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재단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부산일보 이정호 편집국장을 다시 징계하려는 사측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면을 통해 정수재단의 사회 환원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한 편집국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새누리당의 선거 압승 직후 신속하게 밟고 있는 점으로 보아, 정수재단과 부산일보 사측이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걸림돌이 되는 인물을 일찌감치 제거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수재단은 부산일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대주주이며, 부산일보의 편집국장은 편집국 기자들의 투표로 선출된다.

▲ 부산일보 사옥에 걸린 현수막 ⓒ미디어스

부산일보는 오는 18일 오전 11시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정호 편집국장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한다. 부산일보가 밝힌 징계 이유는 △기사 불만 등으로 절독이 지속되고 있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 사장을 사장지명자라고 폄훼했고 △공정한 신문 제작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이다.

하지만 징계위를 여는 진짜 목적은 편집국장 징계 자체보다는 재단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지면을 손보는 데 있다는 게 부산일보 내부의 시각이다. 실제로 부산일보는 지난 13일 오전, 임원회의를 마친 직후 노조 쪽에 ‘편집국장은 보직을 사퇴하면 징계를 재검토 할 수 있다’는 입장을 통보하기도 했다.

이호진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산일보 지부장은 “오히려 회사 쪽이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대승을 하고 이후 올 해 연말 대선을 앞두고 걸림돌이 되는 것을 잘라내는 작업이 아니냐는 그런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노조에 (편집국장) ‘징계 안 할테니 보직 사퇴해라’ 입장을 밝힌 것에서도 회사 쪽의 목적이 드러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부산일보 이정호 편집국장. ©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

“부산일보, 재단과 관련된 기사 제일 민감”

징계 움직임과 관련해, 이정호 편집국장(50)은 17일 오후 <미디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처음 징계하려던 시도가 절차상 실패로 끝나 다시 징계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이나 지금이나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지난해에도 11월8일 부산일보 지면에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투쟁’ 관련 기사가 실린 것과 관련해 ‘상사 명령복종 의무 위반’ ‘회사 명예훼손’으로 대기 발령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법원은 지난 2월 “징계 처분은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부산일보 회사 쪽은 선거 기간 중 야당에 유리한 기사를 많이 보도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고 들었다.

= 새누리당에 대해 호의적인 기사가 안 나간다든지, 상대 쪽인 민주당에 유리한 기사가 나간다든지 그런 문제보다 회사가 제일 민감해했던 것은 재단과 관련된 기사였다. 재단 관련 기사는 독자의 알권리 차원에서 보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재단 이야기만 나오면 ‘(회사에서는) 기사 나갈 필요가 있나’라고 주장했다. 현재 경영진이 재단의 신임을 받아 임명된 사람이고, 그 재단은 박근혜 전 이사장과 불가분의 관계이기에 아무래도 재단 입장에서는 새누리당에 좀더 호의적인 기사가 나가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야당 편향’ 주장에 대해 반박한다면?

= 기자로 살면서, 편집국장이 되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회사 경영과 편집권은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부산일보는 이 부분이 제도적으로 잘 마련된 회사라고 생각한다. 편집국장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지면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면의 가치, 내용에 대해 끊임없이 의논하는 관행이 20년간 지속됐던 회사이기에 내가 재단과 각을 세워 민주당에 편향된 기사를 썼다는 이런 논리 자체가 맞지 않는다.

예정된 징계위원회에 참석할 계획인가?

= 이전 회사 쪽에서 내린 징계 조처에 대해 법원에서 기각 결정을 내려 무효화 되었기에 이에 따른 추가 징계는 내용, 절차 모두 잘못 되었기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다.

부산일보 노조는 더 나아가 이번 징계위원회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징계위원회가 단체협약에 따른 것이 아닌 그 동안 한차례도 적용하지 않았던 사규상의 포상징계위 규정을 근거로 징계를 추진하는 것이기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1988년 11월 입사한 이정호 편집국장은 지난 2010년 12월, 편집국 기자들이 뽑는 2년 임기의 편집국장 선거에서 출마에 나선 6명 가운데 1위로 편집국장에 임명됐다. 임기는 올 해 12월 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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