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위원장 박주선, 이하 취임준비위)가 언론에 취임식 무대 준비 현장을 사진으로 보도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해 과도한 취재 통제 아니냐는 취재진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취임준비위는 대통령 취임식 기획사(HS애드)의 요청에 공감해 언론에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부탁했다는 입장이다. 준비 과정이 언론에 노출되면 본 행사에 대한 국민 기대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취재진들은 국회 앞을 지나는 사람 누구나 취임식 무대 준비를 볼 수 있고, 역대 취임식 준비 과정도 보도되어 왔다며 취임식 준비가 극비사항이냐고 비판에 나섰다.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보름 앞둔 지난 25일 국회 본청 앞 무대 설치 작업 현장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취임준비위는 2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입기자단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위한 무대를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 설치중이다. 무대 설치 과정이 몇몇 언론에 의해 사진으로 노출되고 있다"며 "국민에게 감동과 희망을 선사하는 취임식이 될 수 있도록 언론인 여러분의 보도자제를 부탁드린다"고 공지했다.

이에 대해 인수위 출입 기자 A 씨는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A 기자는 "지나가는 사람 누구나 무대 설치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구글링만 해도 역대 대통령 취임식 무대를 설치하는 사진이 수두룩하게 나온다"며 "대통령 취임식 준비하는 모습이 극비사항인가. 아니면 언론이 무대 사진을 촬영해 보도하면 국민에게 선사하려는 감동과 희망이 깨지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A 기자는 "만약 이번 취임식 준비과정에서 정말 공개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이유를 설명하고 엠바고를 요청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A 기자의 메시지에 110여명의 인수위 출입기자가 공감을 나타냈다. 또 다른 기자는 공감을 표하며 "감동과 희망은 국정에 대한 윤 당선인의 진지한 고민과 내 편 네 편을 떠나 모든 국민을 보듬으려는 노력에서부터.."라고 꼬집었다.

박주선 대통령취임식 준비위원회 위원장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안혜진 취임준비위 대변인은 27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행사를 준비하는 분들의 요청이 대변인실로 왔다. 준비과정이 지저분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 윤곽과 컨셉들이 언론에 다 잡혀버리면 국민들께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효과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며 "준비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과정이 언론에 나가면 김이 빠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요청을 한 것 같다. 저희는 협조하려는 마음으로 언론에 한 번 당부를 드려봐야지 하고 공지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변인은 "당선인이 소탈하고 검소하게, 국민의 마음을 울리는 행사를 요구하고 있다.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것을 녹여내고 싶은데 사전에 여러 장면이 노출되는 것이 우려된 것"이라며 "진행되는 과정이야 국가보안사항도 아니고 (언론보도에)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어 안 대변인은 "준비하는 쪽의 잘하고 싶은 마음도 공감이 되고, 또 준비 과정을 담아내고 싶어하고 알릴 의무도 있는 기자분들 입장도 이해가 된다"면서 "공보입장에서 제대로 된 모습으로 국민들과 마주했으면 하는 바람과 요청에 공감해 공지가 나가게 됐다. 언론인들에게 무조건 이해해달라 말씀 드리기도 어렵지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다음달 10일 열리는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초청 인원은 4만 1천명이다. 소요되는 비용은 총 33억 1800만원 이상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최근 취임식 후 만찬 장소가 신라호텔 영빈관으로 확정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멀쩡한 청와대 영빈관을 두고 국민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주선 취임준비위원장은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취임행사는 법에 정해진 국가행사인 데다 외빈들이 참석하는 만찬을 포장마차나 텐트촌으로 갈 수도 없는 것 아닌가"라며 "여야가 합의해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취임식 예산을 정했다. 이제 와서 혈세낭비니 하는 것은 정치공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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