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검찰 수사·기소 분리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꺼내들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 뜻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2014년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현실이 없으며 국회 입법권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는 언론 비판이 우세한 상황이다.

27일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은 6·1 지방선거에서 검찰 수사·기소 분리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당선자에게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자는 이날 오전까지 당이 알아서 할 문제라며 거리를 뒀지만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현실화되자 '국민투표' 카드로 맞불을 놓았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는 윤 당선자 주장에 보조를 맞췄다. 28일 조선일보는 사설 <국가 골간까지 흔드는 민주당 입법 독재, 국민투표 제안 불렀다>에서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강행하면서 공청회 한번 열지 않았다. 모든 국민이 영향을 받는 형사 사법 제도를 통째로 흔들면서 다른 의견은 통째로 무시한 것"이라며 "세계 어떤 문명국에서 이런 일이 있나. 이러니 국민투표 제안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썼다.

이어 조선일보는 "민주당의 ‘검수완박’이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불법 혐의 수사를 막으려는 것임을 모르는 국민은 없게 됐다"며 "민주당이 지난 5년 내내 폭주해 오면서 내세운 것이 국민의 뜻이었다. 검찰 수사권 박탈 문제야말로 국민의 뜻을 반드시 물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6월 1일)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함께 치른다면 큰 비용이 안 들 것”이라는 장 비서실장의 말을 덧붙였다. 이날 세계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윤 당선자는 장 비서실장의 제안을 수용해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조선일보 4월 28일 사설 <국가 골간까지 흔드는 민주당 입법 독재, 국민투표 제안 불렀다> 갈무리

그러나 윤 당선자 쪽 '국민투표' 카드는 '뜬금없는 무리수'라는 비판이 다수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다. 법적으로 현실성이 없을 뿐더러 대통령 당선자가 '국회의 시간'에 개입하는 모양새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28일 한겨레는 사설 <느닷없는 ‘수사권 분리’ 국민투표안, 부적절하다>에서 "본회의가 소집되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나섰지만 법안 통과를 막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투표안이 여론전을 노린 '맞불카드'라는 해석도 있다"면서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미 명분을 잃었다. 선거범죄 수사권 한시 존치 등을 넣은 조정안마저 거부하며 전체 판을 스스로 깼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정상적 입법 과정을 밟고 있는 '국회의 시간'에 당선자 쪽에서 '횡포' '야합' 등 거친 말을 쓰고 나선 것은 대의민주주의에도 어긋날뿐더러 현직 대통령의 공포권을 침해하는 일이기도 하다"면서 "법적 요건을 갖췄는지도 의문이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때 '만일 대통령이 국민투표부의권을 남용하여 위헌인 국민투표를 제안하는 것도 헌법 위반으로 탄핵 사유가 된다'고 못박은 바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4년 7월 헌재는 재외국민의 투표권 행사를 제한한 국민투표법 14조 1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2015년 12월 31일까지 법개정을 하지 않으면 2016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결정했는데, 현재까지 관련 법 개정이 완료되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윤 당선자 국민투표 카드에 대해 "실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행 규정으로는 투표인명부를 작성할 수 없어 국민투표 실시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27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검찰 수사권과 분리 법안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일보는 사설 <정국 혼란 우려되는 당선인 측의 국민투표 제안>에서 "검수완박 입법에 부정적 여론을 이용해 정국을 주도해 보겠다는 취지로 보이지만, 정국 돌파는커녕 강대강 대치만 더 격화시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합의 번복이 민주당에 입법 강행의 명분을 제공하는데도 윤 당선인은 '헌법 가치 수호'라는 간접 메시지만 전달한 채 공개적 입장 표명을 꺼렸다"며 "이런 상황에 비춰보면 갑작스러운 국민투표 카드는 다소 뜬금없다. 국민투표 카드에 권성동 원내대표가 '처음 듣는 얘기'라는 반응을 보여 차기 여권의 내부 조율조차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국민의힘은 막판 협상에서 검찰 직접 수사 범위와 관련한 민주당의 타협안마저 거부하며 협치를 외면했다"며 "국민의힘은 깜짝 카드로 정국 난맥상을 부추길 게 아니라 중재안 번복으로 파행정국을 야기한 데 대한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검수완박 본회의 대치, ‘합의정신’ 존중한 처리가 정도다>에서 "법 개정 전에는 국민투표를 할 수도 없고, 검찰 수사·기소 분리 법안을 ‘국가안위에 영향 미칠 중요 정책’으로 보는 것은 견강부회에 가깝다"며 "국민의힘은 현실성 없이 정쟁만 키울 국민투표 발상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기사 <무리수로 끝난 ‘국민투표 승부수’?>에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국민투표 카드’를 전격 꺼내든 모습은 뒤늦게 중재안 재검토를 주장하고 나섰다가 역풍을 맞는 등 진퇴양난의 상황과 교차된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검수완박 졸속 입법, 결국 피해는 국민이 본다>에서 "윤 당선인 측은 검수완박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안을 검토하겠다지만,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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