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자 조선일보 사설

정치적 의도야 어찌됐든 요 며칠간 조선일보가 다문화사회를 ‘홍보’하는 기사를 쓰는 것은 공익에 부합할 수 있다. 그리고 이자스민씨를 인종주의로 비판하는 여론을 사실상 보수언론이 날조했다 보는 시각이 있으나, 정확하게는 그것이 트위터란 특정 매체의 ‘대세’였단 부분이 과장 및 날조였을 뿐이다. 그런 여론이 존재했던 건 분명한 사실이고 평소 스스로를 ‘진보’라 말하던 야권지지자들 중에 그런 이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을 혐오하는 분위기가 어제 오늘 존재했던 것도 아니며, 그런 분위기는 트위터란 특정한 매체를 넘어 웹 전반과 오프라인에 하나의 정치적(?) 견해로 실존한다. 이자스민씨 관련 논란에서 그런 사회 분위기를 성찰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그리고 특히 반새누리당 성향의 시민들은 야권지지자들이 말하는 ‘진보’의 성격이 무엇인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오늘자 조선일보 사설 <人權 팔던 진보, 이자스민씨 향한 돌팔매 그냥 보고 있나>는 그런 수준을 넘어선다. 이 사설은 문장 하나하나가 주옥같지만 핵심적인 부분만 짚자면 이자스민씨에 대한 웹의 비난에 대해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이 당 차원의 논평을 통해 진정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변태적인 논법이다.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암적 정서는 이주노동자 혐오 정서만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인터넷엔 아직도 호남인과는 같이 살 수 없으며 전두환이 광주에서 학살을 했단 이유로 찬양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분위기도 웹 전반과 오프라인에 하나의 정치적(?) 견해로 실존한다. 만약 한겨레나 경향신문이 그런 웹의 조류에 대한 특집기사를 몇 번 쓰고 새누리당에 사과나 해명을 요구한다면 조선일보는 수용할 수 있는가?

조선일보의 해당 사설은 모든 정치적 주장에 이성적 코멘트를 덧붙이고자 하는 기자의 합리주의 정신의 한계를 침해한다. 그리하여 기자는 비평의 한계를 문학의 정신으로 돌파하여 해당 사설의 전문을 패러디하기로 한다. 조선일보 논설위원들은 부디 그들에게 돌아온 ‘생떼’를 보며 인생을 반성할 일이다.


농설 : 國家 팔던 보수, 호남인 향한 돌팔매 그냥 보고 있나

2천년대 중반 이후 엄연히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특정 지역민을 비하하는 험담이 인터넷에 흘러다녔다. “홍어들은 뒷통수를 잘 친다” “홍어X과 결혼하면 살해당한다”는 상식 이하의 저질 비난과 호남인들이 ‘청일전쟁과 6.25 전쟁에 책임이 있다’ '광주폭동은 북괴의 사주로 발생했다'는 식의 날조된 중상모략이 나돌았다. 독버섯 같은 누리꾼들이 익명(匿名)의 그늘에 몸을 숨긴 채 뱉어내는 더러운 말들은 그들의 입만이 아니라 이 사회의 공기를 혼탁하게 만들었다.

호남 지역민이나 호남 출신 부모를 둔 젊은이들 모두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세금을 내며 국방의무를 지닌 시민들이다. 현재 호남 지역 인구는 520만 정도이며 지체된 산업화로 일찍 고향을 떠난 다수가 각 지역에 편재되어 있다. 수도권의 호남 출신 인구도 800만에 이른다. 그들이 낳은 사랑하는 아들 수 만명이 지금 이 순간 군에 복무하며 휴전선을 지키고 있다. '디시'와 '일베'의 귀퉁이에 숨어 이런 모범 시민들 등에 저주의 칼을 꽂는 비겁한 누리꾼들 가운데 병역의 의무를 다한 인간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대한민국이 신분의 차별이 없는 민주국가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나 우리 가운데 못난 인간들은 엄연히 같은 국적을 가진 특정지역 주민들을 향해 돌팔매를 서슴지 않는다. 세계 어디서나 보수를 내세우는 사람들은 내국인을 보호하고 국가 통합에 앞장선다. 그게 보수의 윤리다. 그러나 우리 정치의 보수는 이런 보수의 세계 표준과는 거리가 멀다. 호남인들에게 더러운 돌팔매가 날아오는데도 보수적 인사가 나서 몸으로 돌팔매를 막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조갑제 정도만 광주민주화 운동을 북괴의 사주로 모는 인터넷 여론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지적을 하는 개인 글을 올렸을 뿐 지금까지 당 차원에선 논평조차 내지 않고 있다. 정론지를 자부하는 조선일보는 자사 인터넷 댓글란에 반호남 인종주의자들이 난동을 부려도 삭제조차 하지 않는다. 상당수 여당 지지자들이 못난 인간들의 못난 짓에 가세하고 있는 판이다.

새누리당 강령은 ‘국민의 행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 하고, 자유선진당 강령은 ‘자유와 개방 그리고 자발적 공동체의 가치에 동의하는 국민들의 뜻을 모아’ 창당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사시엔 ‘정의옹호’와 ‘불편부당’이 들어 있다. 두 당과 조선일보는 호남인들은 주로 민주통합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국민도 아니고 정의옹호의 대상에서도 예외(例外)라고 여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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