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달 25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의 SNS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비문명적 불법시위’로 규정하며 비난하는 글을 게재했다. 이후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올랐고, 언론들은 앞다퉈 이 대표의 발언과 장애인 이동권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지난 13일 장애인 차별 문제를 지속적으로 취재해온 하민지 비마이너 기자와 전화 연결해 장애인 이동권 취재 이야기와 언론 보도의 문제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다음은 하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비마이너 하민지 기자 (사진=TBS TV <정준희의 해시태그>)

먼저 비마이너가 어떤 매체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비마이너는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차별 문제를 알리고, 또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평등을 외치며 차별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기록하는 언론사입니다.”

비마이너란 이름이 아직은 잘 안 알려진 것 같아요.

“비마이너는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언론사인데,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이 사회에서 주류가 된 적은 거의 없잖아요. 저희가 이들의 목소리를 꾸준히 기록하고 취재하고 보도해 왔지만, 그 주제들이 이 사회의 주류가 된 적이 없어서 비마이너를 모르시는 분도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장애인 지하철 시위를 비난해 논란이 일면서 여러 언론사가 비마이너를 많이 찾아주고 계십니다.”

어떻게 비마이너에서 기자를 하게 되셨나요?

“저는 평소 비마이너 애독자였어요. 비마이너가 큰 조직이 아니다 보니 정기적으로 공개 채용을 하지 않는데, 우연히 채용 공고를 봤고 응시해 합격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비마이너란 매체를 알게 된 계기는?

“평소 빈곤 문제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특히 서울은 재개발이나 건물주의 횡포로 철거민들이 많이 생깁니다. 그 철거민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비마이너에서 잘 보도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비마이너를 챙겨보고 있었어요.”

진보적 장애인언론 비마이너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비마이너가 장애인언론인데, 장애인에 대한 생각은 어떠셨어요?

“오랜 기간 장애인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워온 활동가분들이 많이 계시잖아요. 그 활동가분들을 지지하며 함께해야겠다는 의지가 있었는데, 이 사회에서 장애인의 권리가 무시되고 있다는 사실은 비마이너 기자로 일하면서 더 자세히 알게 됐어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하며 21년째 투쟁해오고 있잖아요.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비난해 이슈가 됐는데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세요?

“두 가지 마음이 들어요. 오늘(13일) 오후 3시에 이준석 대표와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JTBC에서 토론회를 해요.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방송 토론회에서 이야기되는 게 박경석 대표의 오랜 꿈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만큼 장애인의 권리 침해 문제가 이 사회의 주류 이슈로 떠오르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박 대표님이) 그 소망을 이룰 수 있게 되어서 기쁘기도 하죠. 그런데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는 건강한 방향으로의 논의가 아니라, 이준석 대표가 만든 혐오의 장에서 이루어진 토론회여서 한편으로는 답답한 마음도 있어요.”

이준석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준석 대표가 사람들이 마음껏 혐오 발언해도 되는 장을 만들어준 것 같아요. 이준석 대표는 계속 ‘나는 장애인 혐오 발언 한 적 없다.’라고 하죠. 물론 장애인 비하하는 특정 단어들이 있고 그런 단어들을 쓰지 않은 것은 맞습니다.

근데 혐오라는 건 단순히 장애인 비하 단어 몇 개 썼냐 안 썼냐로 나눌 수 없는 문제예요. 이준석 대표가 장애인의 권리 쟁취를 위한 투쟁에 ‘비문명적’이라고 비하한 것도 분명히 저는 장애인 혐오 발언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차기 여당 대표가 나서서 이 시위를 비난하고 비하하는 바람에 시민들 역시 그렇게 해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됐단 점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준석 대표가 혐오의 장을 열었다고 생각하고, 정치인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오른쪽)가 13일 서울 상암동 JTBC 스튜디오에서 JTBC 프로그램 '썰전라이브' 생방송 일대일 토론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지난주 민주당 의원들이 휠체어를 이용해 출근했는데?

“장애인 지하철 시위에 ‘비문명적 불법시위’ 운운한 이준석 대표보다 정치인으로서는 나은 행동이겠지만, 사실 그동안 소수자, 사회적 약자의 삶을 체험한다는 시도 자체에 대한 비판이 많이 있었어요. 방식 자체에 분명 문제가 있지만, 이준석 대표처럼 SNS에서 비난만 하는 건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나아 보이는 점도 있긴 해요.

