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선거 압승 이후, 부산일보(사장 이명관)가 이정호 편집국장에 대한 징계를 다시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일보 쪽은 선거 기간 중 야당에 유리한 기사를 많이 보도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특히 선거 직후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는 점에서 ‘정수장학회와 부산일보가 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징계를 강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산일보 지부(지부장 이호진)에 따르면, 부산일보는 선거 직후인 12일 이정호 편집국장에게 오는 18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부산일보는 편집국장이 노조원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포상징계위’ 규정을 적용해 회사 쪽 인사로만 구성되는 인사위원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 부산일보 이정호 편집국장. ©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

부산일보 회사 쪽은 인사위원회 회부와 관련해 12일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기사 불만 등으로 절독이 지속되고 있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 사장을 사장지명자라고 폄훼했다”며 “이번 재징계는 공정한 신문 제작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또, 이명관 부산일보 사장은 13일 이호진 지부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편집국장은 경영진의 일원인데 회사에 반기를 들고 지시를 계속 위반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징계 강행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징계 움직임에 대해 부산일보 노조 쪽은 “징계 사유가 보도 방향과 경영진에 때한 비협조에 따른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노조에 따르면 부산일보 쪽은 이전에도 “독자들의 절독이 야당 편향적인 기사 때문”이라는 주장을 수차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 부산일보 노조가 지난 1월8일 정오 서울 중구 정수재단 사무실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이 가진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던 공언을 바로 정수재단 문제에서 행동으로 보여라"고 촉구하고 있다. ⓒ부산일보 노동조합

노조는 더 나아가 부산일보의 ‘기사 편향’ 주장에 따른 이 같은 징계 움직임은 정수장학회 쪽의 압박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공교롭게도 이명관 사장과 김진환 상무이사는 선거일 직전인 지난 10일 서울에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정수장학회와 관련이 없다는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해명과는 달리 여전히 부산일보에 대한 100% 경영권을 가진 정수장학회가 새누리당을 위해 지역 대표언론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며 “특히 이러한 징계통보가 선거일 직후 발표됐다는 점에서, 정수장학회와 사측이 새누리당의 선거 승리 여세를 몰아 부산일보 편집권을 장악해 이를 대선까지 이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호 편집국장에 대한 징계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부산일보는 지난해 11월8일치 지면에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투쟁’ 관련 기사가 실린 것과 관련해 ‘상사 명령복종 의무 위반’ ‘'회사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이정호 편집국장에게 대기 발령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부산지방법원 제14민사부(부장판사 박효관)는 지난 2월10일 “징계처분은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으므로 신청인(이정호 편집국장)이 주장하는 다른 절차상 하자 및 실체상 하자의 유무에 관해 살펴볼 필요 없이 효력이 없다”고 판결하며 이정호 편집국장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부산일보측에 여러차례 전화를 걸어 회사측의 입장을 들어보려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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