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수정] 17일 오후 5시

김인규 KBS 사장이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결론난 4.11 총선 이후 적극 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자신을 비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한 KBS 기자를 경찰에 고소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발단은 '김인규 퇴진 촉구 농성 천막'을 놓고 KBS 새 노조와 KBS 청경들이 몸싸움을 벌인 13일 상황에서 비롯된다. 13일 오전, 경찰에 의해 강제 철거된 해당 천막을 새 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 다시 세우려 했으나 이를 KBS 청경들이 물리적으로 막아서면서 몇몇 조합원들이 부상까지 당하자 새 노조 조합원 100여 명은 김인규 사장에게 단체로 항의문자를 보냈다.

김 사장은 이 가운데 MB특보 출신경력을 빗대 "이명박의 OOO 나가라" "OOO 너 나가 임마"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최경영 새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보도부문 간사를 곧바로 경찰에 고소했고, 14일 최 기자는 고소장을 송달받았다.

해당 문자는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ㆍ문언ㆍ음향ㆍ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를 금지한 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소됐다. 이와 함께 그동안 최경영 기자가 몇몇 집회를 통해 "MB 정치 똘마니 OOO 나가" 등의 발언을 한 것은 '모욕죄'로 고소대상에 올랐다.

최 간사는 14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문자를 보낸 지 24시간도 안됐는데, 오늘(14일) 고소장이 집으로 송달됐다"며 "청경들을 구사대처럼 동원해 조합원들을 흥분시켜놓고, 이에 항의한 문자메시지를 가지고 직원을 고소하다니 황당하다"고 밝혔다.

최 간사는 "오랫동안 기자생활을 해오면서 한 번도 고소를 당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MB정부 출범 이후 (보복인사 등으로) 4년 넘게 아예 방송을 하지 못했고, 이제는 모욕죄로 사장에게 고소까지 당했다"며 "내가 오히려 더 모욕적인 상황에 놓였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 13일 오전, 경찰의 강제 철거로 완전히 부서진 김인규 퇴진 촉구 농성 천막(오른쪽) ⓒ KBS새 노조 트위터

KBS 탐사보도팀 소속으로서 여러 차례 기자상을 받는 등 크게 활약했던 최 간사는 정연주 KBS 사장이 불법적으로 해임됐던 2008년 당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에서 활동하다 갑자기 스포츠중계팀으로 발령나는 '보복인사'를 당한 바 있다. 이후, 최 간사는 2009년 여름 KBS를 휴직하고 미국 미주리대학 저널리즘 대학원에서 언론학을 공부하다 지난 1월 복귀해 새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보도부문 간사를 맡고 있다. 최경영 간사는 한국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고발했던 <9시의 거짓말>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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