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대통령 당선인’과 같은 맥락에서 보면 유권자는 유권인, 시청자는 시청인으로 바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난달 16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나온 발언으로 한때 큰 화제를 모았다. 이날 주영진 진행자는 “예전 영상을 보면 당선자라고 한다. 그렇지만 요즘엔 당선인이라고 한다. 생각해봐야 한다. 왜 당선인으로 바꿨을까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패널들은 “놈 자(者)보다는 대통령 당선인이니까 일종의 품격있는 표현을 쓴 것 같다”, “예우 차원인 듯하다”고 답했다. 주 진행자는 “유권자는 유권인, 시청자는 시청인으로 바꿔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며 “방송할 때 '대통령, 대통령 부인께서'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시청자들이 가장 위에 계시기에 그런 표현을 안 쓰는데 시청자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시청인으로 해야 하냐”고 꼬집었다. 패널로 출연한 장성철 전 새누리당 당대표실 부실장, 김상일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전환언론특보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논의하고 판단해볼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3월 16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화면 캡처(사진=SBS)

유튜브 채널 ‘SBS뉴스’에 올라온 55초짜리 <당선자 아닌 당선인? 그러면 시청자는 시청인?> 영상에 댓글 1,509개 달렸다. “송곳 발언이다”, “SBS부터 자막으로 바르게 교정해주세요”, “언론인, 방송인, 정치인, 당선인...이들은 입에 맞게 존칭하고 세금 내서 월급 주는 이들은 애청자, 유권자 이렇게 불렀네”, “당선자가 적당하다” 등의 여론이 다수였다. 하지만 주 진행자의 ‘송곳 발언’과 달리 SBS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를 ‘당선인’으로 부르고 있다.

한겨레는 당선자라고 쓰고 있다. 권태호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은 20일 <한겨레는 왜 ‘당선자’라고 쓰나?> 칼럼에서 “한겨레는 당선자와 당선인 중 무엇을 쓸 것인지 논의해 최종적으로 당선자로 결정했다”며 “이 결정은 선거 이전에 논의됐으며,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밝혔다.

권 실장은 2주 전 저널리즘책무위원 중 한 명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까지 ‘당선인’이라는 용어가 쓰였는데 윤석열 당선 때부터 바꾼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당선자'로 결정된 논의 과정을 설명했다.

언론이 '당선인'으로 호칭을 바꾼 건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다. 당시 주호영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의 요청에 따라 언론은 당선인과 당선자 호칭을 혼용해 쓰게 됐고, 한겨레도 마찬가지였다.

20대 대선 직전 한겨레 편집국은 당선자와 당선인 중 어떤 호칭을 쓸 것인지 논의했다고 한다. 교열부는 ‘당선자가 원칙에 맞다’고 했고, 일부 정치부 출신 간부는 ‘당선인이 더 통용돼 쓰이고 있다’며 ‘호칭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체로 불리는 쪽에서 원하는 대로 써주는 게 맞다’고 밝혔다. 권 실장은 지방선거, 총선, 미국 대선에선 ‘당선자’라고 쓰면서 유독 대통령에 대해서만 ‘당선인’이라 쓰는 건 올바른 언어 표기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실장은 “과거 논쟁, 관련 법률 등을 찾아보고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당선자’로 정한 뒤 선거 당일 오후 3시께 각 부장들로 구성된 편집위원회에 통보했다”며 “당선자, 당선인을 놓고 대선 전에 이 정도 논의를 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당선자’ 표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하기도 하지만, 이번 ‘당선자’ 표기 결정은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에 논의됐으며 정치적 고려는 없었음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3주 뒤 대통령 부인의 ‘씨-여사 호칭’에 대해서도 말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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