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김재철 사장이 제안한 ‘관계회사 임원 선임 사전협의 안건’을 여당 추천 이사들 단독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전, 여당 추천 이사들은 김재철 MBC 사장의 갑작스러운 안건 제안에 볼펜을 집어던질 정도로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한 바 있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김재우, 이하 방문진)는 19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어, 김재철 사장이 18일 긴급 안건으로 제안한 ‘관계회사 임원 선임 사전협의 안건’을 야당 추천 이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당 추천 이사 6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관계회사 임원 선임 사전협의 안건은 서울MBC가 대주주로 있는 지역MBC와 자회사 임원 선임에 대해 사전 협의를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불과 하루 전인 18일만 해도 여당 이사들은 김재철 사장의 안건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했다.

18일 오후 열린 방문진 회의에는 당초 차경호 기획조정본부장이 현안 보고를 할 예정이었으나, 김재철 사장이 예고에도 없이 나타나 직접 현안 보고에 나섰다. 김 사장은 보고 도중, 갑자기 서류 봉투를 꺼내면서 이사들에게 “관계회사 임원 선임문제를 협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원 선임 문제를 논의하려면 사전에 방문진 이사들에게 안건을 통보해야 했지만 김 사장은 불쑥 안건 처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평소 김 사장의 행보를 옹호했던 여당 추천 이사들조차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으며, 한 이사는 격분한 나머지 불펜을 집어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MBC 관계회사들의 임원 선임 문제는 당초 지난 2월에 처리 되었어야 할 사안이지만 MBC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미뤄진 측면이 있다. 이에 김재철 사장은 처리가 임원 선임 문제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돌발 행동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광동 방문진 여당 추천이사는 <미디어스>와 전화통화에서 “어제 현안 보고 때 김재철 사장이 관계회사 임원 선임이 파업으로 두 달 정도 늦춰져 조기에 마무리를 짓고 싶다는 요청을 했지만 긴급안건으로 처리하기에는 급박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오늘 오전에 임시이사회를 열어 처리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김재철 사장의 돌발 행보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방문진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고 절차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야당 추천 이사인 정상모 이사는 “회의 시작 10분전에 참석을 통보하고 긴급안건을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절차를 무시한 행위”라며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긴급안건처리를 요청한) 절박한 사정이 있었을 것인데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김재철 사장은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정 이사는 여당 추천이사들에 대해서도 “오늘 열린 이사회에서 여당 추천이사들은 어제와 달리 (김재철 사장을) 두둔하기에 급급했다”며 “방문진의 관리감독권이라는 것이 김재철 사장의 ‘경호권’으로 전락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날 처리된 ‘관계회사 임원선임 사전협의 안건’에 대한 논란은 이 뿐이 아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사전협의 안건 중 ‘MBC 본사 이사 선임’ 안건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MBC본사 이사 선임 권한은 사전협의 대상이 아닌 방문진 이사회가 결정하는 고유 권한임에도 이에 대한 사전 협의를 진행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에 야당 이사들은 “MBC 본사 이사 선임은 사전협의 대상이 아닌 방문진 이사회가 결정하는 고유권한”이라고 항의하며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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