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은 이웃 보은, 영동군과 함께 단일 선거구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충청북도 남부지역으로 불리는 3개 지역이 이번 선거를 통해 또 한 번 유명세를 탔다.

중앙선관위 공식지정(?) 혼탁선거구라는 오명. 관광에다, 공연을 보여준다며 특정 후보의 지지를 표명하는 등 불법 선거운동 사례가 검찰에 고발돼 많은 주민들이 조사를 받았고, 수천만 원의 과태료 폭탄을 맞을 상황에 처해 있다. 또 일부 이장에게 돈을 건네다 이를 용인하지 않은 또다른 이장의 신고로 꼬리가 잡히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멀리 바닷가로 회를 먹으러 갔던 일행들에게 돈을 준 사례도 있었고, 후보의 측근이 유권자에게 돈을 주어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옥천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인 육영수 여사의 고향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의 외가 동네이다. 박근혜 위원장의 동생인 박근령씨가 어머니의 고향인 옥천에 출마하겠다며 자유선진당 공천을 신청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무소속 출마를 했고, 선거 이틀 전에 후보를 사퇴하는 해프닝을 벌인 곳으로 또 한 차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어디 그뿐인가? 후보들끼리는 명예훼손이니 하는 이유로 고소, 고발이 얽혀 선거는 끝났지만 마무리는 아직도 멀었다. 그도 그럴 것이 후보들이 걸려 있는 선거법 위반 수사는 후보들과의 연관 관계를 밝히기 위한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모르는 상황이다. 오죽했으면 선거 전 주민들 사이에 누가 당선되든 재선거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돌았을까?

▲ 만화가 김윤의 만평 ⓒ옥천신문
그만큼 혼탁하게 치러진 게 2012년 옥천, 보은, 영동의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였다.

이번 선거 내내 돈 선거, 관광이나 향응제공 선거, 네거티브 선거로 얼룩졌던 것은 아마도 그동안의 각종 선거가 돈 안 쓰는 선거문화가 잘 정착되다가 무슨 계기에 의해 특별히 부각된 것은 아닐 것이다.

추정하건대 그동안에도 돈이나 향응제공 등의 선거부정행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선거 후에 들리는 얘기로는 지방선거가 되었든, 국회의원 선거가 되었든, 특히 조합장 선거는 돈 선거가 더 심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어떤 면에서는 그동안 진작에 터졌어야 할 것이 이번에 한꺼번에 터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렇다고 이번 혼탁한 선거문화에 대해 면죄부를 주려는 것은 아니다. 이번은 그동안에 행해졌던 것보다 훨씬 더 강도높은 돈 제공, 향응제공 등 불법행위가 심각하게 부각되었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우리 고장의 선거문화를 20여년 전으로 되돌렸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지역의 가장 큰 특성 가운데 하나는 익명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특정 후보를 지지해달라며 돈을 준 사람을 신고한 사람은 같은 면에 살고 있는 이장이었다. 돈봉투를 신고한 사람은 평소에도 바른 소리를 잘 하는 데다 바른 행동을 하며, 이장 수당으로 지급되는 돈을 모아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사람이었다.

평소 잘 아는 사람을 수사당국에 신고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20대 청년도 아니요. 고향에서 60평생 이상을 살아온 사람으로서는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지역에서는 이런 사람 따돌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 사람이 일을 잘 했네, 안 했네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웬만하면 넘어갈 일을 굳이 신고를 해서 문제를 만드느냐는 의식이 태반이다.

신고자의 투철한 의식이나 의지가 없으면 이번 금품 사건도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사안이다. 신고자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고향을 떠날 각오를 하지 않으면 힘든 일을 이번에 한 것이다. 신고자의 신고가 있고 나서 면내, 아니 옥천군 전체에서는 이 얘기가 화제가 됐다.

반응은 두 가지였다. ‘그 사람 이제 고향에서 살기는 틀렸어’라는 반응과 함께 ‘곪을대로 곪아 있던 것이 터진 것’이라며 용기있는 행동이라는 칭찬도 나왔다. 앞의 반응이 즉자적이고 감정적인데 반해 뒤의 것은 그래도 선거문화가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바람을 함께 담고 있는 것이다. 곪아 터진 것이라는 반응은 그동안 각종 선거 과정에서 뒷얘기로 회자됐던 부분에 대한 반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 '이겼다' 4월11일 열린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새누리당 박덕흠 후보가 옥천읍의 당 사무소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환호를 하는 모습. ⓒ옥천신문

이번 선거 결과 새누리당 박덕흠 후보가 당선되었다.

선거 결과로 보면 지난 8년 동안 2선에 걸쳐 국회의원을 역임했던 이용희 국회의원에 대한 심판 성격으로 진행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용희 국회의원의 아들인 이재한 후보가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서서 국회의원 세습 논란이 이재한 후보의 당선 길목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국회의원 세습논란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론보다도, 금품, 향응 제공 의혹보다도 더 사람들의 마음을 냉랭하게 만든 요인이 되었다.

선거란 게 참 오묘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게 올 해 같은 경우다. 이명박 정권 4년 실정에 대한 심판이라는 호조건 속에서 민주통합당의 전반적인 우세가 예상됐음에도 국민들은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에게 과반이 넘는 의석을 선사했다.

박덕흠 후보의 우세는 선거전 초반부터 예상됐던 일이긴 하지만 정권 심판론이나 금품, 향응 제공 등의 문제보다는 지난 8년 동안 국회로 보냈던 의원의 아들이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해 권력을 세습하려 한다는 감정적 요인이 박덕흠 후보의 당선을 더욱 쉽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래도 3개 군이 한 선거구로 묶여 있어 국회선거 때마다 나타나게 되는 소지역주의 문제가 점차 더 엷어지고 있다는 점, 용기있는 유권자들의 불법 신고 사례가 많아졌다는 점에서 희망을 찾기로 한다.

각자 가슴속에 커다란 소우주를 품고서 ‘소통’하고 ‘공유’하고 싶어합니다. 그 소통과 공유를 바탕으로 연대의 틀을 마련하여 이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바꾸고자 합니다. 이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의 필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겠죠. ‘작은 언론’입니다. 지역 주민들의 세세한 소식, 아름다운 이야기, 변화에 대한 갈망 등을 귀담아 들으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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