중요한 건 체험에 그치면 절대 안 된다는 점입니다. 얼마나 불편한지를 아셨으면 이제 본인들이 뭘 해야 하는지 깨달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오늘 체험 잘했다고 SNS에 사진 포스팅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국회의원실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서 실질적으로 법이 바뀔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데 힘을 쓰셔야 합니다. 이런 후속조치가 없으면 휠체어 타고 지하철 출퇴근하신 건 그냥 쇼에서 끝나는 거죠.”

전장연 시위 현장 많이 취재하셨을 텐데, 현장에서 보면 어떤가요?

“일단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한정해서 말씀드리면 현장은 아수라장입니다. 크고 작은 충돌이 많이 일어나는데, 일단은 경찰이 과잉 진압하는 문제가 있어요. 전동 휠체어를 이용하는 당사자의 옆으로 가서 전동 휠체어 전원 버튼을 꺼버린다든지, 아니면 가벼운 휠체어를 탄 장애인 활동가를 경찰 여러 명이 휠체어째로 들어서 옮겨버리기도 합니다. 경찰 진압과정에서 휠체어 발판이 부서진다든가 하는 휠체어 파손도 여러 번 발생했죠.

그리고 서울교통공사 직원들도 장애인 활동가를 적대시하는 문제가 있어요.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채증 하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현장에 가보면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핸드폰을 들고 동영상과 사진을 찍고 있어요.”

장애인들이 고의로 지하철 지연시키는 건가요, 아니면 그럴 의도가 아닌데 바퀴가 빠져서 지연될 수밖에 없나요?

“지난 21년 동안 장애인들이 이동권 투쟁을 하면서 버스나 지하철, 도로 등을 수없이 점거했는데요. 그렇게 점거하면서 시위할 때 열차를 고의로 지연시킨 적도 있어요. 그런데 작년 12월부터 진행된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특이한 점이 있다면, 고의로 출입문이 닫히지 못하도록 시위하지 않았는데 열차가 평소보다 늦게 출발한 점이에요. 제가 시간을 직접 재봤는데 휠체어 이용자가 아무도 안 타면 열차 문 열리고 닫히는 데까지 20초밖에 안 걸리거든요. 근데 휠체어 이용자가 3~4명이라도 타면 한 3분에서 5분 정도 출발이 늦어져요.”

(사진=연합뉴스)

왜 오래 걸리나요?

“비장애인 승객으로 가득 찬 열차에 장애인의 자리를 만들다 보니 시간이 걸리는 점도 있고 휠체어 바퀴가 빠지기도 해요. ‘단차’라고, 승강장과 열차 사이에 틈이 넓으면 단차가 넓다고 말해요. 실제로 여기에 어린아이 발이 빠지거나 신발이 떨어지거나 캐리어 바퀴, 휠체어 바퀴도 빠지고 시각장애인이 발을 헛디뎌 빠지기도 해요. 그동안 휠체어 이용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그냥 다닌 거예요. 조금 빠르게 들어가고 운 좋으면 바퀴가 안 빠지니까요.

그리고 이제 ‘안전하게’ 지하철 탈 권리를 주장하는 거죠. 그래서 “우리 안전하게 지하철 타겠다. 발판 가져와라”라고 서울교통공사 직원들한테 요구합니다. 하지만 각 지하철역에 이동식 발판이 한 개씩밖에 준비가 안 돼 있어요. 휠체어 이용자 서너 명만 있어도 줄서서 타야 되는 상황인 거예요. 비장애인 승객은 1-1칸부터 10-4칸까지 자기가 원하는 칸에 서서 쭉 타잖아요. 사람이 많아도 20초면 그 수많은 비장애인 승객이 다 탈 수 있지요. 근데 휠체어 이용자는 발판이 하나밖에 없으니까 서너 명이 줄서서 타야 합니다. 그러니까 장애인이 고의로 지연시킨 게 아니라, 안전하게 타려면 이 방법밖에 없는 거예요.”

유아차는 어떻게 하나요?

“유아차도 바퀴 빠지는 사고가 많이 납니다. 이번에 출근길 장애인 지하철 시위가 화제가 되면서 인터넷에 어린아이 키우는 보호자들의 글이 몇 번 올라왔어요. 뭐냐면 ‘그동안 비장애인이라 불편한 줄 모르고 살았는데 아이 키우면서 유아차 끌고 다녀보니, 세상에 계단이 이렇게 많다는 것과 단차가 넓어서 불편하다는 점을 이제 알게 됐다’란 거예요.

