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 보도국 내에서 기자들의 파업을 틈탄 성추행 파문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보도국 내에서 김 아무개 차장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난 2010년 술자리에서 여성 작가들에게 반복적인 성추행을 저지르다 정직6개월 징계를 받은 인물이 마감뉴스 <뉴스24> 책임 PD로 복귀하면서 MBC 여기자들의 분노는 거세지고 있다.

파업 불참한 김 아무개 차장, 계약직 여사원 성추행

▲ 서울 여의도 MBC 사옥 ⓒ미디어스
MBC 기자들이 제작거부를 하고 있던 지난 1월 말, 보도국 소속 김 아무개 차장은 술자리에서 계약직 여사원들에게 듣기 힘들 정도의 민망한 말들을 내뱉으며 강제로 신체를 접촉하는 성추행을 저질렀다. 김 차장은 노조원 신분이긴 했으나 지난 1월30일부터 시작된 ‘김재철 퇴진 투쟁’ 총파업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김 아무개 차장은 결국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김 차장의 징계는 제작거부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은 박성호 기자회장에 대한 징계와 같은 날 이뤄졌다. 이에 “김 차장이 파업 불참자이기 때문에 봐준 것”이라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MBC 여기자회에 따르면, 당시 여기자들은 징계와 재발 방지를 당부하는 장문의 이메일을 보도부문 전 구성원들에게 발송했다. 기자들은 파업 기간이라는 특수성과 피해자들의 상황을 감안해 공개 성명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성추문 가해자가 정직 기간이 지난 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보도국에 다시 돌아오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기자 출신인 차경호 기획조정본부장은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직접 여기자회에 밝혔고, 황헌 보도국장도 “염려하지 말라”는 전화를 걸어왔다.

‘성추행 전력’ 부장이 <뉴스24> PD로

그러나 불과 한 달 뒤, MBC는 파업으로 인한 인력 공백을 이유로 성추행 전력으로 보도국을 떠나있던 황 아무개 부장에게 다시 주요 보직을 맡겨 논란이 일고 있다.

MBC는 지난 9일부터 방송을 재개한 <뉴스24>의 진행 PD에 성추행 전력으로 중징계를 받았던 황 아무개 부장을 기용했다. 황 부장은 지난 2010년 말, 술자리에서 보도제작국에 근무할 당시 함께 팀원으로 일하던 여성 작가들을 성추행해, 인사위원회에서 ‘정직6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여기자들은 당시 황 아무개 부장의 죄질에 대해 “지난 2009년 또 다른 김 아무개 차장이 후배에 대한 성추행으로 해고된 전례와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의 심각한 수위였지만, 작가라는 약자의 신분을 가진 피해자들이 강하게 해고를 요구할 수 없어 정직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황 아무개 부장 기용에 대한 이진숙 홍보국장의 해명도 논란이다.

이진숙 홍보국장은 지난 2009년 성추행 사건 당시 여기자들을 대표해 회사 쪽에 가해자의 해고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파업으로 인력이 부족해 다른 부문의 인력을 데려다 쓰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여기자들은 “특히 이진숙 홍보국장의 반론에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이 해명은 요즘 말하는 ‘유체이탈 화법’의 다름 아니다”며 이진숙 국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MBC 여기자들은 18일 성명을 내어 “공정방송을 위한 파업 여부를 떠나 인간적 염치와 도리를 져버린 보도국 수뇌부의 이번 결정에 참담함마저 느낀다”며 “성추행 문제뿐만 아니라 각종 사안에 누구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언론사가 성추행자를 감싸는 현실에 얼굴을 들 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회사를 향해 즉시 황 아무개 부장에 대한 인사 조치를 취소하고, 성추행 가해자들을 복귀시키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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