을 시작할 수 있겠다고 아내가 조언해서 시작했는데 생계가 부담스러웠긴 하죠. 빚내서라도 공부 마무리 지으면 그다음부터 다시 수입이 생기니까 같이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을 공유했고요. 제가 2022년 올해 2월에 졸업할 때 아내도 같이 박사학위를 받았거든요. 그래서 둘 다 수입이 생겼죠”

현직 아나운서 최초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오승훈 MBC 아나운서

퇴사는 안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변호사 활동하면서 프리랜서 방송인으로도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퇴사 질문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우선, 제가 MBC 아나운서에 대한 애정이 굉장히 큰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26살에야 제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렸고, 그때부터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었는데 아직 그 일을 본격적으로 해보지도 못했어요. 아직 꿈으로 남아 있지요. 변호사 오승훈이 아니라 MBC 아나운서 오승훈으로서 그 꿈을 실현하고 싶은 의지가 아직도 간절하게 있습니다”

왜 MBC여야만 할까요? 방송사는 많고 변호사로 시사프로 진행할 수도 있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의문 가지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요. 저도 ‘왜 꼭 MBC 아나운서로서 그 꿈을 이뤄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답은 MBC 아나운서에 대한 애정 같아요. 처음 꿈을 갖게 해준 곳이고, 아나운서가 될 수 있게 기회를 주었던 곳이란 고마움도 가지고 있고요. 제가 생각하는 MBC 아나운서국은 이름만 MBC 아나운서가 아니라 동료들로 이루어진 아나운서국이거든요.

MBC와 MBC 아나운서에 대한 애정, 동료들에 대한 애정이 있고 꿈을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그런데 그 꿈을 실현할 방법이 MBC 아나운서라는 자격으로 이루는 방법도 있고, 변호사로서 이룰 방법도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 계속 말씀드린 그 애정이라는 것 때문에 제가 MBC 아나운서로서 꿈을 이루고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변호사 개업은 아예 생각이 없으신지, 아니면 언젠간 할 생각이에요?

“정년은 아니더라도 최대한 오랫동안 MBC 아나운서로서 활동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고요. 제가 꿈꿔왔던 일들을 할 수 있다면 최대한 이 조직 내에서 하고 싶습니다. MBC 아나운서로서 제가 생각했던 무언가를 이루고 이후에 정년이 됐든 언제든 퇴사한다면 그때는 변호사로서 살아갈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개업 관련해 지금 당장 구체적인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또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새로운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요. 혹시 기회가 된다면 미국에서 저널리즘 쪽 공부를 1년 정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는데, 꼭 도전해보고 싶다 정도는 아닙니다. 제가 꿈으로 생각하고 있는, MBC 아나운서로서 시사 프로그램 진행해보고 싶다는 게 아직도 도전해야 하는 부분이고요.

제가 도전을 많이 한 것처럼 비치지만 사실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결정을 한 도전 외에는 상황이 도전하게끔 만든 경우가 많았거든요.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니 무언가에 도전하겠다고 말하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에 맞춰 무엇이 옳은 방향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겠다, 정도에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제가 원하는 꿈에 다가가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정도가 저의 앞으로의 각오가 될 것 같네요”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해요.

“MBC 아나운서로서 시청자 여러분들이 보시기에 믿을 만한 아나운서라는 인식을 심어 드리는 게 목표고요. 또 MBC 아나운서로서 좋은 아나운서라는 평가받으면서 생활을 해나가는 게 저의 포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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