장애인들이 늘 얘기하는 게 ‘장애인이 대중교통 편하게 탈 수 있으면 모든 교통약자가 편하게 탈 수 있다’란 점이거든요. 실제로 최근 MBC <뉴스데스크 [알고보니] 장애인 이동권, 장애인들 '집단이기주의'?>에서 보도했는데, 1시간 동안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를 관찰했더니 장애인 승객은 10명도 안 탔는데 비장애인 승객이 거의 5배 정도 많이 탄 거예요. 장애인 이동권 투쟁으로 만들어진 엘리베이터를 오히려 다른 교통약자들이 훨씬 많이 이용하고 있었던 거죠.”

지하철에 장애인 칸이 있는데, 거기만이라도 단차가 생기지 않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려면 역무원들이 ‘이동식 발판’을 들고 열차 승강장에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해요.”

거기만이라도 자동으로 발판이 나오게 할 순 없나요?

“제가 알기로는 자동식 안전 발판을 한 칸만 따로 하기는 아마 어려운 것 같아요.”

지난 3월 17일 서울교통공사의 언론팀 직원이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이어온 장애인 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내부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일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1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앞에서 서울교통공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다룬 보도가 많이 나왔는데 언론 보도를 보며 든 생각도 있으실 것 같아요.

“이준석 대표 발언 논란 이후로 좋은 보도를 하는 기자님들도 많이 계세요. ‘장애인들이 오랜 시간 이동권 보장을 위해 투쟁해왔다‘는 기사도 있고, ‘장애인 활동가 한 명과 직접 하루종일 지하철도 타보고 버스도 타보고 콜택시도 타봤다. 그런데 이런 점이 불편하더라’라는 르포형 기사도 있고요. 또 그래프나 표를 잘 만들어서 장애인 이동권 현실을 수치로 보여주는 시각 자료를 담은 보도도 나왔는데, 반면에 나쁜 보도도 많죠.”

어떤 보도가 나쁜가요?

“가장 대표적인 나쁜 보도는 장애인들이 ‘왜’ 시위하는지 써주지 않고 열차가 지연됐다고만 쓰는 기사예요. 왜냐하면 시민들로 하여금 ‘그래, 오늘 이만큼 열차가 지연돼서 나도 늦었어’ 하면서 시위에 무조건 반대하는 댓글을 유도하는 기사라고 생각하거든요. 최근에 서울교통공사 내부 문건으로, 서울교통공사가 보도자료 통해서 언론 플레이했다는 정황이 드러났어요. 그런데 기자들이 확인도 안 해보고 그 보도자료를 베껴 써서 오보를 양산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또 최근에 연합뉴스에서 ‘장애인 콜택시 내가 직접 불러보고 타보니까 한 대 오는 데 30분밖에 안 걸리던데’라는 식의 기사를 썼어요. 저는 너무 어이가 없었던 게, 휠체어 이용하지 않는 사람한테 택시 30분 기다리라면 오래 걸리는 거잖아요. 카카오택시도 15분 이상 걸리면 호출 취소하죠. 그런데 ‘30분이면 장애인 콜택시 한 대 타던데’라는 식의 기사를 연합뉴스 기자가 쓴 거예요. 이건 ‘세상 좋아져서 장애인도 이만하면 살만하잖아’란 인식을 줄 수 있는, 전형적인 비장애인 중심 사고의 기사입니다.

그리고 MBN에서는 서울교통공사 직원과 인터뷰를 통해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이렇게 힘들다, 장애인 지하철 시스템에 공사 직원들이 이렇게 고생한다’고 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서울교통공사 내부 문건 작성자가 공교롭게도 그 MBN 기자가 인터뷰한 직원인 거예요.”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면 좋을까요?

“기본적으로 사회적 약자 혹은 소수자가 ‘왜’ 이런 시위를 하는지, 이 사람들이 권리를 쟁취한다고 하는데 이 사람들이 쟁취하려는 그 권리는 ‘무엇’인지를 자세히 써서 보도하는 게 언론의 책무라고 생각하고요. 장애인이 왜 시위를 하는지를 빼고 열차가 지연됐다고만 쓰면 장애인과 비장애인 갈라치기하는 것밖에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시민들이 장애인 지하철 시위로 인해서 불편할 수 있는데 그 불편의 책임은 ‘국가’에 있으니, 누구를 비판해야 하는지 누가 이 문제를 책임져야 하는지 언론이 명확히 짚어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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